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94 화 - 당신의 초상화
(M) 주제음
:
기억 때문에 / 이승철
(E) 빗소리 + 비에 젖은 거리를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
(E) 전화벨 소리
남 여보세요? 어, 여보. 응, 지금 우산 쓰고 가는 길이야.
뭐? 현철이? 당신도 참... 뭐 다 큰 녀석 걱정을 그렇...게.......
(E) 걸음 우뚝 멈추고.. 빗소리만 들린다....
남 (놀란 마음 추스르는 듯)
어? 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당신.. 당신 방금 뭐라고 했지?
어, 그래... 그럼 현철인 당신이 마중 좀 나가봐. 끊어.
(E) 핸드폰 닫는
(E) 빗소리만......
남 장대비 사이로 나의 시선을 잡아 끈 것은
전시회 포스터 한 장이었다.
머리가 조금 희끗희끗해져 있었고
볼 살이 많이 빠져 있긴 했지만....
포스터 속 사진은 분명... 은서였다.
25년 전. 내가 알던 그녀... 은서가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 전시회의 포스터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M) 나의
옛날 이야기 / 조덕배
(E) 회상 BG
여 선생님!
남 네? 저..저요?
여 (풋 웃고) 무슨 선생님이.. 저요가 뭐에요 저요가.
남 응.. 왜..
여 그거 안 쓰시면 좀 빌려주세요. 물감이 똑 떨어져서.
남 어. 그래... 여기...
여 고맙습니다.
남 저 근데... 우리 화실엔 언제부터 다녔어요? 처음 본 것 같은데...
여 오늘부터요.
남 아~ 그렇구나. 어쩐지... 혹시 입시생이에요?
여 네. 선생님은 대학생?
남 어? 어...
여 어쩐지. 1학년이죠.
남 어...
여 에.. 그럼 나랑 한살 차이밖에 안나네 뭐. 오빠라 그래도 돼요?
남 어? 안되죠.. 그래도.. 선생은 선생인데..요
여 (하하..웃고) 오빠 진짜 귀엽다.
남 원래도 숫기 없는 성격이었지만
그녀 앞에선 더욱 수줍음이 많아졌다.
그날 이후....
내 붓은 자꾸만
그녀의 얼굴을 그리고 있었다.
어떤 그림을 그리려고 생각했든 간에..
다 그리고 나면....
그녀의 얼굴만이 남아 있었다.
(M) 널 사랑하겠어
/
동물원
(E) 조용한 음악
여 왜요?
남 너.. 정말 잘 그린다. 데셍 실력은.... 정말 뛰어나.
내가 가르친다고 하는 게.. 오히려 챙피할 정도야.
여 선생님. 내 입으로 이런 말 하는 거, 자랑 같아서 좀 그렇긴 한데요. 저는 손끝 감각이 굉장히 뛰어난 것 같아요.
난 한번 만져본 건 절대 잊혀지지가 않아요.
다른 선생님들도 그랬어요. 그 감각만은 천재적이라구.
나 그래서요, 나중에 유학도 가려구요. 우리 부모님은 지금 학원비
대주시는 것만으로도 난리시지만... 그래두 난..... (하다가......?)
남 ....
여 선생님!!
남 (정신 차리며) 응?
여 왜 그렇게 보세요?
(농담조) 아우 몰라 난. 선생님 나한테 홀딱 반했구나?
남 그래. 홀딱 반했다.
여 하여튼... 이노무 미모는... 시들줄을 모르니.
나 대학 가면 남자들 너무 붙어줄 것 같은데.. 어떡해요 선생님?
남 난 언제 쯤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을 고백할 수 있을까?
과연 그녀는 내 마음을 받아줄까?
오늘도 난 고백 대신
또 한명의 은서를 스케치북에 그려 넣는다.
(M) 스케치북
/
토이
(E) 크리스마스 캐롤 울려퍼지고 -
남 실기는 잘 봤어?
여 뭐... 합격자 발표하는 거 봐야 알죠.
남 잘 됐을거야. 은서 너.. 잘 하잖아.
아 맞다. 원장님이 너한테 뭐 전해주라고 하신 거 있는데? 잠깐만?
여 네
(E) 사무실 문 열고 들어갔다가 나오는...
남 은서야.. 이거
(E) 스케치북 넘기는 소리
남 야.. 너 왜 내 스케치북을....
여 선생님. 이거 나 아니에요?
(E) 스케치북 서둘러 뺏어 덮는
남 아니야. 너 아니야. 내가... 널 왜 그려...
여 이거.. 초상권 침해잖아요. 왜 허락도 없이 남의 얼굴을 그려?
남 .............그게....
여 제가 그렇게 못생겼어요? 그리려면 제대로 그릴 것이지 말이야...
내꺼 보여줘요?
(E) 스케치북 넘기는 소리
여 짜잔~ 이거 봐요. 실물보다 훨씬 낫지.
남 은서의 스케치북 안엔.... 내가 있었다.
내가 그녀만 그린 것처럼...
그녀도.... 나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난 더 이상 그녀를 몰래 그리지 않아도 됐다.
(M) I
Love You / 이재훈
(E) 대학 캠퍼스 소음
여 역시~ 고생한 보람이 있네. 학교 오니까 너무 좋다.
남 너... 은근히 말꼬리 잘라먹는다?
여 왜에~? 이제 선생님도 아니구 (강조) 오빠잖아!!
남 잘났다. 언제는 뭐 선생님 대접이나 해줬다구...
여 어? 얘기 중에 어딜 봐?
남 내가 뭘 봐...
여 방금.. 미니스커트 입고 가는 여자 쳐다봤잖아요.
남 아니야. 나는 그냥.... 지나가길래... 봤지.
여 어머어머. 저 여자 다리 늘씬한 거 봐.
오빠도 아닌 척 하면서 완전 늑대네~~
남 내가 뭘. 야 나 억울해.
여 자꾸 그러면, 나도 확 미팅해버릴거야!!
안 그래도 경영학과 남자들이랑 과팅 들어왔다고 그러던데~
남 허허 참. 야 맘대로 해.
여 진짜?
남 해!! 아니.. 힘들게 대학 왔는데 남들 하는 건 다 해봐야지. 안그래?
(M) 칵테일 사랑
/ 마로니에
남 그리고 그날 오후.
(E)저벅저벅 들어오는
남 야. 윤은서.
여 어? 오...빠....
남 너 내가 하란다고 진짜 쪼르르 여기 와서 이러구 있냐?
여 왜~~ 하래매!!!
남 나와 얼른.
여 아우, 왜 이래. 챙피하게.
남 나오라구. (남자들에게 얘기하듯) 저기요, 얘 제 여자친구거든요?
얘가.... 요새 비오고 그러니까 날궂이 하느라... 정신이 잠깐 오락가락
해서 이런 데까지 나왔나봐요. 죄송하구요. 어쨌든 저는 제 여자친구
데려가겠습니다.
(E) 손잡고 질질 끌고 데리고 나가는
여 아 이것 좀 놔봐~~ 진짜 웃겨. 누가 자기 여자친구라구.
남 아니냐 그럼?
아침에 데리고 나와, 밤에 데려다 줘, 레포트 써줘, 대출해줘,
도서관 자리 맞춰줘, 세끼 밥 같이 먹어줘, 때 되면 술 사줘.
니 남자친구도 아닌데.. 내가 그 짓들을 왜 하겠어?
여 그러게~ 왜 염장을 질러서 본전도 못건지셨어 그래?
남 ....(이씨....) 너 진짜....
여 너 진짜? 뭐?
남 한번만 더 미팅...그런 거 하면....
여 하면?
남 확 그냥..... 뽀뽀해 버린다.
여 이렇게?
남 순간.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쳤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난 그렇게 첫키스를 했다.
(M)
Kiss Me / Blink
(E)호프집 분위기
(E)술잔 내려놓고
여 왜 그렇게 심각한데. 응?
남 은서야......
여 왜... 학점 또 빵꾸났어? 그러게.. 작작 좀 놀러다녀.
남 그게 아니구.... 나.....
여 군대 가?
남 응. (놀라서) 어떻게 알았어?
여 표정이 죽을상이길래. 어차피 가기로 돼 있던 거잖아.
그게 뭐 그렇게 큰일이라구.
남 너.. 니가 안 간다구 너무 쉽게 말한다.
여 왜.. 미룬다더니... 안됐어?
남 내 동생... 고3이잖아. 걔 대학 등록금이랑 내 등록금까지...
같이 해 줄 형편... 안돼 우리집.
여 ........그럼 할 수 없잖아. 이왕 가는 거 웃으면서 씩씩하게 가.
남 너 괜찮겠어?
여 내가 왜?
남 야.. 내가 솔직히 여기 올 땐... 니가 울고불고하면 어떡하나...
그거 걱정했는데 말야. 너무 아무렇지 않아 하니까
약간... 섭섭할라 그런다.
여 그거 얼른 마시고. 일어나.
남 왜.
여 갈 데가 있어.
(M) 잔향
/ 김동률
(E) 발자국 소리 + 화실 문 열리고
여 (봉덕 끌고 들어오는) 들어와 얼른~
남 갑자기 화실은 왜...
여 글쎄 들어와 보라니까.
남 알았어.
(E) 불켜고
남 여기 화실은 하나두 안변했네.
여 얼마나 지났다고... 가만 있자... 오빠 자리가 저기였지?
저기 앉아봐봐.
남 왜?
여 앉아봐 글쎄...
남 (의자 끄는) 그래 앉았어.
여 자, 이제 표정 변하지 말고 꼼짝 마.
남 뭐하려고?
여 눈 좀 감아봐.
남 기지배. 응큼하긴. 자!!!
여 나 참... 입은 왜 내미냐?
남 그럼 눈은 왜 감으라는건데?
여 가만 좀 있어봐봐 글쎄...
남 잠시 후 그녀의 부드러운 손끝이
나의 이마부터 조용히 타고 내려와
눈썹과 감은 눈 위를 지난다.
그녀의 손이 잠시 내 뺨을 감싸더니
코와 인중을 지나
입술과 턱 선까지 손끝에 담아간다.
여 자, 됐어. 나 이제... 오빠 얼굴 절대 안 잊을 것 같애.
오빠 얼굴... 정말 잘 그릴 수 있을 것 같애.
남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울고 있었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 위로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주다가
나도... 울고 말았다.
(M) 이등병의 편지
/
김광석
*잠시 후 2부
==================================================1부 끝
(E) 열차 소음
여 잘 다녀와!
남 그래... 윤은서! 자나 깨나 불조심, 건강조심, 남자조심! 알았지?
여 오빠 몸이나 잘 챙겨.
남 (어렵게) 은서야...
여 응?
남 .... 기다려 줄거지?
여 촌스럽게... 내가 오빨 왜 기다리냐? 군대 갔으면 땡이지.
그 사이에 미팅도 하고
그러다가 좋은 남자 걸리면 바로 고무신 거꾸로 신어버릴거야.
남 야.. 고무신도 잘 봐 가면서 신어.
괜히 구멍 뚫린 거 신으면..... 원래 짚신만도 못하게 된다 너.
여 누구 걱정을 해. 지금...
도착하는대로 편지 써. 밥 잘 먹구...
(E) 열차 떠나기 시작하는 소리 커지면
여 (소리에 묻히는) 사랑해....
(E) 열차 떠나는 소리
남 그녀의 모습이 멀어진다... 작아진다....
달려오던 그녀가... 그 자리에 서고...
그러다가 주저앉고....
그러다가.... 고개를 묻고 엉엉 우는 모습까지...
난 지켜보았다.
(M) 입영열차 안에서
/
김민우
(E) 사람들 웅성대는 소음
여 오빠 여기!!!
남 야. 너 작품 하느라 한참 바쁠텐데 어떻게 왔어?
너 이렇게 자주 면회 와도 괜찮은거야?
여 왜? 이젠 내가 자주 와서 지겨운거야?
남 지겹겠냐? 너 오는 거밖에 낙이 없는데?
여 (웃고) 얼굴 살 많이 빠졌다. 힘들어?
남 아냐... 이제 제법 편해졌는데 뭐...
이참에 아주 말뚝 박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 걸?
여 뭐라구? 그럼 난 어쩌구?
남 넌 미팅 열심히 한다며? 내가 좋은 남자 걸려들길 빌어줄게.
여 뭐? 너 자꾸 그러면 말뚝 박기 전에 내가 니 가슴에 못부터 확
박는 수가 있다!
남 으이구~ 걱정 마세요!
내 인생 말뚝 박을 곳은 윤은서가 있는 곳 뿐이네요.
여 으악... 닭살....
닭살인데.. 듣기 나쁘진 않다.
남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을 난 믿지 않았다.
은서와 나는.... 멀어져 있는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똑같았으니까.
그렇게.. 하루 하루가 흘러갔다
(M) 서른 즈음에 /
김광석
(E) 뛰어오는
남 은서야!!
여 (밝지만은 않은) 응.. 천천히 와.
남 충성!!
여 으유.. 앉기나 해.
남 내가 지금 앉게 생겼냐? 마음은 그냥... 둥둥 떠간다.
여 그렇게 좋아?
남 좋지 그럼. 마지막 휴간데.
여 그러네. 벌써 그렇게 됐네.
남 고맙다... 지금껏 잘 기다려줘서....
여 .......
남 표정이 왜 그래...
여 오빠는... 그림이 중요해. 내가 더 중요해?
남 어? 갑자기 웬..뚱딴지 같은 소리야.
여 그림이 중요해. 내가 중요해.
나를 가지려면 그림을 버려야 하구. 그림을 가지려면 날 버려야
한다면? 뭘 선택할거야?
남 그건...... 그림을 선택할거야.... 그러면 너한테 혼나겠지?
(웃고) 당연히 너지. 너 없이 그림만 그리는 게 무슨 소용이냐?
여 ........그래?
남 그래...!!
여 어떡하냐. 내가 오빠보다..... 사랑이 작은가보다.
(M) 이별이야기 / 이문세
남 왠지 찜찜한 마음으로... 군대에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제대하던 날.
당연히 은서가 마중 나올 줄 알고
아무도 못 오게 했는데....
그 자리에 은서는 오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긴 길을 걸어가면서....
불길하고 초조한 예감에....
난 어쩔 줄을 몰라했던 것 같다.
(M) 사랑 그게 뭔데
/ 양파
(E) 전화벨 소리 (집전화 울리는)
남 여보세요? 어!! 좀 알아봤니?
(헛웃음) 야. 말도 안돼.
야, 니가 뭔가 잘못 안 것 같다.
우리 은서가 설마...
어디서 말도 안되는 정보 주워와가지구. 끊어 자식아!!
남 은서는 내가 제대하기 얼마 전 유학을 떠났다고 했다.
혼자가 아니라....
약혼자와 함께였다고 했다.
처음엔 믿지 않았던 그 말이 사실로 밝혀진 순간.
배신감에 나는 오열했다.
나는 그동안 그렸던 은서의 초상화들을
미친 듯이 찢어서 불태워버렸다.
태우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은서를 그린 그림들도...
내 사랑도...
(M)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양희은
(E) 거리 소음과 빗소리
남 난 어느새....
은서의 전시장에 도착해 있었다.
한걸음... 한걸음...
그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동안..
난 25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E) 전시회장 소음
남 그녀의 그림들을... 한점씩.... 들여다 보면서...
그녀의 흔적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여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남 돌아 본 그곳에.. 은서가 있었다.
은발이 성성한 머리... 주름진 얼굴...
그녀는 나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허공을 향해 있었다.
여 비가 와서... 찾아주신 분들이 많지 않았거든요.
남 지금 무언가 얘기를 하면....
목이 메일 것 같아... 난 잠시... 마음을 추슬려야 했다.
(M)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
김동률
남 은서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까?
잘 있었냐고 물어볼까? 그때는 왜 그랬냐고 따져볼까?
아니 내 얼굴 초상권 있다고 실없는 농담이라도 던져 볼까?
여 제가 지금.. 녹차를 한잔 마시던 중이었는데....
한잔 드릴까요?
남 네... 감사합니다.
(E)녹차 따라주는
여 작설차에요. 향이 참 좋죠....
남 네...
여 그림은 마음에 드세요?
(웃고) 제 입으로 이런 말 하는 거, 참 쑥스럽네요.
워낙 보러 오시는 분들이 없어서.....
남 참 좋아요. 주로.... 풍경화를 그리셨네요.
여 네.... 초상화는.... 딱 한점이 있어요.
남 아...그래요?
남 ......그 다음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그림이 바로...
그녀가 말하던 유일한 초상화였다.
초상화 속의 남자는...
젊은 날의 내 모습이었다.
(M) 기억의 습작 / 김동률
남 한동안.. 난 또 한번 말을 잇지 못했다.
여 아주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서 그린 그림인데.....
모르겠어요. 추억과 실재가 얼마나 닮아 있을진....
남 어떤... 분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여 제가... 배신했던 남자....
남 ........
여 그리고 저를 사랑해주었던 남자에요.
너무 신파죠? (잔잔히 웃는)
남 왜.... 배신을 하셨는지도... 여쭤볼 수 있을까요?
여 물론이에요.
이제.. 다 지나간 이야기라서.... 심각할 것도.. 괴로울 것도
없답니다.
남 .........
(E) 한모금 마시고
여 젊은 날엔 꿈이 좋았어요. 꿈을 현실로 만들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렇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남 ...........그렇죠.
여 그래서... 꿈과 그 남자를 바꿨어요.
그땐.... 그래도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고....
큰 교통사고가 나고.... 실명을 하고....
죽는날까지 울타리가 돼주마 했던 사람이 바람처럼 떠나고...
그러고나서 알았어요. 내가 쫓던 게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지.
(M) 비와 외로움 /
바람꽃
남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나를 떠난 은서가 원망스러운 것이 아니라
나를 떠나 더 행복해지지 못한
그녀의 운명이 원망스러워
미칠 것만 같다.
여 그래도 저를 다시 구원한 건 그 남자였어요.
남 그 남자가 은서씨를 구원하다니... 무슨 뜻이에요?
여 실명을 하고 제일 고통스러웠던 게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거였어요.
근데 어느 날... 창문에 손끝을 대고 그저 손끝이 움직이는 데로
뭔가를 그리고 있었는데... 그 사람의 얼굴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생생해서 종이에도 그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거에요.
그때부터 그 사람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우연히 그 그림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서 제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거든요.
(M) 옛사랑
/
이문세
(E)찻잔 놓고
남 잘 마셨습니다. 그림도 잘 봤구요.
여 네... 가시게요?
남 네...
(E) 뚜벅뚜벅 나가다가 멈추고.
남 그 남자분 말입니다. 초상화 속의...
여 네.
남 아마... 윤은서씨가 배신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을 겁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고.....
윤은서씨 말씀대로.... 다 바람처럼... 지나가고 나면....
심각할 것도 괴로울 것도 없는 거니까....
(E)걸어서 나간다
(E) 비 쏟아지는
남 쏟아지는 비를 잠깐 바라보며
그렇게 서 있었다.
그때......
(E) 걸어나온
여 저..... 저기요...
남 네.
여 얼굴......을 한번만 만져봐도 될까요....?
남 ..........
여 죄송합니다. 한번만.... 만져볼께요.
남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그녀의 부드러운 손끝이
나의 이마부터 조용히 타고 내려와
눈썹과 감은 눈 위를 지난다.
그녀의 손이 잠시 내 뺨을 감싸더니
코와 인중을 지나
입술과 턱 선까지 손끝에 담아간다.
여 .....이제 됐어요....
남 나는 빗속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내 뒤에 서 있는 그녀가
울고 있다는 걸.....
난 알고 있었다
(M) 주제음
:
기억 때문에 / 이승철
2007-06-27(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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