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28화 - 첫사랑
(M) 주제음
- A Love Song / 물고기자리
* 오늘 드라마는 골든디스크 청취자 정란씨의 실화를 각색한 것입니다
(E) 난로 위 주전자 물 끓는 소리
여 독서실이다.
누구 하나 말소리도 내지 않아 고요한 이곳엔
난로 위에 놓인 주전자 뚜껑이
들끓는 소리만 들린다.
난 청소하는 척 물걸레를 들고
여기저기를 닦아내면서
한 남학생을 흘낏 본다.
며칠 전부터 우리 독서실에 다니게 된 남학생인데..
모범생처럼 반듯한 얼굴에
늘 깔끔한 옷에
지적으로 보이게 하는 뿔테 안경까지..
완벽한 내 이상형이었다.
근처에 재수학원이 있어서
우리 독서실에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이 재수생인데
다들 하나같이 공부하느라 꼬질꼬질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는 그 많은 학생들 중에서
군계일학 같은 존재였다.
(M) 키싱유 - 소녀시대
여 한참 공부를 하던 이 남학생이
크게 기지개를 켜더니 밖으로 나간다.
어딜 가나 슬쩍 보니
옥상으로 올라가는 것 같다.
어떡하나.. 잠깐 망설이다가
겉옷을 하나 걸쳐 입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E) 바람 부는 소리
여 곧 3월이라고는 하지만
밤바람은 여전히 차다.
(E) 슬리퍼 끌고 타닥타닥 걸어가는
여 그 남자가 저만치에 혼자 서서 야경을 보고 있다.
난 짐짓 모르는 척 좀 떨어진 난간 앞에 섰다.
그리고 1분쯤 지났을까.
남 (좀 멀리서) 안녕하세요.
여 (놀란 척) 어머.. 사람이 있는 줄 몰랐네.. 네..
남 독서실 총무님 맞으시죠..
여 네? 아하하.. 총무는 무슨..
그냥 이모가 이 독서실 운영하시거든요.
알바 삼아 도와드리는 거에요.
남 아... 대학생..이세요?
여 네..
남 그렇구나.
여 재수하는 거 힘들죠.
남 저 재수시키느라 부모님이 힘드시죠 뭐..
집안형편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요.
여 옥상 난간에 나란히 선 채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 사람이 한의대에 가고 싶어서 재수를 하고 있다는 것..
나는 집이 지방이라는 것..
우리가 동갑이라는 것.. 등등을 얘기하다가.
남 그럼.. 생일이 언젠데요?
여 생일요? 나.. 일주일 뒨데..
남 진짜요? 몇일?
여 3월 6일.
남 양력으로?
여 네.
남 와.. 나도 그런데?
여 진짜요? 그럼 우리.. 생년월일이 모두 같은 거?
남 신기하다..
여 진짜 신기하다...
(M) 기적- 김동률 이소은
여 꿈같은 일이었다.
남몰래 짝사랑하던 그 사람과 그렇게 긴 얘기를 나누고.
또 우리가 같은 날 태어났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아낸 건 말이다.
그날 옥상에서 내려오는 어두운 계단에서
그가 말했다.
남 그럼.. 우리 일주일 뒤에.. 아까 거기서
생일파티할래요?
여 ....
남 다른 약속 없다면요.
뭐.. 있으면 할 수 없고..
여 없어요. 없어. 저 약속 같은 거 없어요.
남 그럼. 괜찮아요?
여 네. 좋아요.
여 좋다 뿐이겠는가.
가슴이 콩당콩당 뛰는 걸
들킬까봐. 난 더 이상 무슨 말도 할 수가 없었다.
(M) 이 바보 - 원더걸스
여 그리고 일주일 뒤
우리 두 사람의 생일 날.
(M) 쏴아- 비 내리는 소리
여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옥상에 케익 갖다놓고 촛불 끄기로 했는데.
모두 물 건너 간 것이다.
오후 내내 우울하게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데.
(E) 계단 올라오는 소리
여 그 사람이었다.
남 안녕하세요.
여 네.. 오셨어요.
남 생일.. 축하해요.
여 (어색) 그쪽두요.
남 어쩌죠. 비가 와서..
여 그러게요..
남 케익은 내가 사왔는데..
여 .. 그럼 여기 잠깐 들어올래요?
남 그 안에요?
여 여기가 이래뵈두요. 안은 꽤 넓거든요?
들어와 봐요.
(E) 부시럭대며 들어가고
여 넓죠.
남 책이.. 많네요.
여 심심하니까... 여기 안에 있으면 진짜 할 일이 없거든요.
(E)책 한권 꺼내고
남 이건.. 나도 좋아하는 책인데...
여 어?정말요? 나두 제일 좋아하는 책인데...
남 나는 어른들이 말하는 사주팔자라든가..
그런 거 안 믿는데요...
여 ....?
남 그런데 왠지 그런 거 느껴져요.
우리 둘 사이에.. 어떤 공통점 같은 거.
(M) 천생연분 - 솔리드
(E) 거리 소음
여 우리는 말을 놓기 시작했고.
저녁 도시락을 같이 먹기 시작했고.
함께 집에 가기 시작했다.
그 흔한 밀고 당기기도 안하고
서로가 서로를 많이 좋아한다는 걸 알려줬다.
(E) 똑똑 노크
남 은서야.. 저녁..
여 어. 먼저 올라가 있어. 금방 갈게.
(E) 계단 탁탁 올라가는 소리
여 옥상 위 평상은 우리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저녁 스산한 바람이 부는 그곳에 앉아
서로 싸온 도시락을 풀어놓고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
(E) 뚜껑 여는
여 짜잔...
남 동그랑땡이네?
여 어. 내가 너 주려구 진짜 열심히 만든거거든? 맛있게 먹어.
남 니가 그러니까 꼭 우리 엄마 같다.
여 (웃고) 어머니는 어떤 분이신데?
남 우리 엄마? 좋으시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분인데. 가끔 좀 무서울 때도 있는데.
그래도.. 진짜 좋으셔.
여 그럼 있잖아. 니네 엄마랑 나랑 물에 빠지면 누구를 구할거야?
남 너
여 ........진짜?
남 우리 엄마는 수영 잘하셔. 학교 다닐 때 대표선수하시고 그랬대.
나도 수영은 엄마한테 배웠는데 뭐.
(M) 달리기 -SES
여 그렇게 1년이 지났다.
그는 다시 한의대에 시험을 보았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E) 까페 소음
여 ........ 뭐라고 말 좀 해.. 아까부터 아무 말도 안하고...
남 ...그냥.. 기분이 안좋아서...
여 기분이야.. 안좋겠지... 알았어. 얘기하기 싫으면 하지 마.
남 ......또 재수는 못해.
여 .......
남 집안형편이 안좋아서....
여 그럼 어쩔건데?
남 다른 대학 전기공학과엔 합격 됐다고 하더라..
여 그럼 거기 가면 되잖아. 잘 됐네. 전기공학과도 좋잖아.
남 어... 근데 어머니가 바라시던 곳은 한의대였거든..
그래서 실망이.. 크셔...
여 물론 그러시겠지만... 다시 재수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남 나 때문에 많이 고생하셨던 거 아는데.
요즘 날마다 눈물바람 하시는 거 보면, 맘이 안좋아..
여 우리.. 여행갈까?
남 어??
여 그냥 기차 타고.. 가까운 데 가서 바람만 쐬고 오자구..
너 기분이 너무 안좋은 것 같아서. 나도 요즘 우울해.
(M) 겨울 바다
(E) 파도 소리
여 (추워 죽으며) 아직 겨울이구나. 너무 춥다.
남 그러게 뭐하러 바득바득 바다에 오재..
여기 봐라. 아무도 없지.
여 그러게.. 나는 드라마 같은 데서
찬 바람 맞으면서 바닷가 걸어가는 게 디게 폼나보이길래...
스카프 날리고 걸으면 있어 보일 것 같아서
이거 두르고 온건데.... 으 추워....
남 그래도 나는 기분 괜찮다.
여 ...(추워하며) 그래?
남 어.. 기분 전환이 됐어.
여 니가 좋으면 됐지 뭐. 아...추워....
남 옷이나 좀 따뜻하게 입고 오지. 이거라도 입어.
여 아 됐어.
남 쎈 척 하지 말고 입어. 나는 남잔데 뭐. 괜찮아.
(M)난 남자다 - 김장훈
(E) 기차 가는 소리
남 (세게 재채기 하는)
여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고거 꼴랑 한 시간 걷더니
바로 감기냐?
남 (재채기 하고)
여 아 그러게 옷은 뭐하러 벗어줘..
남 나 열도 나는 것 같애.. 이마 좀 짚어봐.
여 아우 몰라.. 암튼 너 똑똑해 보여서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까 은근히 덜떨어졌어.
남 야... 너는 아픈 사람한테...
(E) 탁탁 무릎 치며
여 여기 누워서 눈 좀 붙여봐.
남 니 무릎 베고? 여기서? 야.. 말도 안돼.
여 그리고 잠시 뒤.
(E)코고는 소리
여 그는 내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그런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게, 참 행복했다.
(M) 너를 사랑해 - 한동준
여 그리고 며칠 뒤..
나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의 어머니라고 했다.
놀라고 떨린 마음으로 독서실 앞 지하 까페에 갔다.
그의 어머니는 자애로워 보이는 분이셨다.
그가 말한 것처럼, 좋은 분이셨다.
나는 한눈에도 그의 어머니가 좋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나를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가 원하던 한의대에 떨어진 건
모두 내 탓이라고 하셨다.
좋지 않은 집안 형편 탓에
온 집안 식구들이 그의 한의대 진학만을 원하고 있었는데
그 모든 꿈이 나 때문에 무너졌다고 했다.
그런 나를 용서하기 힘들다고 하셨다.
그런 내가 여전히 그의 곁에 있는 것도 싫다고 하셨다.
그동안 그 문제로 그와 여러 번 다투셨다고도 하셨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그의 곁을 떠났으면 좋겠다고도 하셨다.
나에게... 그와 헤어지라고... 말이다.
(M) 만약에 - 태연
---------------------------1부 끝 ---------------------
* 곧이어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2부가 계속됩니다.
(E) 탁탁탁 뛰어오고
남 웬일이야? 우리 집앞까지 온 건 처음이잖아.
여 앉어..
남 왜 그렇게 분위기를 잡고 그래. 왜 그러는데.
여 우리 헤어지자....
남 .........?
여 ....라고 얘기하려고 그랬어. 여기 올 때까진.
남 ......
여 (울음 간신히 참으며) 그런데 막상 얼굴 보니까 그 말을 못하겠다.
남 왜 그래....(가만 있더니) 우리 어머니 만났어?
여 좋은 분 같더라. 지금은 화가 많이 나서 그러시는 것 같은데
우리가 앞으로 잘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남 .....미안해.
여 ......
남 그리고 고마워. 그렇게 생각해 줘서.
여 우리가 잘할 수 있겠지?
남 나는.. 조마조마했었어. 어머니가 너를 만날 것 같았고.
그러면 니가 나랑 헤어지자고 할 것 같았고...
여 있잖아. 우리 학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자..
남들처럼 놀고 즐기는 데이트 같은 거 하지 말고..
공부 많이 하자.. 그래서 우리 둘 다 좋은 데 취직하면
어머니도 그땐.. 괜찮다 그러시겠지?
남 당연하지. 진짜.. 고마워..진짜...
(M) 보고싶은 날에 - VOS
여 우리는 약속을 지켰다.
서로를 위해서. 서로를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가 군대에 갔을 무렵..
나는 괜찮은 회사에 취직을 했고.
그는 제대를 해서 복학했다.
(E) 덜덜덜 오는 차. 끽 서고.
남 이게 뭐야?
여 우리 이모부가 취직선물로 주셨어.
남 주신 건 좋은데, 너무 낡은 거 아니냐?
여 일단.. 타.
남 야. 안돼, 나 낼부터 중간고사야.
여 에이... 그래도 딱 30분만 밟아보자..
나한텐 첫찬데.
남 그럴까?
여 그러자.
(M) 낙원 - 싸이
여 겨우 한강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내 오래된 차는 힘들어했고.
우리는 한강변에 주차를 시켜놓고
뜨거운 꿀차 한잔씩 사서
강가에 앉았다.
(E) 강물 소리
여 있잖아.. 나는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
남 뭐가?
여 나한테 너는 첫사랑이거든.
첫사랑이 이렇게 오래.. 지루하게 갈 줄 몰랐다구.
남 지루하게?
여 (웃으며) 벌써 6년이야. 지루할만 하지 않나?
남 지루한 거 잘 참아줘서 고맙다.
여 저기....
남 ....
여 한번도 물어보질 못했는데. 아직도 어머니.. 나 싫어하셔?
남 ....
여 그래?
남 아직 끝난 거 아니잖아. 나도 좀 있으면 졸업할거고..
취직도 할 거고. 그렇게 되면, 다시 정식으로 인사하자.
여 ......그럼 허락하실까?
남 그렇게 만들어야지....
(M) 사랑해 - 스윗소로
여 그 사람이 틀렸다.
그가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하고.
우리가 인사를 갔을 때.
어머니는 예전보다 더욱 냉랭한 얼굴이셨고.
더욱 차갑게 얘기하셨다.
단 한번도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그리고 그의 마음도 곧 변할 거라고 하셨다.
곧... 지칠 거라고.
그런데도
이 길고 끝나지 않는 싸움을 계속 할 거냐고...
(M) 핑클 - 루비
(E)걸어가는데, 뒤에서 탁탁탁 쫓아오는
남 은서야...
여 ....어.
남 이렇게까지 나오실 줄은 몰랐어.
안 그런 분인데.. 왜 이러시는지 나도 모르겠다.
여 내가 그만큼 많이 싫으시니까.. 그런 거겠지.
남 기분.. 많이 나쁘지.
여 기분이 나쁘다기보단 좀 지쳐.
남 .....
여 너랑 그 약속하고 5년 동안.. 이 앙물고
한가지만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우리 둘 다 잘 사는 거 보여드리면
좋아질 거라고. 그 희망 하나 붙들고 살았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니까. 지쳐.
남 .......
여 그리고 너도 그럴거야.
남 ............
여 원래는 5년 전에 이 얘길 했어야 하는건데...
...........우리 헤어지자.
남 윤은서!
여 화내지 마. 너도 속으론 반쯤.. 포기하고 있었잖아.
난 이번이 두 번짼데도 이렇게 지치는데
넌 그동안 얼마나 어머니한테 시달렸겠니.
남 그래. 지쳐. 나도 많이 지쳤었어.
그치만 지친다고 포기하냐? 지친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하냐?
여 지치면 나중엔..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놔버리게 될걸?
그러는 건 싫어. 지금.. 놓기 싫은 마음으로.. 날 놔주길 바래.
우리 둘다 지쳐서.... 차라리 잘됐다 이러면서 헤어지게 되는 건
정말 싫어.
(M) 마주치지 말자 - 장혜진
여 모든 게 무자르듯 딱 잘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후로도 우리는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했다.
울면서 통화하고.
그 사람이 내가 다니는 회사 앞으로 찾아오고.
그러다 다시 헤어지고를 반복했다.
우리 집에서도, 나를 반대하는 별 볼 일 없는 집안에
날 보내고 싶지 않다시며, 다른 남자와 선 볼 것을
강요하셨고.
그렇게 떠밀리듯이 약혼까지 하게 됐다.
남 너 지금.. 그게 말이 돼?
여 이제 그만해. 우리 열아홉살 아니잖아.
남 그래서.
여 첫사랑도 끝났다구. 우리 할만큼 했어.
남 은서야.
여 나 두달 후면 결혼할 사람이야.
이제 그만 찾아와.
남 은서야.....
여 어머니 설득할 수 있겠어?
남 ........
여 그럼 어머니 포기할 수 있겠어? 안보고 살 수 있겠어?
남 ........
여 안되는 거야 우리. 이제 인정해.
(M) 어게인 - 스페이스 에이
여 다른 남자와 약혼식을 하던 날
나는 부모가 죽은 것처럼 서럽게 울었다.
당황하신 부모님은
내가 시집갈 생각을 하니 저러나보다며..
애써 무마하셨지만..
내 머릿속엔 온통 그 사람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
약혼식이 끝나고, 난 휴대전화에 남겨진 메시지를 듣게 됐다.
남 나다. 너 오늘.. 약혼식 한다는 소식.. 들었어.
결국.. 난 너를 지키지 못했구나.
너는 그동안 나를 참 든든하게 지켜줬는데.
앞으로.. 생일마다.. 어쩔 수 없이 난 너를 떠올릴거야.
그러다.. 지치면 잊어가겠지.
다른 남자들이 이런 말 하는 거 보면 참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상황이 되니까.. 할 말이 이거밖에 생각 안난다.
..행복해라.
(M)소주 한잔
/
임창정
여 그리고 그 밤.
나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편지 한 장 남긴 채
지방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혼자 살고 있는 친구 집에 찾아가
휴대전화도 꺼놓은 채 몇 달을 보냈다.
당연히 파혼 당했다.
그리고, 다시 서울에 올라왔을 때.
난 친구에게
그 사람이 결혼을 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울면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 날이 계속됐다.
(M) 다비치 - 미워도 사랑하니까
여 3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동네에 조그만 화장품 가게를 차리게 됐다.
장사가 잘되진 않았지만
그저 내 밥벌이 정도 하면서 지냈다.
다 편해졌다고 생각하면서도
신혼부부의 모습을 보면
문득문득 그도 저렇게 살고 있을까..하는 마음에
가슴이 아파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내 생일이 다가왔다.
(E)딸랑 들어가는 종소리
여 가족들이 서울로 온다고 해서
작은 케익이라도 사려고 제과점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 남자가 케익을 고르는 뒷모습을 보게 됐다.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사람이 돌아보는데.
백번도 넘게 꿈꾸던.. 그상황이.. 내게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남 .....윤은서..
여 ...................어... 어.... 오랜만... 그래.. 오랜만이야...
남 .....
여 그런데 우리 동네엔.. 어떻게... 왔어?
아 그러니까... 내가 이동네 살거든.. 여긴 어쩐 일이야...
남 너도 오늘 생일이지..?
여 그렇지... 알잖아.
남 잘 살아?
여 .......그렇지... 넌?
남 ......
여 (애써 웃음) 너 결혼했다는 소식.. 들었어.
남 그랬구나.
여 어.. 애는? 애기도 있어?
남 ........
여 하긴.... 아직은 신혼이니까. 아 맞다. 내가 가게문을 열어놓고 깜박하고 나왔네. 그럼 잘 가...
(E)문열고 나가는
(E)걸어가는데, 쫓아나오는 소리
남 윤은서.
여 (울음 참고) 어..왜?
남 결혼했다는 소식까지만 들었어?
여 어?
남 니가 약혼 깼다는 소식 듣고.. 나도 결혼 못했는데.
그 얘긴 못 들었어?
여 ..........(떨리고) 어?
남 니가 너무 꽁꽁 숨어버려서, 너 찾느라 진짜 고생했는데
그런 얘긴 어디서 못들었어?
여 ........
남 우리 어머니도 이제 다 허락하셨고. 나는... 오늘 겨우 너 찾아서...
생일 축하해주려고 여기온건데..... 그런 얘기도 못 들었지?!
여 난.... 난.......
여 눈물이 나서, 목이 메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거리에 선 채 우리는 창피한 줄도 모르고
엉엉 울었다.
너무 기쁘면, 너무 행복하면,
정말 눈물이 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M) 주제음
* 사연의 주인공 정란씨는 첫사랑 그남자와 결혼해서
아기 낳고 잘 살고 계신다고 합니다.
어머님은 예전 일을 미안해하시면서, 지금은 모녀지간처럼
잘 지내고 계신다고도.....
2008-02-27(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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