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405 화 - 옆집 여자

(M) 주제음 너만을 느끼며 / 더블루 (feat. 티파니&수영)

(E)  치카치카 양치하는

남     아침. 출근 준비는 늘 부산스럽다.

        반쯤 뜬 눈으로 양치하고.

(E) 푸카푸카 세수하는

남     세수도 하고.

(E) 징 면도하는

남     밤새 자란 수염을 깎고.

(E) 토스트 툭 튀어나오면

남     토스트 하나를 입에 문 채

(E) 대문 열고 나오는

남     대문을 나서면서 배달돼 있는 우유를 꺼내 마시며

        지하철 역으로 향한다.

        지하철 역까지 15분. 그동안 아침 식사를 끝내는 것이다.

        오늘은 아침에 중요한 회의도 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봐야 할 자료도 급히 챙긴다.

(E) 또다른 대문 열리며 누군가 나오는

남     순간 멈칫한다.

        806호 여자다. 하필 오늘처럼 스타일이 엉망인 날.

        그런데 그녀 역시 급했나보다.

        사과를 입에 물고 문을 잠그고 있다.

        아직 덜 마른 머리는 촉촉하다.

남     안녕하세요.

여     예? 아..예.

(M)    샴푸의 요정/ 이승철

(E) 두 사람 걸어가는 소리

남     그래도 오늘은 운이 좋으려나보다.

        그녀와 함께 출근하게 됐으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함께 출근하는 건 아니다.

        약 20미터정도 떨어져서 걷고 있으니까.

        그녀는 앞에서.

        나는 뒤에서. 그렇게 말이다.

(E) 또각또각 잘 걸어가다가 아야 하고 넘어지는

여     아.... 아우 이게 왜 갑자기 부러지구.... 아야....

(E) 뛰어가는

남     괜찮으세요? 

여     네... (했다가) 아니요.

남     구두굽이 완전히 부러졌네요.

여     그르게요.

남     안 다치셨어요?

여     네... (했다가) 아니요. 실은, 발목을 좀 접질린 것 같아요.

남     순간.. 갈등을 해야 했다.

        오늘 아침엔 중요한 회의가 있다. 부장님은 물론 이사님도

        참석하는 회의다. 시간에 늦으면 안된다.

        하지만 그녀가 다쳤다. 구두굽도 부러졌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 아닌가보다.

(M)    너는 내 운명/ 하하

(E) 뛰어오는 소리, 거리 소음

남     많이 기다리셨죠.

여     아니에요.

남     여기 구두 고쳐왔구요. 이거... 파스....

        그런데 파스로 될까 모르겠어요.

여     괜찮아요. 많이 다친 거 아니니까...

남     그래두 조심해야 돼요. 이거 바르고 많이 움직이지 말고

        꼭 찜질하라고 하던데요. 계속 아프면 병원 꼭 가보구요.

여     감사합니다. 바쁘실텐데....

남     바쁘다. 많이 바쁘다. 지하철은 포기하고 택시를 타야 할 것 같다.

여     저는 여기서 택시 탈께요.

남     그러실래요? 제가 잡아 드릴께요. 어느 쪽으로 가세요.

여     종로요.

남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택시가 없다.

        열심히 뛰어다니며 택시를 잡고 있는데. 뒤에서 그녀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     응 자기야. 나 출근하다가 넘어졌어. 구두굽도 부러지구...

        응... 우연히 옆집 사람 만나서 그 사람이 도와줬어. 너무 걱정 마.

(M) 새 / 싸이

남     회의엔 늦었고, 발표는 엉망이 됐으며. 기분도 최악이다.

        왜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을 했을까. 그것도 애.인.있.는. 여자한테

        말이다. 애인 있는 여자 얼굴엔 애인이 있다는 표식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괜히 짝사랑 같은 건 하지 말게 말이다.

        그리고 사흘 후. 저녁.

        좀 일찍 퇴근해서 야구 중계 방송을 보고 있을 때였다.

(E) 텔레비전 소리 

(E) 띵똥.

남     누구세요?

여     네. 806호에요.

(E) 걸어가는. 문 여는

남     (떨떠름) 네. 안녕하세요.

여     쉬시는 데 방해드린 거 아니에요?

남     아뇨..뭐... 그런데 무슨...

여     요전날엔 정말 감사했어요. 바쁘셨을텐데...

남     뭐... 옆집 사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그랬어야죠.

여     암튼 너무 감사해서요. 이거 별 건 아니구... 포돈데요.

        달고 맛있길래.. 드셔보시라구 가져왔어요.

남     ...네. 감사합니다. 잠깐만요. 접시 가져다 드릴께요.

(E) 좀 걸어가고

여     (약간 멀리서) 야구 보시나봐요?

(E) 접시 싱크대에서 씻는

남     네. 야구 좋아하세요?

여     저는 아닌데. 제 남자친구가 좋아해서 자주 봐요.

(E) 걸어가는

남     접시 여?습니다.

여     네... 어떤 선수 좋아하세요?

남     저는 뭐 특별히 좋아하는 선수는 없는데...

여     저는 이용규 선수요. 저번에 올림픽 때 보고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너무 멋있지 않아요? 얼굴도 잘 생기구... 딱 제 이상형인 거 있죠.

남     생각보다 수다스럽다. 얼굴은 단아하게 생겨가지구.

        그리고 자세히 보니까. 얼굴도 뭐 엄청나게 이쁜 건 아니다.

        피부에 주근깨도 좀 있는 것 같고. 눈도 짝눈이다.

        그래. 내가 사람 잘못 봤다. 깨끗이 정리하자.

(M)    콩깍지 / 성시경 

남     난 마음을 정리했다. 아니 정리하려고 했다.

        그걸 방해한 건, 그녀 쪽이었다.

        얼마 후. 한밤중에 출출해져서 편의점에 가서 라면과 계란을

        사가지고 오는 길이었다.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806호 앞에 누군가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서.

        자세히 보니 그녀였다.

        깨끗이 정리한다고 했지 않았나... 라며 돌아서려 했으나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E) 가고

남     저기요... 이봐요....

여     네? 아.... 안녕하세염.... 근데 누구시져? (취한)

남     .... 저 807호에요.

여     아... 안녕하세여...

남     왜.. 이렇게 계세요. 집에 안들어가시고...

여     열쇠를 잃어버렸나봐요. 열쇠가 없네... 어떻게 들어가나....

        들어가야 되는데.... 클났네 이거...

(M)    시작/ 박기영 (acoustic ver.)

남     절대 나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녀에게 양해를 구한 뒤 핸드백을 뒤져 봤지만

        정말 열쇠는 나오지 않았고. 그녀는 찬 바닥에서 잠이라도

        잘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음을 접었지만

        그대로 두면 안되는 거 아닌가. 입 돌아갈 지도 모르고...

        그래서.. 그녀를 일단 우리집으로 데리고 왔다.

        침대에 눕혀놓고 나니

        솔직히....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찬물에 세수 한번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피씨방에서 날밤을 새웠다.

        다음날 아침. 이제 갔겠지... 싶어 들어갔는데

        그녀는 아직까지 자고 있었다.

        화장은 다 번지고. 머리는 떡지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노력하지 않아도 마음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여     (일어나는) 어.... 아 머리야.... (하더니 벌떡 일어나는 듯)

        여기가 어디... 어머! 왜 여기 계세요? 지금 뭐하시는건데요?

        어우 기막혀! 뭔 짓을 한거냐고요 나한테!

남     한때는 저 여자 때문에 가슴이 설?는데.

        지금 저 여자는.. 실성한 팬더곰 같다.

(M)    She is / 클래지콰이 

-----------------------1부 끝 -------------------

*잠시 후 2부 -

여     저..정말이죠? 아무 짓도... 아니 그러니까 아무 일도

        없었던 거죠?

남     저랑 같이 피씨방 가실래요? 아니다 여기 카드 영수증 있어요.

        피씨방에서 일곱시간 있었다는 거.. 보여드려요?

여     아니에요. 됐어요.

남     무슨 술을 그렇게 드셨어요...

여     암튼 죄송해요. 가볼께요.

남     우유라도 마시고 갈래요?

여     아뇨. 출근해야죠.

남     오늘 토요일인데.

여     아... 그렇구나. 뭐 암튼 가 볼께요.

(E) 비틀대며 가다가 꽝 넘어지고

여     아야....

남     (한숨 쉬고) 괜찮아요?

여     네... (하다가) 아니요....

        (울먹) 혹시 밥 있어요? 속이 텅 비어서 더 어지러운 것 같아요.

(M)    해석남녀 / 쿨

(E) 냄비 뚜껑 여는

남     드세요.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지만.

여     네... (먹는) 맛있네요. 밥도 잘됐고. 요리 잘하시네요.

남     된장찌개 정도로 무슨 요리씩이나요.

여     여러 가지로 죄송해요. 저번부터 너무너무 신세만 지구...

남     그런데 뭐 무슨 일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죠? 아니...

        술을 너무 드셔서 혹시나 싶어서요.

여     일은요 무슨. 가끔 술 먹고 막 엉망으로 취하고 싶을 때

        없으세요?

남     저는 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요.

여     그러시구나. (김치 먹고) 김치도 직접 담그신 거에요?

남     아뇨. 어머니가 보내주셨어요.

여     집이 지방이세요?

남     네.

여     나두 그런데.

남     이 오피스텔 사는 사람들 거의 지방 사람들일걸요?

여     제 남자친구 어머닌요. 그것도 싫대요. 제가 지방 출신인 거요.

남     네?

여     지방대 나온 것도 마음에 안든대요. 우리 부모님 직업도 별로라

        그러시고. 내 직장도 마음에 안든다 그러시구. 내가 결혼하면

        회사 그만두고 대학원 가고 싶다 그랬더니 깜짝 놀라시구....

남     ......남자친구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

여     그럼요. 대단하죠. 제가... 10년 제 뒷바라지한 사람도 버리고

        선택한 사람인데요. 대단하죠. 대단해야죠.

(M)    애인있어요/ 이은미

(E) 커피 따르는

남     이제 속 좀 괜찮아요?

여     네... 밥을 먹어서 괜찮아진건지... 아니면 속을 좀 털어놔서

        괜찮아진건지.. 모르겠지만요.

남     남자친구는 뭐라 그래요? 어머니가 반대하시는 거에 대해서?

여     끝까지 싸우겠다고 그러죠... 말로는.....

        그런데 벌써 지친 것 같아요. 눈에 보여요 그게.  

        나랑 있어두 늘 불안해 보이는 걸 뭐. 하나도 즐거워보이지 않구.

남     그래도 괜찮아요?

여     괜찮아요. 그 사람이 헤어지자고 하지 않는 한...난 절대 먼저

        헤어지자고 안 할 거니까.

남     왜요?

여     그 사람밖에 없어요. 날 일곱평 짜리 오피스텔에서 구해줄 사람은.

        나를 대학원 보내주고. 날 좀 더 나은 삶으로 인도해줄 사람은...

        그 사람 뿐이에요.

남     오늘... 야구하는데.....

여     네?

남     오늘요. 은서씨가 좋아하는 야구 선수... 이용규 나오는

        경기 한다구요. 잠실 구장에서....

여     제 이름 어떻게 알았어요?

남     네?아... 어제 열쇠 찾다가... 사원증 있던데요?

여     아....

남     이름 같은 건. 아주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할 순 없었다.

(M)   한남자 / 김종국

(E) 야구장 소음

여     아 정말 시원해요. 속이 뻥 뚫리는 것 같구요.

남     맥주 마실래요?

여     술은 사양이에요. 지금도 약간 울렁거려서.

남     그럼 컵라면은?

여     완전 좋죠.

(E) 후루룩거리며 먹는

여     봉덕씨라 그랬죠?

남     네.

여     여자친구 있어요?

남     ....없어요.

여     왜요? 봉덕씨 정도면 좋은데?

남     일곱평짜리 오피스텔에 살잖아요.

여     ....!

남     맞벌이 해야 돼요. 결혼해도.

        와이프 대학원 보내는 것도 좀 생각해 봐야 되구요. 

여     .......

남     뭐... 은서씨가 그랬듯이

        나도 지금껏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이 정도잖아요.

        그러니까 좋아하는 여자가 없는 거 아닐까요.

(M)   눈물나는 날에는 / 김연우

(E) 대문 열고 나오는

남     좋은 아침.

여     네. 안녕하세요,

남     일곱시 삼십분. 언젠가부터 우리는 약속이나 한듯이

        그 시간에 집을 나섰고.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길을

        함께 했다.

(E) 걷는 소리

여     샌드위치 먹을래요?

남     땅콩 뺐어요?

여     저번에 질색 했잖아요. 뺐어요.

남     가면서 커피 살께요 내가.

여     15분만 일찍 일어나두 우아하게 아침 먹고 나올 수 있는데.

남     내 말이요.

여     나 어제 남자친구한테 헤어지자 그랬어요.

남     ....헤어지려고 결심했어요?

여     여자 맘을 이렇게 모르셔서 어떡해. 초강수를 둔 거죠.

        계속 그렇게 미적대면 진짜 떠날 수도 있다는 메시지요.

        여자가 헤어지자는 건, 진짜 헤어지자는 얘기가 아니라구요.

남     ..... 어렵네요.

여     뭐가 어려워요.

남     여자 마음이요. 좋아도 싫다 그러고. 헤어지기 싫은데 헤어지자

        그러구... 

여     진심을 알면 어렵지도 않아요. 저 여자가 왜 그런 말을 하는가....

        한번만 더 헤아려보면요.

남     솔직하게 말하면 그럴 필요 없잖아요.그게 뭐 어려워요?

여     그게... 정말 어려운 거에요. 여자한텐.

(M)    소망/ 애즈원

(E) 지하철 도착하는 소리

남     전화 왔어요?

여     .......

남     안왔어요?

여     ........

남     안 왔구나...

여     약올려요?

남     아뇨.

여     그런데 왜 매일 물어봐요?

남     벌써 일주일째잖아요. 전화 안 온 거.

여     그래서요?

남     은서씨 마음은 헤어지기 싫어서... 진짜 헤어지는 건 피하려고

        헤어지자고 그런건데.... 그 사람은 몰라주는 것 같네요.

여     .....

남     내가 뭐랬어요. 그런 건 어렵댔죠.

        남자들은 그런 거 몰라요. 헤어지기 싫으면.... 나는 너랑 헤어지기

        싫다.... 그렇게 말해야지... 알아먹어요.

여     그 사람은 봉덕씨랑 달라요.

남     .....

여     봉덕씨처럼 착하거나 순진한 사람 아니에요.

        그동안 버텨왔던건.... 그나마 날 그만큼 좋아했기 때문이었을 거에요.

        ......나도 눈치는 채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사람이.... 기회만 엿보고 있다는 걸.....

        나를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다는 걸....

        그래도...... 조금은 바랬는데....

        나를 잡아주기를.....

        진짜 너무하지 않아요? (울먹) 기회는 이때다....하는 것처럼

        막 도망가잖아요. 어쩌면..... 전화 한통화 안해요?

        1년을 만났는데..... 나랑 헤어지고 술 한잔 안마시나봐요.

        남자들은 맘 없어도 술 마시면 전화 한다던데....

        그런 것도 안하잖아.

(M) 소주 한잔 - 임창정

(E) 텔레비전 소리

남     그날 저녁. 혼자 야구 중계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데

        그녀 말이 떠올랐다.

        남자들은, 맘 없어도, 술 마시면, 전화하고 싶어한다는.

        조금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다.

(E) 전화 버튼 누르는

여     여보세요.

남     깜짝 놀랐죠. 그 사람인 줄 알고.

여     아니거든요?

남     뭐해요.

여     그냥.... 영화 봐요.

남     야구 중계 하는데?   

여     이제 야구 안 봐요.

남     ...... 지하에 맥주집 하나 새로 생겼던데.... 갈래요?

        오늘까지 이벤트 기간이라 안주가 무조건 9900원이던데....

(M)    너의 곁으로 / 이승기

(E) 맥주집 소음, 잔 부딪히고 마시는

남     열쇠챙겼죠?

여     그 얘기 좀 그만할래요?

남     아니... 나는 태어나서 첨 봤거든요. 그렇게 인사불성된 여자.

여     아우 그만 해요 좀.

남     그래도 아침보단 기분 좋아보이네요.

        난 아침에... 지하철 안에서 그렇게 울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거 봤죠. 다 나를 아주 나쁜놈으로 보는

        눈치였어요.

여     ..... 요즘엔 아주 수도꼭지에요.

        아무데서나 눈물이 막 나구....

남     많이 좋아했나봐요.

여     많이 기대했나봐요 그 사람한테. 나한테 새로운 삶을

        가져다 줄거라구. 새로운 삶 같은 게 어딨겠어요.

        다 욕심이지.... 욕심을 부렸다가 뜻대로 안되니까 억울한 거겠죠.

        못된 욕심 부려서 벌 받는건가....

남     .... 왜요. 사람 마음 다 똑같죠.

        아닌 척 하는거지.... 다.. 더 갖고 싶고....

        노력보다 더 큰 걸 얻고 싶고.... 다 그래요. 다 똑같아요.

        뭐가 못돼요. 그럴 수도 있지....

        노력 안해본 것도 아니고.... 죽어라 노력했는데

        원래 갖고 태어난 사람 발끝도 못 쫓아가는 것 같을 땐

        그런 욕심... 들지 않겠어요?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는....

(M)    사랑일뿐야 / 이기찬 & 김태영

(E) 복도 걸어오는

여     잘 마셨어요. 담번엔 내가 살께요.

남     잘 자요.

(E) 달그락 문 열다가

여     저기요. 봉덕씨.

남     네?

여     봉덕씨 참 좋은 사람이에요.

남     ......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여     네?

남     그 말 그대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여도 돼요?

        여자 마음을 제대로 읽으라면서요.

여     (웃고) 그대로 받아들여요.

남     ..... 그럼 나도 노력하면 돼요?

여     .....네?

남     내가 은서씨에게 좋은 사람이라면....

        일곱평짜리 낡은 오피스텔에 월세로 살고

        월급의 70%는 저금해야 해서 맥주 한잔 마실 정도밖에

        여유가 없고....

        당장 결혼한다고 해도 맞벌이를 해야 하는

        못난 남자지만....

        희망을 갖고 노력을 해도 되겠냐구요.

(M)    화려하지 않은 고백 / 이승환

남     그날 은서는 대답 대신 애매한 표정만 남기고

        문을 닫고 들어갔고. 다음날부터 7시 30분에 나오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난 혼자 출근하게 됐고.

        15분 동안 그 길을 걷는 시간엔 몹시 후회했다.

        왜 그랬을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술기운이었을까.....   

        그녀에게 난 말도 안되는... 아무 가능성 없는 남자라는 걸

        잘 알면서.... 왜 그랬을까.

        이젠 좋은 옆집 남자로도 남을 수가 없게 돼 버렸다.

(M) 좋은 사람 / 토이

남     그리고 며칠 후.

(E) 띵똥 벨소리

남     누구세요?

(E) 문 열고

남     어... 은서씨...

여     포도 좋아하잖아요. 포도가 남아서...

남     ....고마워요.

여     요즘 회사에 일이 많아서 일찍 출근하거든요.

남     ....아 그랬구나...

여     그런데 왜 전화 안해요?

남     네?

여     아니 뭐.... 사람이 매일 그 시간에 나오다가 안 나오면   

        전화해볼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남     ....그렇죠.

여     아니... 내가 전화를 기다렸다는 게 아니라...

        이웃간의 인심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이렇게... 응? 과일이

        있으면 나눠 먹기도 하고..... 늘 보이던 사람이 안 보이면

        좀 어디가 아픈가... 응? 전화해 볼 수도 있고....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잖아요?

남     ....그러니까요. 제가 잘못한 것 같네요.

여     (신경질적으로 웃고) 아니에요. 누가 잘못했대요?사과받재요?

        그런 건 아니고..... 그렇잖아요? 사람이.... 사람 마음 심란해죽겠는데

        이상한 소리나 해놓고... 그래놓고 아무 연락도 없으면....

        안그렇겠어요? 아...나 내가 뭔 소릴 하는거야...

        저기요. 암튼 나 앞으로도 7시 반에 못나가요.

        그러니까 궁금해도 전화하지 마세요. 아... 왜 이렇게 더워.

(E)통통거리고 가더니 문 쾅 닫는

남     난 못읽을 줄 알았다. 여자 마음 같은 거.

        그런 건 절대로 안 보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 말대로, 진심을 읽고자 하니

        보였다. 난 내일 아침 더 일찍 일어나

        그녀 집앞을 서성일 것이고. 함께 출근을 할 것이다.

        그래도,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녀의 이야기는.

(M) 주제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