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이야기 12
어디서부턴가 파도에 밀려 모래사장으로 올라온 부러진 나무를 본다.
파도에 치이고 바위에 깎이고 모래에 쓸려서 상할대로 상한...
하지만 곧 큰 파도가 오면 쉴 틈도 없이 또다시 바다로 떠내려가겠지...
그러다 얼마후 어느 바닷가, 어느 모래사장에선가 조금더 야윈 모습으로,
조금더 힘든 모습으로 잠시 쉬어가고 있는 저 나무를 볼 수 있겠지.
난 잠시 저 나무가 불쌍한 생각이 들어 좀더 위로 옮겨 주고 싶었지만,
이내 저 나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아 그대로 두었다.
내 맘도 그와 같기에
'너'라는 큰 파도를 보낸후, 언젠간 더 크고 힘센 파도가
날 다시 저 바다로 데려가 주기를...
내 맘도 바다에 있기에
'너'라는 큰 파도보다 더 큰 파도만이 닿을 수 있을 만큼만
모래위로 올라와 있어야 한다고...
너보다 더 큰 파도란 세상에 없을줄 알았는데...
2003-08-0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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