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4일 (월) / 제 224 회

MBC「심야스페셜」<지리산 시인, 이원규>

지리산 곳곳을 오토바이 하나로 누비고 다니는 지리산 생활 6년차
인 이원규 시인. 얼마전 네 번째 시집을 낸 그는 경찰 오토바이를 
연상케하는 커다란 오토바이를 몰고 다녀서 '오토바이 타는 시
인'으로 더 유명하다. 그런 그에게는 지리산에 오기 전 '기자'라는 
꼬리표가 하나 더 있었다. 한 신문사의 교열기자로 시작하여 시사
월간지의 창간멤버로까지 활동했던 그는 지난 98년 어머니가 돌아
가신 후, 서울 생활 10년만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곳 지리산을 
찾았다. 

섬진강 앞의 한 흙집. 벙어리 할아버지가 살았었다는 이곳이 이원
규 시인의 다섯 번째 집이다. 6년전 지리산에 오면서 이원규 시인
은 큰 계획을 하나 세웠다. 지리산의 수많은 골짜기에 한번씩 살아
보겠다는 것. 그래서 그는 1～2년에 한번씩은 군불을 때는 빈집을 
찾아 이사를 다닌다. 

이렇게 산 속의 빈집에 기거하다보니 이원규 시인에게는 돈 쓸 일
이 많지않다. 그의 한달 수입은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를 해서 받
는 원고료 20여만원이 전부. 그런 그가 유일하게 욕심을 내는게 있
으니 바로 오토바이다. 오토바이를 타면 바람과 한몸이 되어 자연
을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다보니 주머
니에 오토바이 기름값만 있으면 그는 세상이 행복하다. 

여행을 떠날 때에도 그에게는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 오토
바이를 타고 길을 가다 독특한 이름의 마을이 나오면 잠시 쉬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나무가 보이면 그날은 신발을 베개 삼아, 오토
바이 커버를 침낭 삼아 나무 밑에서 노숙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틈만나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다보니 지리산에 온 후로만 오토바
이로 20만 킬로미터를 달렸을 정도다. 

누구나 한번쯤은 욕심없이 속세를 떠나 자유롭게 생활하는 '무욕
의 삶'을 꿈꾼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그렇게 살아가기란 그리 쉽
지 않다. 이번「MBC 심야스페셜-지리산 시인 이원규」편에서는 
지리산 생활 6년차 이원규 시인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그의 모습
을 통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진정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본다. 

제 1 부,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매년 지리산 골짜기마다 빈집을 찾아다니는 시인 이원규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피아산방(彼我山
房)-너와 나의 경계를 허무는 곳'이라고 부르는 이원규 시인. 이러
한 그에게는 살고 있는 집 외에 '이승의 집 한 채'가 또 하나있다. 
그의 보물 1호인 오토바이가 그것. 오토바이로 지리산 골짜기 곳곳
을 다니면서 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공포의 마실단'을 조직
해 지리산을 누비고 다니기도 하고, 실상사의 수경스님을 만난 후
로는 환경운동에까지 뛰어들었다. 올해로 지리산 생활 6년차에 접
어든 이원규 시인, 그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