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가장 큰 ‘5등급’ 허리케인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뉴올리언스. 사망자
수만 1,000명이 넘고, 50만 뉴올리언스 시민은 모두 이재민이 되었다. 거리 곳곳엔
아직까지 치워지지 않은 시체들이 있고, 약탈과 방화, 총격전까지 벌어지며
마치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폐허의 도시 뉴올리언스. 유일 초강대국 미국은 카트리나로
인해 그 치부를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 최고의 부를 자랑하면서도
한편으론 국민 절대다수가 빈곤한 나라, 타국의 인권을 위해 전쟁을 불사한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흑백차별이 온존한 나라, 그 아메리카의 그늘을 조명한다.
▶ 뉴올리언스는 준계엄상황
미 정부는 뉴올리언스에 5만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계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을
조성했다. 그리고 약탈자에 대한 사살권까지 부여했다. 그러나 물과 식량,
생필품 등의 부족으로 시달리는 이재민들은 생필품 확보에 나섰고, 시내 곳곳에서는
‘약탈자들은 사살될 것’이란 경고 문구에도 불구하고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총격전이 수시로 벌어진다. 방위군들은 동네를 샅샅이 수색해서 잔류흑인들을
강제소개 시키고, 내몰리는 흑인과 방위군 사이의 긴장감 도는 대치상태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허리케인 후 총기판매는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자신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총을 쏠 준비가 된 백인들. 이곳에서 흑인들은 전부가 잠재적인
범죄자일 뿐이다. 취재진이 만난 어느 백인 유력인사는, “나쁜 사람은 흑인이다.
나는 그들로부터 재산을 보호해야하고, 언제든 총을 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하는데...
▶ 허리케인 속 흑과 백
뉴올리언스 인구의 67%는 흑인. 이 중 3분의 1은 절대빈곤에 시달린다. 잔류자의
대다수는 이들 흑인들로, 해수면보다 낮은 뉴올리언스 시내에서도 가장 저지대에
위치한 동쪽빈민가에 산다. 이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주 당국의 수차례 대피명령에도 불구하고, 차량 등 대피할 수단과 경제적
여력이 없던 이들은 허리케인의 최대 희생자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흑인 빈민들은
구조에서조차 뒷전으로 밀렸다. 부시 행정부의 늑장복구로 물이나 식량 없이
며칠간을 다락이나 옥상에서 버티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려야 했다. 전기도 수돗물도
없이, 곳곳에서 시체가 풍겨내는 악취를 맡으며 참혹한 생활을 하고 있는 흑인들...
그들은 지금도 갈 곳이 없다. 3달러 95센트가 가진 전부라고 울먹이는 흑인여인의
절규를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반면, 뉴올리언스 내 부유한 백인들만
산다는 생 찰스 스트리트. 침수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는 이곳은, 우리 돈으로
30~50억에 달하는 호화주택이 즐비하다. 이들은 허리케인이 상륙하자마자 이스라엘
특공대 출신의 사설 경비원을 고용해 집을 지키게 하고, 이미 대도시의 호텔로 피신해
생활하고 있는 상태이다. 또 돈 많은 백인들은 이번 기회에 한 몫 잡겠다며 투기에
나서고 있다. 연방정부가 도시의 복구에 거액들 투자할 것에 대비해 침수지역 주택에
대한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그들에게 이번 재앙은 떼돈을 벌 수 있는 다시없는 호기이다.
▶ 패권주의국가 미국의 예고된 재앙
참사 직후, 부시는 “누구도 둑이 무너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형 허리케인이 뉴올리언스를 강타할 것이란 시나리오는 충분히 예견되었다.
국립허리케인센터는 제방이 붕괴될 가능성도 수차례 경고했지만, 위험은 무시됐고,
예산은 삭감됐다. 당연히, 연간 수백억 달러의 돈을 이라크전쟁에 쏟아 붓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거센 반전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자연의 재앙 앞에서 “제
나라 국민이나 지켜라”며 절규하는 흑인들. 그리고 그 흑인들 때문에 못 살겠다는
부유한 백인들. 허리케인이 발가벗겨 놓은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치부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