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결혼가족 2세의 교육문제는
출생과 동시에 시작된다. 특수교육 전문가는 외국인 엄마의 언어적 한계나
부적응이 유아의 언어발달과 성장에 커다란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데...

국적불명의 외계어를 웅얼거리는 A(6세,남),
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신발을 집어던지고 울부짖기 시작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돌변해 떼를 쓰는 아들 때문에 매일 매일이 전쟁이라는 엄마.
태국에서 한국의 농촌으로 시집온 엄마는 아이의 문제가 자신의 서투른
한국말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더 열심히 말을 배웠는데....
지난해 소아정신과에서‘반응성 애착장애’진단을
받은 B (8세,여). 심각한 언어장애와 자폐증세로, 장판을
뜯어먹는 등의 이상한 행동도 보였다.
제작진이 찾아간 집에는 아이는 없고 엄마 혼자
외부와의 접 촉을 피한 채 살고 있었다. 필리핀에서
시집와 생활고와 남편 의 외도, 차별과 무시에 지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증오와 분노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딸을 필리핀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들어봤다.


한국보다 10년 정도 앞서 외국 여성들을 아내로
맞이하기 시작했던 일본의 농촌 역시 국제결혼이 동반한 여러 가지 문제는
사회적으로 큰 숙제였다. 언어의 한계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결혼이민여성들이 우울증에 시달려 자살하거나 도박에 빠지는 등의 극단적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MBC스페셜에서는 일본 농촌의 남성과
국제 결혼한 2000명의 한국 여성들이 살고 있는 야마가타현을 찾아가봤다.
89년 읍장의 주선으로 야마가타현
토자와 마을로 시집온 이순호 씨. ‘조센징’이라며 무시하는 시어머니와
말 안 통하는 설움에 힘들었지만 지금은 시의원 출마 제의까지 받을
정도로 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 지역의 관광명소가 된 ‘고려관’의
직원으로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는 이 씨의 성공은 결코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일찍부터 일본의 지역사회는 민관이 함께
결혼이민여성의 적응을 위한 준비를 해 왔다. 민간단체에서는 일본어
교실을 운영하고, 각국의 언어로 된 의료보험 안내서를 만들었다. 지방정부는
정기적으로‘다문화공생회의’를 열어 그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등 체계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

지난 봄 하인즈 워드의 방한으로 혼혈인에 대한
차별과 냉대를 반성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과연 혼혈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은 얼마나 사라졌을까?
MBC스페셜은 한국국제이해교육학회 (고아라 교사)와 공동으로
초등학생과 학부모 각 500명에게 혼혈인에 대한 의식 설문조사를 해
보았다.
조사 결과 아직도 한국 사회는 혼혈인을 나와는 상관없는
존재이며 한국인으로, 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방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의 절반이 ‘혼혈인의 문제는 나와 멀다’고
대답했고 혼혈인과 내 아이가 결혼해도 좋다고 응답한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학생의 경우 95%는 혼혈인 친구를 반장으로 뽑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30%가 넘는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 둘 중의 하나가
외국인이면‘한국인이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에 재학 중인 혼혈아동은
현재 약 8000명 정도.지난해에 비해 30%가 증가한 수치다. 전북
무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내년도 입학 예정자 50%가 혼혈아동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주여성의 적응을 위한 한국사회의
노력은 이제 2세들의 교육문제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부산의 민간단체가
혼혈인아동을 위한 초등대안학교인 아시아공동체 학교를 설립하고, 전북교육청에서는
국제결혼가정의 교육문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온누리안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순혈주의를 강조한 교과서의 문장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혼혈아동의 교육을 위한 각종 지침서도
제작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2005 국제이주여성
실태 보고서>의 책임 연구자인 전북대 설동훈 교수는 “이미
한국은 다민족 사회”라고 말한다. 혼혈인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단계가 아니라 당장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시점에
선 한국 사회. 전문가들은 차별과 불만이 쌓이면 유럽의 인종 폭동도
남의 나라 일로만 여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우려를 내비치는데..
국제결혼부부의 이혼율이 한국인의 2배에 달하고 결혼이민여성의
절반 이상이 극빈자층인 현실. 혼혈아동들은 경제적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다..‘한국인’이 분명한 이들을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끌어안기 위해 제도적 뒷받침과 의식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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