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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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삼규,2005-09-20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을 가다

그날이 오기를 꿈꾸며 

“개마고원의 ‘개’자도 꺼내지 말라우!”

북한 민화협(민족화해협의회)측과 북한관련 프로그램 아이템 논의를 할 때마다 개마고원에 관한 프로그램을 제작하자는 MBC에 북한측이 보이는 민감한 반응이다. 그러다가 결국 3월15일 밤 11시10분부터 1시간 동안 개마고원에 관한 자연다큐멘터리가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을 가다>라는 제목으로 남북을 통틀어 처음으로 MBC 전파를 탔다. 실로 남북이 분단된 지 52년만의 일이다.

이 프로그램이 기획되기까지는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본사에서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의욕적으로 제작해온 라디오본부 최상일 부장이 북한에서 불려졌던 민요도 사라지기 전에 수집하고자 노력하던 중, 북한관련 전문가인 중국의 심양에 살고 있는 조선족 동포 전정환 씨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최상일 부장의 소개로 당시 프로그램의 책임프로듀서를 맡고 있던 이여춘 부장이 직접 전씨를 만나 개마고원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을까 하는 의사를 타진하였고, 전씨는 가능할 것 같다며 한번 알아보겠노라고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그 후 별다른 연락이 없어 무산된 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1년이 다 지나서야 연락이 온 것이다. 개마고원에 관한 사계절의 풍광과 야생동물을 담는 자연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이 가능하니 계약을 하자는 것이었다.

촬영은 북측의 문화성 소속 조선기록과학영화촬영소 자연다큐 촬영팀이 담당하고 무엇을 촬영할 것인가는 상호 협의하겠지만 남측 제작 관련자는 개마고원에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계약 후 중국으로 날아가 북측에서 보내 온 자료를 토대로 구성한 아이템을 제시하고 개마고원의 풍광과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촬영팀의 활동 뒷모습까지 촬영해 주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어미새의 사랑>을 비롯한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등 필자가 제작한 다수의 프로그램을 갖고 가 촬영하는데 참고하도록 주고 왔다. 며칠 후 중국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신의주에서 담당 연출가를 만나 사흘 동안 테이프를 모니터하며 얘기를 나눈 바 MBC가 제작한 프로그램처럼 촬영하기는 어렵지만 자신들도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인 만큼 죽기 살기로 촬영하겠노라는 전언이었다.

몇 개월 후 겨울 장면을 촬영한 첫 테이프가 도착했다. 도착 즉시 모니터를 한 결과, 어딘가 촬영이 불안하고 내가 요청한 장면이 보이질 않는다. 그렇지만 남쪽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야생동물인 불곰이 촬영돼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잡다하게 이것저것 촬영하지 말고 불곰이나 표범 등 남쪽에서는 볼 수 없는 한, 두 종류의 야생동물을 사계절에 걸쳐 집중적으로 추적 촬영해줄 것을 주문했다(이 팀은 이미 1999년 개마고원 와갈봉에서 한국표범을 촬영한 전력이 있는 팀이었다). 왜냐하면 이 녀석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숨겨져 있던 개마고원의 비경이 드러날 것이며 이를 추적하고 촬영하는 제작진들의 활동이 드러나면서 재미있는 다큐멘터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빨리 우리 MBC 촬영팀도 개마고원 현장에 가서 북측 촬영팀과 같이 촬영을 하거나 이것이 불가하다면 필자라도 북측 촬영팀과 같이 동행 촬영했으면 하는 제안을 했지만 절대 불가라는 회답만 받고 말았다.

두 번째 봄여름을 촬영한 테이프와 세 번째 가을 장면을 촬영한 테이프가 도착한 후 나는 위와 같은 일이 무리한 요구란 것을 알게 됐다. 그렇지만 테이프 속에 담겨 있는, 이미 남한에서 멸종된 표범, 불곰, 스라소니, 늑대, 여우, 그리고 2000여년이나 살고 있는 금야은행나무,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주목 등 아직도 자연 그대로 살아 있는 원시림과 신기한 돌강, 아름답고 깨끗한 부전호, 장진호 등을 보면서 정말 놀라고 말았다.

나는 자손만대로 보존해서 남겨야 할 자연유산을 포옹하고 있는 이 개마고원을 처음으로 소개한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 한편으로 어딘가 허전한 생각이 드는 것은 우리가 직접 그 곳을 돌아다니며 제작할 수 없어서였는지 모르겠다.

그런 날이 오기를 꿈꾸는 것은 정녕 나만이 아닐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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