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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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삼규,2005-09-30

 

저어새의 꿈

 

까만 주걱 같은 입을 가진 하얀 새. 얕은 개울이나 물 빠진 갯벌에서 새우나 작은 물고기를 이 주걱 같은 입을 좌우로 내저어 잡아먹는다고 ‘저어새’라고 이름 붙여진 천연기념물 제 205호.

부리와 얼굴이 검어서 ‘검은 얼굴의 댄서’로, 북한에서는 ‘검은뺨저어새’라 불리기도 한다.? 기록에 따르면 저어새는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새였다고 한다.?그러나 오늘날 현재, 저어새는 단지 동아시아 지역에서만 700 여 마리만 살아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런데 이들 멸종 위기에 처한 세계적인 희귀새가 바로 남ㆍ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서해안 비무장지대에 있는 무인도의 틈새에서 번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3 년밖에 되지 않았다.??특히 강화도 교동도와 멀리 북한 쪽 황해도 연백군 사이로 건너다보이는 역섬에서는 최대 60 쌍의 저어새가 번식하고 있는 것이 관찰되어 서해안 최대의 번식지로 알려졌다.

또한 몇 년 전 여름철 홍수 때 북한으로부터 떠내려온 황소를 구사일생으로 구출해 내 남한의 암소와 혼인을 시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경기도 김포군 한강 하류 한 가운데 군사분계선상에 있는 유도에서는 20 여 쌍이 번식하고 있는 것이 관찰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강화에서 서쪽으로 30Km 정도 떨어져 있는 석도 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쌍이 번식한 것으로 관찰되었다.

저어새는 주로 갯벌에서 부리를 저어 먹이를 잡아먹기 때문에 나무에 앉아 있기에는 매우 불편해 보이는 다리 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바위섬 암벽 사이에서 번식하고 있었으나 유도에서는 나무 위에 둥지를 짓고 있어서 무척 특이해 보였다.

세계적 희귀종인 저어새가 남ㆍ북이 대치하고 있는 서해안 비무장지대의 무인도에서 번식하는 것은 이 곳들은 사람을 비롯한 천적들의 간섭이 거의 없고 썰물 때 드러나는 방대한 갯벌에 풍부한 먹이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 인간이 접근할 수 없음을 어떻게 알았을까 참 신통하기도 하다.

그런데 위의 섬 중에서 접근이 가능한 섬은 석도인데 이 곳도 휴전 이후 민간 선박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민간인 통행금지 구역에 있다. 그러므로 이 곳에 들어가려면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2000년 5월 말, 우선 민간인 통행금지구역인 관계로 국방부의 허가를 득해야 함은 물론 이 해역을 지키고 있는 해군 인천방어사령부, 그 상급부대인 해군 2함대사령부, 석도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해병 연평부대의 허가를 얻는 데만도 족히 한 달이 걸렸다. 게다가 그 허가조건도 무척 까다로워 차라리 가지 말라는 말과 똑같았다.

즉, GPS(위성추적항법장치)와 레이더를 장착한 배를 이용해야만 허가를 내줄 수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침에 석도에 들어가 오후 5시에 철수하라는 것이었다. 아침 9시에 출발하여 부지런히 달려가도 3시간이 족히 걸리는데 도착하자마자 얼마 안 있어?철수해야만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나마 위와 같은 장치를 모두 장착한 배는 별로 없을뿐더러 있다 해도 갈 수 없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것이었다. 지금이 바로 꽃게잡이 철인데 미쳤다고 그런 곳에 가냐는 것이었다. 꽃게를 잡으면 하루에 500만원은 너끈히 벌 수 있는데 하루 배 임대료 40만원 받고 어떤 미친놈이 가겠냐는 말이었다.

그래도 인천과 강화에 적을 두고 있는 배의 선주들을 만나 설득과 애원을 한끝에 지성이면 감천이랬다고 강화도 외포리에 적을 두고 있는 대양호 선장이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해서 가까스로 이 배를 타고 갈 수 있게 되었다.

어찌 이보다 더한 기쁨이 있으랴마는 커다란 기대를 걸고 숨차게 3시간을 달려 드디어 석도에 도착해 보니 이게 웬 일. 저어새 새끼들은 부화된 지 오래 된 듯 몸 크기가 이미 어미 크기만큼 자라 이리저리 날고 있었다. 이 정도 크기라면 이미 4월경에 부화가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그 전의 관찰 기록을 보면 이때쯤 포란 중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그 때보다 번식기가 2 달 정도 앞당겨진 셈인 것이다.

그리하여 한 번도 기록된 적이 없는 저어새의 번식생태를 촬영하기 위해 1년 후를 다시 기약해야만 했다.

올해는 년 초부터 미리미리 준비를 하였다. 우선 국방부 정훈담당관을 직접 만나 강화와 석도를 왕래할 필요 없이 석도 바로 옆 우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 우도중대 막사에서 야영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 내었다.

그리고 강화군청 소속의 행정지도선에 편승할 수 있도록 인천광역시 담당관과 강화군청 담당관의 협조를 얻어 냈다.

그리하여 4월말쯤부터 포란에서 새끼 기르기까지 저어새의 번식생태를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저어새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일본 조선대 생물학과 정종렬 교수가 학술 연구 목적으로 북한의 저어새 번식지인 평남 온천군 덕도에서 촬영한 화면도 있기는 하다.

물론 정 교수의 자료 제공으로 본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는 하나 8mm 홈비디오로 촬영한 관계로 화질이 많이 떨어진다.

북한의 평북 대감도, 서감도, 평남의 덕도 등 그리고 남ㆍ북한 사이의 서해안 비무장지대 무인도 등지에서 번식한 저어새들은 10월쯤 한국의 서해안 갯벌이나 중국 동부해안의 갯벌을 따라 내려가다 11월에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베트남 등으로 날아가 월동을 하게 된다.

대만의 남부 타이난( 臺南)시의 쳉웬강 하구에 있는 치구 지역은 저어새 월동지로서 유명하다. 약 450 여 마리가 모여 이 곳에서 겨울을 나는데 이 지역 일대는 수많은 양어장이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이 곳은 저어새가 살아가기엔 천혜의 장소인 것이다. 그러나 양어장 주인에게는 저어새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월동차 찾아오는 저어새를 쫓거나 해코지까지 하기도 하여 이를 보호하려는 정부당국과 환경단체와의 끝없는 마찰과 충돌을 일으켰었다.

그러나 정부당국과 환경단체가 어민들에게 합리적인 보상을 해주는 조건으로 저어새가 양어장에서 먹이를 섭취하는 것을 용인하게 되었고 지금은 이 곳이 유명한 저어새 자연생태 관광지가 되어 전세계적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물론 시의 상징새는 저어새(黑面琵鷺)이다. 그리고 환경단체에서는 저어새를 상징으로 이용한 상품과 도감, 엽서, 기념품, 인형, T 셔츠 등을 이들 관광객에게 판매한 이익금으로 어민들의 보조금으로 이용하거나 저어새 보호 기금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 곳에서는 저어새 서식지 주변에 멀찍이 설치된 조망대에서만 관찰 촬영이 가능하다. 서식지 가까이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한다 . 자칫 좀더 가까이 촬영하려고 접근하려면 주민들에게 어김없이 제지를 당하고 만다. 어떻게 보면 이 지역 주민들이 거의 다 저어새 보호요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역 환경단체에 소속된 자원봉사자들이 인근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수시로 찾아가 저어새의 희귀성 및 그 존재의 귀중함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저어새 순회 사진전을 열어 저어새에 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고취하고 있었다.

이러한 끊임없는 노력은 최근에 근처에 공단을 세우려는 정부 당국을 설득하여 그 건설 계획을 보류시키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7월 4일에 저어새의 번식지인 무인도를 포함한 각종 철새들의 집결지인 강화도 서쪽 갯벌 일대 1억 3천 6백만 평, 즉 여의도 면적의 50여배에 이르는 갯벌이 천연기념물 제 419호로 지정되어 그 개발이 제한되게 되었다. 저어새를 비롯한 이 곳에 모이는 철새들에게는 다행스런 일이기는 하나 이 곳을 생활 터전을 삼고 살아 온 주민들의 반발은 무척 거세다.

아무리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놓아도 이들이 서식하는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별 효과가 없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저어새 월동지인 대만의 쳉웬강 하구 치구 지역 주민들이 역설적으로 잘 보여준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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