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의 나라 일본>을 봐야하는 또 다른 이유"

「천황의 나라 일본」 노경희 작가의 말

오는 8월 7일(1부), 8월 8일(2, 3부), 8월 14일(4부), 8월 15일(5부)에 방송되는 "광복 60주년 특별 기획 - 천황의 나라 일본"을 담당하고있는 노경희 작가가  기고한 글이다.

비행기가 타고 싶어서 소년 비행병이 됐다가 자폭공격으로 산화한 17살의 특공대원 아라키 유키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사진은 출격 2시간 전에 강아지를 안고 찍은 사진이었다.  광복 60주년 특집 기획 <천황의 나라 일본>은 일본을 본격으로 해부하는 다큐인 동시에 국가, 혹은 절대적 권위가 강화됐을 때 인간의 자유와 존엄이 어떻게 제한되고 희생되는가를 보여주는 다큐다.

프로그램의 기획은 우리와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일본의 역사의식을 천황을 정점으로 풀어보고자 하는데서 비롯됐지만 일본 안에도 희생자들은 있었다.  그들은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희생자였다.

천황제의 부활이라는 미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자결한 천재 작가, 미시마 유키오, 신성한 천황의 사진을 지키기 위해 화염 속에 숨진 나까지마 교사, 패전을 믿지 않고 30년간 필리핀에서 상관의 명령만을 기다린 마지막 황군, 오노다 히로, 그리고 여성천황제의 볼모가 되어있는 천황의 4살짜리 손녀, 아이코 까지-

일본은 보이는 대로 봐서 알 수 있는 나라는 아니었다.  이미 천황의 권위는 다 사라졌다고 하지만 인터뷰를 청한 학자, 언론인중 몇몇은 천황에 대한 진솔한 인터뷰를 꺼렸으며 때론 변장을 하거나 장소를 옮겨가며 인터뷰를 한 이들도 있었다.  오늘날 일본의 황실 역시 대중을 지향하며 열린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 속내에는 인기에 편승해서 천황제 이데올로기를 유지 강화해가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광복 60주년 특집 기획 <천황의 나라 일본>은 본격적으로 일본을 해부한 다큐이지만 바로 그 속에 살있는 일본인들의 휴먼 다큐이고, 결국, 언제나 팽창하려는 국가와 이념, 조직을 견제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