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특별기획 <스파이스 루트> (2부작)
2008년 11월 7일 (금) 1회, 14일 밤 9시 55분 (금) 2회
“사람의 입맛(taste)이 문명의 연결과 변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아십니
까?”
동아시아에서 유럽에 이르는 두 문명을 연결시켰던 스파이스 루트(Spice Route : 향
신료의 길)는 실크로드와 함께 중요한 문명연결의 통로였다.
동남아시아 밀림에서 인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무역로를 가리키는 이
길은 인류 문명의 대변동을 추적하는 열쇠이자 맛이 인간의 역사를 구성해 온 증거
이다. 이 길을 통해 우리는 피비린내 나는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기록해 온 펜 끝
에 향신료의 알갱이가 숨어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주목받지 않았던 문명사 스파이스 루트를 조명하는 이유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
는 고추가 바로 스파이스 루트를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후추의 대용품으로 발견된 새
로운 향신료였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스파이스 루트에 대한 고찰과 함께 이제는
세계 1/4의 인구를 사로잡은 21세기의 향신료, 고추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와 미래를
전망해 본다.
1부 <스파이스, 역사를 만들어낸 맛>
- 중세 식탁 위의 명품, 향신료
“당신이라면 무엇과 바꾸시겠습니까?”
돼지 15마리, 노예, 승마용 말 3마리, 사파이어 반지 2개, 석공 장인 1년 치 월급.
사람들마다 다양한 답이 나오겠지만 중세시대 귀족들의 선택은 후추 한줌이었다.
서양 중세시대에 후추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것은 부의 상징이자 권력이었다. 사용
하는 향신료의 양이 신분을 나타내주었고 중세 귀족들의 식탁은 후추와 향신료의 과
도한 사용으로 장식되었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고가의 향신료. 그것은 중
세시대 최고의 인기 사치품을 넘어 중세 사람들의 권력과 욕망이었던 것이다.
- 스파이스 루트 위에 쓴 피의 역사
희망봉을 발견한 후 인도까지의 항로를 완성한 바스코 다 가마, 인도를 찾아 떠났지
만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세계 최초로 지구일주항해를 한 마젤란. 이 모
든 것의 출발점에는 향신료가 있었다.
스파이스는 고대부터 엄청난 이익을 벌어들였기 때문에 그 주인이 되기 위한 경쟁
이 치열했다. 후추 한 줌을 훔친 자에게 사형을 집행하고 가격유지를 위해 생산된 향
신료들을 불태울 정도로 탐욕의 대상이 되었던 스파이스. 향신료 작은 알갱이의 독
점을 향한 각국의 각축전에서 그 루트는 핏빛으로 물들었다.
- 스파이스의 지도를 바꾸다
1492년. 향신료를 얻기 위해 새 항로를 찾아 떠난 콜럼버스. 향신료의 나라 인도를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도착한 곳은 신대륙 아메리카였다.
그러나 콜럼버스가 발견한 것은 신대륙만이 아니었다. 여기서 콜럼버스는 또 하나
의 역사적인 발견을 했는데 그의 일기장에 적힌 ‘우리의 후추보다 더 좋은 향료’, 그
것은 우리의 입맛을 매료시킨 고추의 발견이었다.
이로써 값비싼 후추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세계에 매운맛 열풍을 일으킨 고추의 매
혹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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