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때나 지금이나 연하에게 고백받은 적은 없어요. 물론 연하와 사랑을 꿈꿔 본 적도 없고요.”

멀쩡한 20대 배우 수애(27)가, 진퇴양난에 빠졌으나 야구의 9회말 2아웃 상황처럼 역전을 꿈꾸는 서른살 여성의 초상을 연기한다.

그는 ‘에어시티’ 후속으로 14일 첫 전파를 타는 MBC TV 16부작 드라마 ‘9회말 2아웃’(극본 여지나·연출 한철수)에서 서른살 나이에 제2의 사춘기를 겪는 여주인공으로 나선다.

“드라마는 30대에 접어드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죠. 7회쯤 굳히기 타점을 뽑아내고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는 30대도 있겠지만, 대체로 그렇지 못하잖아요. 30대의 우리 모습은 어쩌면 9회말 2아웃에 놓여 있는지 모른다는 것을 빗댄 거예요.”

‘9회말 2아웃’은 어린 시절 소꿉친구인 난희(수애)와 형태(이정진)가 서른살을 나란히 싱글로 맞이하며 겪는 이야기다. 멀어져가는 청춘을 보고 있어야하는 서른살 여성의 통과의례를 경쾌한 터치로 그린다.

“난희는 삼류 출판사의 그저그런 직원이죠. 꿈을 쫓느라 20대를 허비한 탓에 경제력은 없구요. 내숭과 호들갑을 고루 갖춘 캐릭터지만 무슨 능력인지 여덟살 연하의 대학생 야구선수 정주(이태성)를 애인으로 두고 있죠.”

수애는 2004년 KBS TV의 시대극 ‘해신’ 이후 3년 만에 브라운관 나들이에 나선다. 그동안 보여줬던 정적이고 차분한 캐릭터와 정반대의 밝고 씩씩한 모습에 도전하는 셈이다.

“20살과 다른 느낌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는 하는데, 30살 때까지 해놓은 것은 없고 또 집에서 구박만 받고 그래서 세상을 두려워하는 역할이에요. 연기색을 바꾼다기 보다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싶어 드라마 출연을 결정했죠.”

수애의 상대 역은 지난 4월 군복무를 마치고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이정진. 그가 맡은 형태는 유명 광고대행사에 근무하며 여자에게 인기도 좋은 서른살 남자다.

“형태는 매사 자신만만하지만 알고보면 스물일곱살에 사랑하던 여자에게 버림받은 후 남몰래 상처를 다독이며 견뎌내는 캐릭터죠. 제가 맡은 난희와 어릴 때부터 친구로 지냈지만 둘은 만날때마다 옥신각신 싸워요.”

‘9회말 2아웃’은 편안한 친구 사이로 등장하는 수애와 이정진 외에 황지현, 이태성 등이 출연한다. 이들이 서른살에 겪는 사춘기와 사랑의 과정을 담는다.

“인생은 야구와 꼭 닮았다고 생각해요. 야구는 흔히 위기 뒤에 반드시 찬스가 온다고 하잖아요, 인생과 야구는 흐름의 미학이 꼭 닮은 거죠. 희망에 배신당하고 냉혹한 사회에 당황하면서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로 변해 9회말에 들어섰지만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야구고, 또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정동근기자 a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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