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 박효주│나도 이런 후배가 있었으면 좋겠다.

<에어시티>의 임예원, 박효주

이런 후배, 혹은 동료가 있으면 참 좋겠다. 맡은 일을 즐기는 동시에 잘 해내는 능력과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농담 한 마디로 분위기를 풀 수 있는 성격, 밤새 함께 술을 마시고도 정해진 시간이 되면 벌떡 일어나 새벽운동까지 마치고 출근하는 체력. 적극적이지만 지나치지 않고, 발랄하면서도 은근히 섬세한 태도까지 갖추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MBC <에어시티>에서 주인공 김지성(이정재)의 직장 후배로 국가정보원 공항 담당 요원인 임예원 역할을 맡은 박효주는 바로 그런 극 중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다. 선이 가느다란 고양이같은 인상이지만 싹싹한 성격과 끊임없이 반짝거리는 장난기 어린 눈매는 오히려 강아지에 가까운 느낌이다.

“연습할 때는 거울을 보지 않아요”

사실 <에어시티>에 출연하게 된 데에도 박효주의 씩씩한 성품이 한 몫을 했다. <에어시티>의 임태우 감독과는 2004년 베스트극장 <인비디아>를 촬영하면서 처음 만났다. “주인공 남자에게 살해당하는 과거의 여인으로 세 씬 정도 나오는 역할이었는데 대역 없이 하루 종일 제주도 절벽에 매달려 있으면서도 별로 힘든 줄은 몰랐어요. 그 때 감독님께서 ‘저 녀석, 힘 세구나.’ 하고 좋게 보신 것 같아요. (웃음) 오기 있어 보이는 게 마음에 드셨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인연으로 맡게 된 임예원이라는 캐릭터는 박효주의 말에 의하면 “처음 해보는 엘리트 전문직 여성”이라 너무 재미있단다. 잡지 모델을 하다가 2002년 영화 <품행제로>에서 공효진의 날라리 친구들인 5공주 가운데 하나로 연기를 시작해 다방 아가씨, 세탁소 직원, 매표소 직원, 미혼모 역할 등을 주로 해온 그에게 액션과 일본어, 심리학까지 공부해야 하는 이번 작품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원래는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 체력을 보고 뽑아주셨으니 잘 뛰어서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에 일찍 일어나서 조깅부터 시작했어요. 꾸준히 했더니 액션씬을 찍을 때도 체력에 보탬이 많이 돼요. 또, 예원이는 표정판독 전문가니까 표정과 얼굴에 관한 심리학책을 많이 읽어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앞으로도 계속 공부해 보려구요.” 하지만 생기발랄하면서도 튀지 않게 풍부한 표정들은 공부의 결과는 아니다. “초반에 이정재 선배님께서 ‘아주 사소하더라도 진실한 감정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지만 짜맞추고 정해놓은 표정이나 감정은 아무리 비슷해 보여도 거짓이기 때문에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많이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런 조언을 듣고 나서는 그냥 나 자신을 믿기로 했죠.” 그러면서 배운 자연스러움의 비결은 거울을 보지 않고 연습하는 것. “거울을 보면 ‘이 표정 지으면 못나게 나와서 안돼!’하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선을 긋게 되더라구요. 이제 그런 걱정은 안 해요.”

300번 넘어져도 300번 일어나기

어느덧 연기자로서도 7년차, 그동안 300번이 훨씬 넘는 오디션을 보았으니 떨어진 것도 300번쯤 된다는 박효주는 지금도 새로운 오디션을 보는 일이 즐겁다. “일이 없어서 1년 이상 방송이나 영화를 쉰 적이 있어요. 그동안 연기가 무엇일까, 내가 연기를 계속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계속 고민했어요. 소극장 연극과 학교 공연이었던 <신의 아그네스> 등은 저에게 꼭 필요한 숙제이기도 했지만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어요. 그 뒤로는 어떤 작품을 만나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라구요. 고마움을 안 거죠.” 천진한 얼굴 뒤에는 인생의 모토가 무엇보다 “잘 늙자”라는 애어른같은 면모도 있다. “잘 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제일 필요한 건 현재거든요. 현재가 어떤 미래를 만드는지 순간 순간 잊지 않고 사는 게 중요해요.” 진지한 인생철학을 한참 설파하더니 덧붙이는 한 마디. “지금 인상쓰고 살면 나이 들어서 눈이 이-렇게 찢어질지 모르잖아요.” 아, 저런 눈웃음이라면 눈가에 주름으로 남더라도 분명 사랑스러울 거다.

(글) 최지은 guilty@t-fac.com
(사진) 이원우 mcqueen@t-f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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