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일일연속극 <나쁜여자 착한여자>

일일드라마의 제목은 진화하지 않는다. 알아듣기 쉬운 단어로만 이루어진, 그러면서도 소재와 주제를 함축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제목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나 좋길래> 후속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첫 방송될 MBC 일일연속극 <나쁜여자 착한여자>(극본 이홍구·연출 이대영)도 크게 다르지 않다. 6년 동안 두 집 살림을 한 남자와 양쪽 가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는 기본 설정은 특히 “누가 나쁜 여자고 누가 착한 여자인지”를 미리부터 짐작케 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불륜, 혹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랑

각자 나무랄 데 없는 배우자를 두고도 부모의 반대로 헤어져야 했던 옛 애인과 6년째 몰래 만나고 있는 남녀, 남자는 둘 사이에 생긴 아이를 데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했고 여자는 애인과 재회해서 얻은 아이를 남편과의 사이에서 키운다. 아침 드라마나 금요 드라마로 더 적합해 보이는 상황, 그러나 <나쁜여자 착한여자>의 제작진은 “불륜이 중심이 아니라 다른 드라마들과 같이 사회적 제약이나 부모의 반대를 넘어 진정한 사랑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실제로 어떨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한지붕 세가족> <M> 의 이홍구 작가와 <굳세어라 금순아>의 이대영 감독을 비롯해 최진실, 이재룡 등 신뢰감 있는 중견 연기자들이 포진한 라인업은 일단 눈여겨볼 만하다.

 2007년 1월 1일 월요일 저녁 7시 45분, 120부 예정

 완벽하다고 믿었던 남편에게 6년간 속은 아내 이세영 - 최진실

“또 남편에게 배신당하는 역할이다. 나도 이제 사랑받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웃음). 세영은 부모형제를 모두 사고로 잃고 어머니 친구 손에 자라 그 아들과 결혼하는데 너무나 밝고 낙천적인 성격이라 시할머니, 시어머니, 시누이에 친딸이 아닌 남편의 자식까지 키우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착한 여자’다. 하지만 그렇게 믿고 사랑하던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쁜 여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완벽하게 나쁜 남자가 되지 못한 남편 송건우 - 이재룡

“의대 동창으로 사랑했던 서경과의 사이에 딸까지 낳았지만 양가 부모의 악연 때문에 헤어지고 세영과 결혼을 한다. 그렇다고 세영에게 못되게 구는 남편은 아니고 나름대로 잘해주지만 마음은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이자 아이의 엄마인 서경에게 가 있는 거다. 본인 스스로는 그걸 불륜이라 생각하지 않고 목숨을 건 절실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가족의 사랑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다.”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사랑 때문에 고통받는 여자 윤서경 - 성현아

“서경은 완벽하고 사리분별 정확해 보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무너지는 연약한 여자다. 그래서 행복한 가정과 다정한 남편을 가지고도 과거에 헤어졌다 다시 만난 건우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힘겨워한다. 일차적으로 나쁜 여자로 보일 수도 있지만 착해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어차피 나쁜 것과 착한 것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느냐다.”

자상하고 의리 있고 심지 굳은 완벽한 남편 김태현 - 전노민

“소규모 건축업을 하는 사업가로 투박하고 거친 성격이지만 사랑하는 부인 서경 앞에서는 꼼짝 못하는 남자로 부인의 불륜을 알고서도 가족들에게는 숨기고 자기 혼자 묻고 가려고 애쓸 만큼 속이 깊다. 촬영장에서 최진실씨가 자기는 ‘바보 1’, 나는 ‘바보 2’라고 놀리곤 할 정도다(웃음). 나중에 결국 이혼을 하게 되고 아이의 친자 확인 문제까지 겹치면서 많은 상처를 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비장의 카드는 역시 최진실이다. 데뷔 후 지금까지 대한민국 대표 똑순이 이미지로 특히 서민적인 캐릭터를 꾸준히 보여준 최진실에게도 <나쁜여자 착한여자>는 첫 일일극 출연이다. KBS <장밋빛 인생> 출연 당시 전속 계약이 걸려 있던 MBC의 배려 덕분에 연기 인생 제2막을 성공적으로 열 수 있었던 최진실이 한동안 침체되어 있던 위기의 MBC 일일극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눈꽃>에서 역시 두 집 살림을 하던 남편으로 출연 중인 이재룡, 영화를 통해 섹시하고 신비감 있는 이미지를 재구축한 성현아, <사랑과 야망>에서 다정다감한 성격의 홍조 역을 연기했던 전노민 등 주연 배우들의 무게감이 극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일 것이다.

 편성 시간대 변경으로 <나쁜여자 착한여자>의 경쟁 상대는 8시 25분에 시작되는 KBS1의 일일연속극이 아니라 7시 30분부터 8시까지로 전진 배치된 KBS2의 <인간극장>, 그리고 매일 달라지는 SBS의 저녁 시간대 프로그램들이다. 초반 기세만 잘 잡는다면 일일극 특유의 지속성을 살려 고정 시청자들을 끌고 갈 수 있을 듯.

(글) 최지은 guilty@cine21.com

(사진) 백가현 tomatoes7@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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