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0일(금요일) 경기도 양주시「大長今」오픈 세트장, 이날 최상궁과 한상궁의 경합이 벌어진 대비의 생신연회 장면의
촬영이 끝난 시간은 21일 새벽4시였다. 그런데 촬영을 끝낸 제작진과 주요 연기자들은 숙소가 아닌 지리산으로 향했다. 수라간에서 한상궁을
끝까지 지키려다, 궁에서 쫓겨나 작은 사찰에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 정상궁을 마지막 떠나보내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이 장면은 정상궁의
유골(遺骨)을 산 정상에서 날려보내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병훈PD는 이 장면에서 나레이션으로 표현될 정상궁의 유언이 극중 매우 중요한
명대사라며 이것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선 무리한 일정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이 장면에 많은 애착을 보였다.
나는
궁에서만 산 것이 억울하다. 그러니 나를 구름 위에 뿌려다오! 비가 되어 흘러 흘러서 여기도 보고 저기도 보며 세상
구경이나 하고 다닐란다.
21일 아침 지리산에 도착한 제작진은 쉴 틈도 없이 지리산 3대 고봉 중에 하나인 해발1507m의
노고단에 올랐다. 몸을 가눌 수조차 없는 강한 바람과 진눈깨비가 내리는 가운데 노고단 정상에 선 장금에게 이병훈PD는 증오와 분노를 뺀 한없이
착하고 선한 슬픔을 주문했다.
25일(화요일) 22부에서 방송될 이 장면은 노고단 정상의 급격한 기상악화로 배경으로 노고단의
운해(雲海)를 담는데는 실패했지만, 장금이 정상궁을 그리워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회상장면과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현재의 반복구성은 그 큰 슬픔과
그리움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특히 장금의 회상장면은 극적 슬픔을 배가시키기 위해 장금의 아역을 맡았던 조정은 양을 다시
불러 새롭게 촬영했다. 여기서 지금까지「大長今」에서 보여지지 않았던 장금과 정상궁을 이어준 감춰진 이야기가 소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