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제왕의 풍모를 지녔으나 총명함은 되레 화(禍)가 되어 되돌아왔다. 아비 선조의 사랑은 이복 아우 <신성군>에게, 왕위 서열로는 동복 형 <임해군>에게 뒤졌다. 문무를 익히고 인품을 쌓을수록 본인에게 해가 됨을 일찍부터 깨달았다.
선조와 함께 사냥을 나섰다가 운명의 여인 정이와 마주친다. 달랐다. 이제껏 보아온 사람들과는. 이 여자 앞에 고뇌하는 왕자일 필요가 없었다. 뻔뻔하게 타박 하질 않나, 치맛자락으로 감싸주질 않나.. 다시 보고 싶었다. 고독하고 답답했던 마음을 그 여자가 뚫어준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