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 베니스 입성ㆍ드라마 복귀로 `웃음`

남몰래 숨죽여 울다가도 큐사인만 떨어지면 활짝 웃어야 하는 것이 연예인의 잔인한 숙명이다.

1999년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의 주연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연기자 김민선. 지난 1년은 젊은 나이의 그녀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영광과 좌절이 극과 극으로 찾아든 시기였다.

그녀는 거장 임권택 감독의 낙점을 받아 출연한 `하류인생` 으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입성했다.

고급스런 이미지로 몇몇 대기업 CF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랑하던 어머니가 `하류인생` 촬영 직전 세상을 떠났고 소속사와 분쟁에 휘말리며 마음의 상처가 깊어졌다.

현재 그녀의 심경이 궁금했다.

7일 제61회 베니스영화제로 출국을 앞두고 실타래처럼 마음속이 복잡할 그녀를 서울 청담동 도산공원 앞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소속사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작품 얘기부터 꺼냈다.

그녀는 오는 10월 방송하는 MBC 주말극 `한강수타령` 으로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MBC `그대 그리고 나` 의 김정수 작가, 최종수 PD가 오랜만에 콤비를 이루고, 고두심 박정수 최민수 김혜수 김석훈 봉태규 등 초호화 캐스팅이 돋보인다.

MBC에는 야심작이고 시청자들에겐 기대작이지만, 김민선에겐 모친상 1주기 추모작으로서 의의를 지닌다.

"영화 `하류인생` 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이해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드라마는 생전에 어머니께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극중 상대인 고두심 선생님을 상대로 털어놓는 작업이 될 겁니다.

" 김민선의 배역은 고두심의 둘째딸 유나영. 가난한 집안 형편에 대해 항상 불만이 가득한, 신분 상승 욕구가 강한 인물이다.

최민수 봉태규와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93년 동일 작가의 MBC 드라마 `엄마의 바다` 의 고소영이 오버랩된다.

"연기 스타일, 이미지는 보다 긍정적일 겁니다.

극중 배역이 유쾌한 캐릭터여서 그간 우울했던 기억들을 떨쳐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이쯤에서 최근 그녀의 우울한 기억을 지배하고 있는 소속사 문제를 조심스레 물었다.

예상했다는 듯 담담하게 말문을 열었다.

"우선 안타깝죠. 인간적 신뢰를 금과옥조로 여겨왔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제가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하는 후회가 들었어요. 드러나지만 않았지 저와 비슷한 처지의 연예인이 많아요. 연예인들도 일한 만큼 정당하게 대우받는 시스템이 하루빨리 제도적으로 정착돼야 해요." 주제를 영화제로 돌렸다.

어두웠던 표정이 금세 환해진다.

"평소 좋아했던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설레요. 하지만 귀국하면 그저 영화제를 `한여름밤의 꿈이었다` 고 생각할래요. 영화제 생각에 도취돼 있다면 앞으로 배우로서 발전은 없을 테니까요." 얼마 전 감명 깊게 봤다는 DVD 제목처럼 `냉정과 열정 사이` 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철저한 프로의식이 번득인다.

"어느 분께서 `한강수타령` 출연에 대해 `영화배우로 인정받았는데 왜 드라마로 돌아오느냐` 고 묻더군요. 배우로서 제게 맞는 옷을 찾을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겁니다.



[2004.9.7 (화) 헤럴드경제 권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