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전 15살 광고모델로 데뷔해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주역으로 출연해온 그는 최근 영화 <얼굴 없는 미녀>에서 연기변신을 시도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엔 한국방송에서 장희빈 역을 맡기도 했으나 ‘김혜수 표’ 드라마라고 하기엔 아쉬운 점이 많았다.

김혜수 스스로도 반쯤 겸손을 섞어 “자꾸 햇수는 불고 이제는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서…”라며 말끝을 흐린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미덕은 솔직한 자신감. 그런 그가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불만을 살짝 털어놨다. “시도 때도 없이 섹스 어필 하는 여자라는 말도 들어요. 하지만 전 타고나길 ‘유순한 여자’로 태어났죠.” “직장에선 당찬 커리어우먼으로, 집에서는 잠옷 차림의 흐트러진 모습으로, 똑똑해야 할 땐 똑똑한 척, 비굴해야 할 땐 비굴한 여자로, 드라마 속에서 실제 김혜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대본 본 지 3시간 만에 나가기로 했다는 문화방송 새 주말드라마 <한강수타령>(10월2일 첫 방송)에 나올 자신의 모습에 대한 설명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김혜수는 자신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더 인간적이고 친근한 새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일단 제작진은 최고로 꾸려졌다. <전원일기> <엄마의 바다> <그대 그리고 나> 등에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 김정수 작가가 대본을 쓰고, <수사반장> <사랑과 야망> <여명의 눈동자> <그대 그리고 나> 등 최고 히트작을 터뜨렸던 최종수 피디가 연출을 맡았다. 고두심, 최민수, 김석훈, 김민선, 박한별 등 김혜수 외 출연진도 만만치 않다. 이전 주말드라마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던 문화방송의 의지도 최고 수준이다.

이 드라마에서 김혜수는 생선을 팔아 두 딸을 키워낸 과부 고두심의 맏딸 가영으로 나온다. 잡지사 기자로 맏딸 노릇을 톡톡히 하며 오랜 연인 김석훈, 냉소적인 바람둥이 최민수와 삼각관계를 엮는다. 어머니와 두 딸을 축으로 사랑이야기가 전개된다.

김 작가는 “김혜수의 당당하고 예쁘고 건강한 모습이 너무 좋아 예전 문화방송 드라마 <짝>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싶다”며 “드라마는 ‘엄마 세대’가 어떻게 이 세월을 살아왔는지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대 한국방송 새 주말드라마 <부모님 전상서>는 김수현 작가가 쓰고 김희애가 주연으로 나와, 작가와 연기자끼리의 선의의 경쟁에도 관심이 쏠린다.

[2004.9.29 (수) 한겨레 김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