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 배운다는 자세로 임할 것"

글을 잘 쓴다는 것을 빼면 딱 울 엄마다. 다소 수다스럽고 얼굴 잔주름마다 웃음기를 머금어 후덕한 면도 엿보인다. 작가 스스로도 `천상 아줌마`임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예전 어머니들은 자식이 집을 나가면 꼭 밥을 해 아랫목에 보관해 두곤 했죠. 나가서 자식이 밥 굶지 말라는 심정으로요." MBC 새 주말극 `한강수 타령`의 김정수(55) 작가는 이제 어머니의 마음으로 글을 쓴다. 1960, 70년대 어려움을 겪었던 어머니 세대가 자식에게 타령 한자락 들려주는 심정이다.

"제가 가족 이야기 말고 쓸 게 있겠어요. 제 드라마의 영원한 주제죠. 가족이 아닌 다른 주제로 글쓰는 건 제 분수를 넘어서는 일이죠." `전원일기`를 시작으로 `엄마의 바다` `그대 그리고 나` `그여자네 집`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쓴 드라마는 모두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색깔 있는 작품`을 쓰는 젊은 작가들, 특히 `아일랜드`의 인정옥 작가 같은 후배들의 작품을 높이 평가한다. 그에 비해 자기 드라마는 촌티 난다고. 그나마 이번 드라마는 캐스팅이 너무 화려해 그 촌스러움이 상쇄되는 것 같단다.

"최민수를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참 많이 느껴요. 나중엔 최불암 씨처럼 한국의 아버지 이미지를 갖출 수도 있는 배우인데…. 그저 카리스마의 대명사로 불리는 게 안타깝네요." `엄마의 바다`를 함께 하며 최민수만이 가진 외로움, 비일상적 면모를 보고 대성할 것임을 예상했다고 한다. 김혜수와는 일한 적이 없지만 그녀가 출연했던 `짝`과 같은 드라마에서 그녀의 건강함에 반했다고 한다. `양식 있는 드라마`를 만들기 원하는 작가는 그런 생기 있는 건강함을 사랑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고 행복해 하기 때문이다.

"김수현 선배랑 같은 시간대 경쟁해야 하는데 왜 부담이 없겠어요. 그저 한 수 배운다는 자세로 써야죠." 동 시간대에 타 방송사에서는 김수현의 드라마를 내보낸다. 지난 번 만났을 때도 "살살 좀 써주세요"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발랄한 50대 아줌마의 애교 넘치는 엄살에 불과하다. 가족 드라마에 관한 한 그녀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다.

그녀는 두 대학생의 엄마다. 가족을 기르고, 가족을 쓰는 저 베테랑 아줌마가 TV를 보는 또 다른 가족들에게 어떤 감동을 가져다 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2004.9.30 (목) 헤럴드경제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