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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한강수타령으로 안방 복귀
◇이미지 1 = 순둥이

오랜만에 현대극을 하게 됐다며 신이 났다. 99년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이후 항상 사극(‘장희빈’)이나 시대극(‘국희’)을 했다. 왜 이렇게 오랜만일까 싶었는데 의도적이었다고 한다. 당시 토크쇼 STV ‘김혜수 플러스유’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화려한 이미지가 강했다. 연기자는 캐릭터로 통해야 하는데 쇼프로를 진행하면서 김혜수 자체의 캐릭터가 너무 많이 드러났다. 그래서 화려하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줄이고 할 수 있는 연기를 찾다가 보니 시대극이었다.

“그런데 나, 이미지 왜 이렇게 강하지?” 스스로 묻고 또 대답한다. “자기주장 굉장히 강하고, 건강하고, 시상식장에서는 ‘용감하고’, 토크쇼에서는 화려한… 이런 이미지 때문인가?”

하지만 사실 김혜수는 ‘강성’은 아니다. 개성 강하고 드센 사람, 화 잘 내는 사람은 싫다면서 “나는 유순한 편”이라고 자신의 성격을 말한다. “이미지가 강해 보이니깐 최민수씨와 극중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을 두고 주변에서는 ‘둘이 진짜 볼 만하겠다’고 해요. 하지만 사실 난 순둥이예요. 떨려죽겠어요.” 최민수와는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에서 같이 MC를 맡았고, 88년 영화 ‘그 마지막 겨울’도 같이 했다. 하지만 그 이후 호흡 맞추기는 처음이다. “어릴 땐 오빠가 그렇게 ‘무서운’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나를 많이 귀여워해 줬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컨셉트로 오빠 앞에서는 귀여운 척하면서 위기(?)를 모면해야지 하죠.(웃음)”

‘귀여운 척’이라고 하니 바로 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할 당시 그의 청순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미지 2 = 속 깊은 여자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한강수타령’을 선택한 이유는 대본이 너무 좋아서란다. 최근 영화 ‘얼굴 없는 미녀’를 마치고 한숨 돌리려 했던 그다. 하지만 대본 1회분을 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자신이 맡은 가영역 뿐만 아니라 극중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마음에 와 닿았던 것. 어머니로 나오는 고두심과 포스터를 촬영하던 이야기를 하면서도 목이 메인 그다.

“포스터 촬영 때 (고두심이) 생선장수 모습을 하고 계시는데, 엄마 모습이 보여서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촬영하면서도 어머니 생각과 언니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한다. 고두심을 보면서는 어머니를, 장녀인 가영을 연기하면서는 자신의 언니를 마음에 그린다. “우리 언니는 아직도 내가 아니면 자기 옷도 안 사요.”

김혜수의 어머니는 ‘얼굴 없는 미녀’를 20번도 더 봤다. 각종 모임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을 이끌고 극장을 찾았다. “사실 엄마가 이해할 영화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나 기분 좋으라고 문자로 ‘어머 이번 회는 매진이다’라고 보내주곤 했어요.” 그런 어머니를 생각하는 김혜수의 마음은 속 깊은 딸의 모습 그대로다. “이번 드라마는 엄마가 좋아할 것 같아요. 효도가 다른 게 있나요. 연기 잘 해서 ‘딸내미가 연기 잘하네요’라는 소리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다른 기혼 연기자나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그 속에도 진부하지 않은 어른스러움이 묻어나온다. “결혼한 연기자나 친구를 보면 다른 인생으로 접어든 게 맞구나 싶어요. 좋은 여자 같은 느낌, 나보다 다른 무언가를 더 가지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같이 있으면 내가 가질 수 없는 분위기, 여유가 있어서 부러워요.”

그럼 왜 결혼을 안 하는 것일까. 아기도 너무 좋아하고 결혼 안 하겠다는 생각도 없다. “5년 후에는 하겠죠. 마흔을 넘기면 자신없어요. 하지만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서 하고 싶어요.” 아직 짝이 없는 게 이유일 뿐이다.

◇이미지 3 = 섹스어필에 관한 오해

김혜수 하면 글래머 혹은 섹스어필 이미지가 무엇보다 강하다. 하지만 자신이 시도 때도 없이 섹스어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상황에 따라 섹스어필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실 난 몇 번 안 했거든요.” CF출연도 ‘농협’광고처럼 건강하고 착실한 이미지가 많았다고 설명한다. 그래도 그의 자태에서 뿜어나오는 섹스어필의 매력은 도저히 감춰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각종 시상식 때 김혜수가 입고 나오는 과감하고 화려한 의상에 그의 이미지를 굳히려 한다는 것, 순간의 모습이 다른 모든 이미지를 덮어버린다는 것은 그만큼 섹스어필이 다른 무엇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라는 의미다.

“시상식 때 이미지가 워낙 강하니깐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 시상식에서의 의상은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출하는 것은 아니에요. 가장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순간을 표현하고 싶을 뿐이죠. 배우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섹스어필 이미지로 고정되는 것이 싫다면 안 그러면 될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그런 눈치는 보고 싶지 않아요”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누드집을 냈으면 하는 연예인 1위라는 이야기도 왕왕 들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 한 번의 제의도 받은 적이 없다. “시상식 때 살짜쿵 보는 게 더 좋지 완전 노출이 뭐 매력이 있겠어요”라는 깜찍한 대답으로 누드에 대한 의혹을 일축한다. 어쩌면 이러한 자신감이 김혜수의 모든 이미지를 대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0년만 어리면 어린 남자 연기자들 중 누구와 연기하고 싶냐고 묻자 “원빈도 예쁘고, 강동원도 예쁘고... 똑같죠 뭐. 시청자들 눈하고. 하지만 10년씩이나 젊어야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지금도 나 할 수 있어요！(웃음)”



[2004.10.4 (월) 스포츠서울 조성경 기자]




2004-10-0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