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단지 그녀라면 뭐든지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지구를 맡기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필자의 머리 속에 깊이 각인된 김혜수는 연예계의 소문난 독서광이며 달변가, 또 의리파다.

연기자 김혜수를 수식하는 단어는 극히 제한적이다. 당당하다, 섹시하다, 건강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겉모습 때문에 잠시 간과하고 있는 매력이 있다. 바로 지적이고 연기 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점이다.

85년 CF 모델로 연예계에 첫걸음을 내딛은 그녀는 큰 눈망울과 깨끗한 이미지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첫영화 "깜보"를 통해 정식 데뷔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예쁜 얼굴은 오히려 실력을 가려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만회할 기회는 많았다. "사모곡"을 통해 브라운관에 진출하며 팬들에게 인형같이 예쁘기만 한 김혜수가 아닌 무서운 루키로 각인 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필자는 지금까지 그녀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젊은 느티나무"를 꼽는다.

소설 '젊은 느티나무'를 읽으며 과연 해맑고 청순한 '숙희' 역할을 누가 하면 좋을까

하는 캐스팅 디렉터적인 발상 끝에 가장 먼저 떠올린 이름이 김혜수였다. 그리고 이 소설이 영상화되었을 때 과연 필자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필자는 김혜수의 어머니와 친하다.

첫눈에 봐도 연예인 못지 않은 미모를 자랑하는 그는 상냥하고 시원한 성격의 소유자로 김혜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이기도 하다. 엄하신 어머니 때문인지 그녀는 유독 야한 영화 출연을 자제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섹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번번이 노출이 심한 배역을 거절한다.

하지만 일년 중 단 한차례, 그녀가 과감해지는 시기가 있다. 바로 연말 연기시상식에서다. 아카데미의 할리우드 여배우 못지 않은 화려한 메이크업과 파격적인 의상은 연예프로그램과 신문의 1면을 차지할 정도로 화제가 된다. 그녀의 화려한 외출은 1년에 단 한번이라는 희소성때문에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수상자보다 사회자인 '김혜수'를 보기 위해 채널을 고정하는 팬들을 만들어 내면서 특별함을 부여하게 된다.

얼마전 개봉한 영화 "얼굴 없는 미녀"에서는 데뷔 이래 처음 강도 높은 노출신을 선보였다. 또 과연 김혜수라는 찬사가 터져 나올 만큼 개성 있는 연기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스크린 뿐이 아니다.

MBC 새 드라마 "한강수타령"을 통해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오는 그녀에게서 물씬 완숙미가 느껴진다. 시원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온 김혜수 덕분에 올가을에는 TV 볼 맛이 날 것 같다.



[2004.10.4 (월) 연예영화신문 제 69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