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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내누님`억척어멈 다됐네
(::고두심,주말드라마 '한강수타령'주연::)

배우 고두심은 그의 나이를 감안하든 안하든 미인계보에 속한다.

달걀형 얼굴에 오밀조밀한 윤곽이나 다소 날카로워 보이는 눈빛 이 그렇다. 실제 그는 연기생활중의 주요한 배역과 거리가 있지 만 경계성 성격장애 환자인 재벌집 딸로 출연해 ‘잘났어 정말~ ”(사랑의 굴레·정숙역)이라는 대사를 유행시키며 중년배우도 ‘섹시할 수 있음’을 증명키도 했다.

그런 고두심이 요즘 한국 대표 맏며느리(전원일기)도 모자란지 아예 한국 대표 어머니로 변모해가고 있다. 원래 영화나 브라운 관의 한국형 어머니는 ‘미인형 계보’와 거리가 있다. 천연 미 인인데다, 중년에도 여인의 향기가 분명한 배우를, 세상사에 시 달리며 시난고난 앓아온 ‘에미’로 부르는 것은 좀 부담스럽지 않은가.

그러나 고두심은 KBS 정연주 사장이 ‘내가 사장이 된 후 나온 가장 자랑스러운 드라마’라는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끝없이 희생하고 결국 치매에 걸리는 어머니 영자를 비롯, ‘때밀이? 목 욕관리사라 불러라, 이년아’를 일갈하는 다혈질 어머니(영화 ‘ 인어공주’), 차멀미 때문에 수천리를 걸어 딸의 결혼식에 참석 하려는 노파에 가까운 촌어머니(영화 ‘먼길’, 개봉예정) 등 조 금씩 다른 배역으로 ‘한국형 어머니’에 안착했다.

브라운관에서도 MBC TV주말드라마 ‘한강수타령’과 KBS 1TV아 침드라마 ‘그대는 별’에서 모두 억척스러운 어머니역을 맡았다 . 아직 화사한 정장이나 우아한 한복의 중년여성역이 적격일 듯 한 그에게 왜 ‘알록달록한 몸뻬-질퍽한 바닥의 장화’로 분장한 이런 역이 몰리나?

“내가 배우라지만 워낙 촌사람(제주)이니까 알게 모르게 촌티가 나는 거겠죠. 고향여자들은 억척스러워요. 척박한 곳이라 어렸 을 때 살기 힘들었어. 근면하지 않으면 못먹고 사는, 다 배어나 오는 거지 뭐.”

무슨 역을 맡겠다거나 무슨 쪽으로 변해야 한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고 그랬다. 그저 한 배역이 끝나면 어떤 역이 돌아올까 . 어떤 ‘거리’가 주어질까로 살아왔지 이렇게, 저렇게를 의도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이제 나이도 됐고 하니까 어머니역이 주어지는 거겠죠. 그래도 전에 ‘인어아가씨’에서 남들은 나이를 말하며 정보석-고두심 이 무슨 어머니-아들이냐하는데 저는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내 아들로 나온다면 아들이려니 하다보면 몸에 익어요.”

물흐르듯 무리없이 산다는 그의 말이 브라운관 모습중 일면과 겹 치는 듯하기도 한다. 한창 촬영중인 MBC 주말드라마 ‘한강수타 령’의 제작진이 KBS ‘부모님전상서’ 방영소식으로 긴장감이 감도는데 반해 오히려 주요배역을 맡은 그는 담담하다.

“두 양반(김수현, 김정수) 작품은 어쨌든 어거지가 없어. 요즘 젊은 드라마, 너무 어거지가 많아. 시장촬영 나가면 경기가 나빠 서 그런지 1시간만 지나면 장사하는 분들이 짜증내요. 전에는 커 피도 주고 그랬는데, 그만큼 살기 힘들다는 증거예요. 사는 얘기 다룬 드라마만이라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시청자들이 한편을 못본다면 재방송이라도 찾아가면서 모두 볼 정도로, 두편 다 그 랬으면 좋겠어.”

그의 희망대로 될지는 불분명하지만 초반인 ‘한강수타령’중 눈 에 띄는 안착감을 보여주는 배우는 고두심 하나라는 것이 방송가 의 평가. 고두심만큼 드라마 초반부터 일정한 흡입력을 발휘하는 배우는 드물다고 했다. 드라마의 어머니가 오버랩되는 그의 실 제 생활은 어떨까. 장성한 딸과 아들은 모두 외국생활중이고 고 두심은 평창동에 산다.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아이들은 말로는 자랑스럽다고 그래. 하 지만 어머니 손이 필요할 때 못 잡아주었어요. 미안하고 미안해. ”

결국 물기가 흐른다. 헬스클럽은 남세스러워 가본 적이 없고, 아 침 6시 기상해 1시간 이상 걷는 것으로 체중을 관리해왔다는 그 가 현실에서 맡은 어머니 배역에 대해 들려준 짧은 독백이었다.



[2004.10.18 (월) 문화일보 이인표 기자]




2004-10-18(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