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한강수타령'(극본 김정수·연출 최종수)의 흑석동 제작현장에서 만난 김민선은 지금까지 그가 맡았던 역할에서 풍겼던 악녀 이미지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올초 영화 '하류인생'을 찍을 당시 돌아가신 어머니를 몹시 그리워한 평범한 딸의 모습이다. 때문에 김민선의 입에서는 '어머니'가 자주 등장한다.

어머니의 죽음이 그녀에게는 얼마나 큰 아픔이었을까. 영화 '하류인생'에서는 아이 낳는 장면을 찍으면서 어머니의 느낌을 받았단다. 지금까지 많이 힘들었기 때문인지 이제는 나름대로 감정을 표현할때 한이 스며든다. 그것도 가슴이 아니라 배에서 나오는 걸 느낄 정도다.

"극중 어머니 고두심 선생님을 보면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 나영 역할 하면서 가슴에 담고 싶은 응어리들이 다 풀어질 것 같아요. 아직도 엄마 사진을 보며 일기를 쓰지만 별나지 않은 그저 보통딸이예요."

그는 '하류인생'을 끝내고는 극중 '박혜옥'처럼 조용하게, 힘든 일이 있어도 혼자 참으며 살아왔다. 원래 성격은 영화속 순종여인 박혜옥에 더 가깝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 '한강수타령'에서 그가 맡은 역할 '나영'은 박혜옥과는 상반된 역할이다. 원래 성격과 이미지로는 도저히 안될 것 같아 머리 스타일까지 바꾸고 나왔다. 드라마 촬영이 진행되면서 점점 더 나영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실생활에서 사용할 법한 말투로 대사를 하려고 노력하는 악바리다.

"헤어스타일 컨셉트는 제가 직접 했어요. 색깔이 강하고 원색적이죠. '하류인생'에서는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참한 모습이었지만 그런 모습 바꾸려고 생머리를 고데기로 직접 말아서 베이비파마를 해요. 흑인스타일을 좋아하나봐요(웃음)."

그는 언니 셋과 남동생 등 다섯 남매중 네째딸이다. 형제가 많아서인지 어릴때부터 다른 언니들보다 뛰어나려 노력했다. 이제는 모든걸 혼자하는 게 편할 정도다. 때문에 '한강수타령'의 모든 신들을 촬영하고 나면 힘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재미있단다. 얼마전 베니스 영화제에 갔다와서 여유가 생긴 것도 한몫했다.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복잡한 마음을 추스리고 왔다. 힘든 시기에 외로움도 겪었지만 아직 위로해줄 남자친구가 없다고.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은 생각은 많이 있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생각이 깊고 손이 따뜻하고..그러니까 마음이 따뜻하고 눈이 이쁜 사람이면 될 것 같아요."

그의 이상형은 쌍꺼풀 없고 얼굴여백이 많은 그런 사람이다. '하류인생'에서 같이 출연했던 조승우도 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조용하면서도 유머있는 모습에다 무엇보다도 촬영에 임하기 전 모든 것을 준비해서 나오는 모습이 보기좋다고.

"'한강수타령'의 봉태규 같은 스타일도 좋아요. 나서지는 않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일을 해 내고 말죠. 언밸런스한 면이 잘 되면 평범한 것보다 배는 더 좋지 않나요?"



[2004.10.20 (수)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