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영 중인 MBC 주말극 ‘한강수타령’의 주인공 가영(김혜수)과 SBS 주간시트콤 ‘혼자가 아니야’의 변정수는 잡지사 기자. SBS 일일극 ‘소풍 가는 여자’의 수미(김태연)는 직접 촬영하고 리포팅하는 VJ다.

이에 앞서 올 상반기 독신여성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MBC 수목극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신영(명세빈)은 방송사 기자, 지난 5월 종영한 SBS 월화극 ‘인간시장’ 다혜(박지윤)는 인터넷 신문기자였다. 올여름 히트작 ‘파리의 연인’의 태영(김정은)은 사보 기자로 나오기도 했다.

오는 12월 1일 첫 방영되는 SBS 새 드라마 ‘유리화’의 은채(김하늘) 또한 잡지사 사진기자로 나와 브라운관 여기자의 맥을 이어갈 예정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언론사 입사 최종 통과자 중 여성 응시자는 단지 한두 명. 하지만 26일 KBS측이 돌린 보도자료에 의하면, 최근 실시한 KBS 공채에서 신입 기자 30명 중 여성이 13명에 이를 정도로 요즘은 선발 인원의 반수에 육박하기도 하고 넘는 경우도 간혹 있을 정도로 기자직 성비의 판도가 달라졌다.

이러한 현실이 작품 내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한 매체 자체도 기존의 잡지, 신문, 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넷언론, VJ 등 다매체화돼 가는 현상이 적극 드라마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기자’는 여성들의 역동적,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반영하는 직업”이라는 드라마 ‘한강수타령’의 연출자 최종수 PD는 “가영이 기자가 아니었다면 신률(최민수)을 만나는 상황을 연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시트콤 ‘혼자가…’를 연출한 김태성 PD는 “극중 ‘기자’라는 직업은 대인관계가 풍부하고 활동반경이 자유로워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기자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사회가 분화되면서 각양각종의 새로운 미디어가 많아지는 최근 사회적 흐름을 반영하기도 한다”고 했다.

‘유리화’의 박혜경 작가는 “드라마 ‘불새’ ‘파리의 연인’ 등에서 여성을 인텔리로 그리긴 했지만 그들의 직업은 가정부였다”며 “기획단계에서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시키려고 독자적으로 기획하다 보니 애초 의도와 달리 서로 겹치게 것 같다”고 털어놨다.



[2004.10.26 (화)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정상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