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수타령’은 유난히 베테랑 연기자들이 많이 출연해 신인에게는 연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작품. 하지만 이윤지는 시청자들의 예리한 연기 평가도 무난히 통과했을 정도로 성숙한 연기를 펼치며 안방극장의 기대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다영’의 캐릭터에 벌써 흡수돼 버린 걸까?‘한강 수타령’야외 촬영을 직전에 두고 메이크업 중인 이윤지를 처음 대면했을 때 MBC‘논스톱4’에서 보여진 마냥 귀여운 소녀 같은 이미지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깊은 눈매와 차분한 말투, 무척 피곤해 보였지만 인터뷰 내내 깍듯이 예의를 다하는 모습은 20살이란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매우 성숙하게 느껴졌다. 극중‘다영’이란 인물을 잘 소화해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인 듯했다.

“처음‘한강수타령’의‘다영’역에 캐스팅 됐을 땐 걱정을 참 많이 했어요. 전에 출연했던 시트콤 속 이미지와 너무 달랐거든요. 그런데 제 실제 모습과 비슷한 점이 참 많아서인지 오히려 연기하기가 편하더라고요”

극 중‘다영’이는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는 개가한 탓에 큰 엄마 집에 얹혀 사는 조카딸. 어릴 때부터 본의 아니게 눈칫밥을 먹다보니 집안의 막내지만 애늙은이다운 면이 더 강하다. 언니를 짝사랑하는 남자를 좋아하면서 가슴 아픈 사랑을 경험한다.

이윤지는 실제 집에서도 귀여운 막내. 하지만 처음 본 사람들은 그녀를 모두‘장녀’라 짐작할 정도로 어리광이 없고 말도 아끼는 편이다.

그녀는 “평소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는 편이에요. 영화를 보거나 음악 들으며 생각에 빠지는 것을 특히 좋아하다 보니 혼자 있어도 심심하다고 느낄 때가 전혀 없어요”라며 요즘 부쩍 많아진 생각들을 털어놓았다. 물론 ‘연기’에 대한 고민이 대부분이었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동화될 정도로 몰입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고두심 선생님이 연기하실 때면 촬영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동요되죠. 보고 있으면 소름이 끼칠 정도예요. 저도 꼭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어린 나이 때문에 흔히들 그녀를 반짝 스타로 점치기도 하지만 사실 이윤지는 나름대로의 서러운 무명 시절을 지냈다. 중학교 시절부터 연기자의 꿈을 키워온 그녀는 CF·드라마 등 의 오디션을 가리지 않고 봤고, 탈락되는 아픔도 수없이 겪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해 진로도 연극영화과로 정했다. 이윤지는 현재 중앙대 연극영화과 1학년에 휴학중이다.

“오디션을 열 번 보면 아홉 번은 떨어졌을 거예요. 하지만 그 때문에 크게 상심한 적은 없어요. 경쟁률이 높기도 했지만 원래 큰 꿈일수록 이루기 힘든 법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신세대 미팅 프로그램 KBS ‘장미의 전쟁’으로 방송에 첫 출연한 탓에 그녀가 연예인이 된 것을 단지 ‘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첫 작품인 ‘논스톱4’와 지금의 ‘한강수타령’은 모두 연기 오디션을 통해 당당히 얻은 결과다.

그런 이윤지에게 요즘 들어 주위에선 부쩍‘이번 작품(한강수타령)이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말을 많이 던진다. 물론 그녀도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높은 명성을 자랑하는 감독과 작가의 드라마를 두 번째 작품으로 만나게 된 것은 물론 베테랑 연기자들과 함께 연기하며 큰 배움의 기회도 얻게 됐으니 최고의 기회를 거머쥐었다는 말은 틀린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윤지는 이번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다른 일에 절대 욕심내지 않을 작정이다.‘한강수타령’에만 열중하기로 한 것. 드라마가 끝나는 시기가 다행히 개강 무렵이라 복학도 그 때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외모에 남다른 자신이 있진 않지만 전 제 눈빛을 참 좋아하는 편이에요. 이 눈빛에 여러 가지 느낌을 담아내 다양한 배역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스타가 되기보다 내면 연기로 오랜 연기인생을 꾸려가고 싶다는 똘똘한 신세대 탤런트 이윤지가 큰 배우로 성장하며 보여줄 끝없는 매력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2004.10.26 (화) 스포츠연예신문 49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