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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한강수타령>은 페미니즘 드라마다?
대표적인 페미니즘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에는 대안 가족이 등장한다. 울타리 안에서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고 버림받은 이들이 모여 가족을 형성한 이 모습은 페미니즘에서 주장하는 대안 가족의 모습이다. 이 영화에서는 어머니는 있어도 아버지는 없는 모습, 혹은 모성애가 부족한 어머니와 부성애가 강한 아버지의 모습 등을 그려 다양한 페미니즘의 형태들을 제시하고 나섰다.

<안토니아스 라인>이 급진적인 페미니즘을 그렸다면 MBC <한강수타령>(연출 최종수, 극본 김정수)에는 소극적 대안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극중 생선 장사를 하며 자식들을 사랑으로 키워가는 어머니 김영희(고두심 분). 그에게는 세 딸과 아들 하나가 있다. 특이할만한 점은 그 중 가영(김혜수 분)과 나영(김민선 분), 두 딸만이 친딸이라는 것이다. 즉 셋째 딸 다영(최성준 분)은 김영희가 큰엄마 벌로, 엄밀히 말하면 김영희와의 혈연관계가 아니다.

미애(박한별 분)라는 인물은 어떤가? 수영과 애정 관계를 그리면서 김영희의 집에 얹혀살게 되는 미애는 임신을 했다는 거짓말로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는다. 김영희는 한약을 지어다주는 등 미애를 자식처럼 돌보아주지만 임신 사실이 거짓임이 밝혀지자 불같이 화를 내고 미애를 내보낸다. 그러나 수영과 미애의 애정관계로 그들이 김영희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되리라 예측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 또 하나의 가족이 생긴 셈이다. 그리고 최강수(봉태규 분)라는 인물. 김영희 집의 하숙생인 강수는 언뜻 보면 이 집안의 가족과 같은 인물이다. 결국 <한강수타령>은 김영희를 중심으로 윤가영 윤나영 윤다영 윤수영 최강수 그리고 미애까지 마치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대안가족의 모습처럼 말이다.

최근 종영한 <아일랜드>의 경우 시청자들이 극의 결말로 대안 가족을 점친 일이 있었다. 이유인즉슨, 진보적인 인정옥 작가 때문이었다. 혈연관계에 집착하는 한국의 전통관에 신물을 느낀 중아와, 고아출신의 강국, 한 가정의 힘든 가장 시연, 홀어머니의 재혼으로 외톨이가 된 재복. 시청자들은 외로운 그들이 대안 가족의 형태로 만나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결말이 되지 않을까하는 추측을 한 것. 그러나 드라마는 각각의 인물들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기는 했으나 대안가족의 결말을 맺지는 않았다.

가족 드라마 <한강수타령>이 제시하고 있는 대안가족의 모습은 <아일랜드>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진보적이지는 않다. 나영이 신률을 만나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회복할지 모르니, 이는 일반적인 페미니즘과는 다른 형상이다. 다만 정이 결핍되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모성애 풍부한 이 시대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대안가족이 형성되었다는 점에 주목하자. 그리고 단지 여성으로 한정된 것이 아닌 사회의 약자들이 살아가는 모습, 때로는 아프고 또 때로는 즐거운 그들의 삶을 통해 서민들을 위로해 주니 사회의 약자를 위한 운동인 페미니즘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는지.

결국 <한강수타령>이 제시하고 있는 페미니즘은 서민들의 희로애락 그 가운데 여성이 있다는 것이다. 힘이나 권력이 아닌 여성 특유의 모성애가 극중 인물은 물론이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적시고 있는 것. “얘들아, 살다가 허기지고 배고프면 엄마한테 와라”는 극중 고두심의 대사처럼, 그 이름 석자만으로 힘이 되고 또 눈물이 되는 어머니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될만하다.



[2004.11.6 (토) 리뷰스타 장연선 기자]




2004-11-08(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