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주말드라마 ‘한강수 타령’(극본 김정수·연출 최종수)에서 최민수가 맡은 역할은 사랑에 냉소적이고 거만한 부자 신률. 역할의 개요만 듣는다면 예전의 ‘카리스마 최민수’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최근 가영(김혜수)을 향한 신률의 ‘작업’은 거의 ‘귀엽다’고 말할 수준. 가영을 되찾으려는 옛 연인 준호(김석훈)에게 가볍게 꿀밤을 먹이는 장면 등을 통해 시청자들은 최민수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최민수가 귀엽다’니,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전 단순한 사람이라서 하고 싶은 걸 할 뿐이에요. 사람들이 절 복잡하게 봐서 복잡해지는 겁니다.”

‘연기 변신’이니 하는 말은 쑥스럽다는 어투다. 그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한강수 타령’을 택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터프 가이’ 이미지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대중이 선택한 이미지에 대해 ‘아니야’라고 말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대중의 허상과 제 실상은 다릅니다. 달이나 해는 자기가 달, 해인지 모릅니다.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일 뿐이죠.”

최민수 특유의 ‘은유적’ 화법은 여전했지만, 태도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점은 분명했다. 최민수는 지난해 드라마 ‘야인시대’가 아버지(최무룡)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고, 지면 한국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결국 소송이 기각됐으니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도 “언젠가 떠나야죠”라고 말했다가 금세 “갔다 다시오든가”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최민수는 “연기생활을 20년 했지만 지금도 인터뷰할 때 사진찍는 것, 사람들이 날 알아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룽(成龍)과 함께 영화 ‘The Myth’를 찍었지만, 세계 70개국에서 상영될 생각을 하니 걱정된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몇해전 스티븐 스필버그가 내한해 출연 제의를 했지만 거절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자칫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대중 앞에 자연스럽게 서는 것에 대해선) 죽을 때까지 준비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모래시계’에서 함께 연기한 고현정의 컴백 소식에 대해선 “현정씨가 은퇴한 후에도 1년에 한번은 함께 밥을 먹곤 했다”며 “자기가 선택한 색깔 그대로 배어나는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2004.11.11 (목) 경향신문 백승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