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드라마 스타일은 내 손 안에 있소이다."

팽팽한 시청률 접전을 벌이고 있는 주말 드라마 <부모님전상서>(KBS 2TV)와 <한강수타령>(MBC TV)의 두 여주인공 김희애와 김혜수의 패션은 모두 한 사람의 손끝에서 나온다. 바로 '한국 스타일리스트 1호'로 알려진 정윤기 씨(35)다.

경쟁 드라마 두 헤로인의 패션을 모두 책임지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이에 대해 정 씨는 "혜수 씨와는 <김혜수 플러스 유>(1998년) 때 부터 함께 일했고 희애 씨와는 <아내>(2002년)부터 인연을 맺었다. 둘이 어쩔 수 없이 라이벌이 돼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캐릭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스타일링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김희애는 엘레강스한 분위기를 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김혜수는 스타일리시한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김희애가 작고 럭셔리한 지미추 핸드백을 든다면, 김혜수는 유니섹스한 색을 메는 식이다.

정 씨가 전속으로 맡고 있는 스타는 김희애 김혜수 외에 황신혜 이미연 이병헌 김하늘 손예진 권상우 한예슬 한은정 고수 등 수십 명에 이른다. 그는 또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이 VIP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서비스인 '퍼스널 쇼퍼 룸'의 스타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상류 1％ 내외 고객들에게 어떤 스타일의 옷과 보석, 액세서리가 어울릴지 조언해 주는 일이다.

정 씨는 "스타일리스트는 유행의 최첨단에 서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앞선 트렌드를 읽어내야 한다"며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해외 컬렉션에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한 달에 30∼40여권의 잡지를 정독하며 백화점과 동대문시장을 매일 들러 신상품을 체크한다"고 말했다. 일 자체가 변화무쌍하며 자신이 창조한 스타일이 대히트를 쳤을 때 보람을 많이 느끼는 직업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가 작업한 드라마 <올인>의 이병헌 의상, <아내>의 김희애 스타일, <겨울연가>의 최지우 스타일, 김혜수 시상식 패션은 대유행이 되거나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04.11.30 (화) 일간스포츠 김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