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C `한강수타령`에 대해 말들이 많다. 여기엔 몇 가지 실수로 보여지는 것들이 있었다.

옛 애인(준호)과 새로운 애인(신률) 사이에 오락가락 갈피를 못 잡은 주인공 가영(김혜수 분)의 태도, 행복한 가정의 주부(박단옥)에게 `기생`이란 과거의 꼬리표를 붙인 설정이 그것이다. 여기에 신률(최민수 분)이 가영에게 채인 후, 동생 나영(김민선 분)을 유혹해 복수를 한다는 당초 기획의도도 빼놓을 수 없다.

일단 `TV리포트`가 처음 보도한 대로, 신률의 복수극은 없는 것으로 스토리가 수정됐다. 이는 무리한 설정을 둘러싼 시청자들의 항의가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어디, 기획의도가 바뀐 게 `한강수타령` 뿐 인가. 시놉시스를 이용해, 시청자의 반응을 떠보고, 작전까지 짜는 시점이고 보면, 기획의도가 바뀌었다고 탓하는 것은 썰렁한 이야기다.

이런 배경 속에서 주말(15,16일) 이 드라마는 모처럼 이름 값을 했다. 이 드라마를 어둠의 터널 속에서 구출해 낸 것은 역설적이게도, 욕을 먹을 대로 먹은 가영의 선택이었다. 7년이나 사귄 한 여자가, 상대의 `외도` 때문에 위기에 처했었고, 그 앞에 나타난 멋진 남자 때문에 `심하게` 방황했지만,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작가는 일부 시청자들의 비난을 의식했는지, 가영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애를 썼다. 준호(김석훈 분)가 등록금을 날치기 당했다며, 가영의 수업료를 내줬던 일 같은 걸 털어놓게 한 경우가 그것이다. 그만큼 준호가 가영을 사랑했었다는 것이다. 그 효과가 적진 않았다. 상상해보라. 7년을 사귄 커플에게, 얼마나 많은 추억들이 있을 것 인가.

하지만 가영의 변명은 엄마(고두심 분)와 대화(15일) 그리고 술자리 독대(16일)에서 비로소, 설득력과 공감을 얻었다. 왜 부자 신랑 신률을 놔두고 하필 가정이 풍비박산 위기에 처한 준호를 택했냐며 힐난하는 엄마에게 가영은 말했다.

`엄마, 아무리 뭐라 해도 이 결혼, 내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엄마도 그랬잖아요. 조카인 수영과 다영을 자식으로 데려올 때, 힘들다고 다 반대했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전 엄마 딸이에요.`

힘든 길인 줄 뻔히 알면서도 가는 게 인정이고, 우리 어머니들의 삶이었다. 특히 압권은 두 모녀의 술자리였다. 결혼 전날, 두 사람이 함께 술을 마시며, 서로 가슴을 붉히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싸`하게 만들었다. 시청자 권우영(WOORAL74)씨는 "진짜 모녀 간의 모습처럼 넘 찡하고 감동적이었다"고 밝혔다.

가영과 준호의 결혼으로 인해, 드라마의 갈등은 눈 녹듯 사라졌다. 적어도 드라마를 계속 본 시청자들은, 사랑이란 걸 해본 이들은, 가난이나 가족의 애환을 겪은 이들은, 이날 결혼이 주는 의미를 알 것이다.

주말 방영 분을 아주 재미있게 봤다는 시청자 박승민(PSM0531)씨는 프로그램 게시판을 통해, 세대 차에 따라 `한강수 타령`의 반응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들며, 특히 `보지 않고 비판하는 것`을 경계했다.

이 드라마는 이제 가영과 준호의 결혼으로 갈등이 상당부분 해소됐고, 그로 인해 준호 엄마의 과거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다 가영의 선택 덕분이다. 만약 가영이 신률을 선택했더라면, 주말 장면과 같은 화기애애 한 분위기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가영의 선택은 작가와 드라마를 구했다.



[2005.1.17 (월) TV리포트 임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