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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공식 첫 번째, “남자주인공은 재벌”
2004년에 이어 2005년에도 드라마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 않는 드라마는 그리 많지 않다. 혹은 서로 다른 드라마의 내용이 헷갈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유인즉슨, 각각의 드라마의 내용에는 비슷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감히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어려운 것은 시청자들은 “식상하다”고 말하면서도 매번 비슷한 드라마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최근 모 포털 사이트에서 이색적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드라마를 보다 가장 황당했던 적은?”이라는 주제의 설문에서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황당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현재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내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영예의 1위로는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은 언제나 재벌”이 차지했다. 총 43%의 지지율을 기록한 이 대답은 과거는 물론 최근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월요일부터 찾아보자면 SBS <세잎클로버>의 세형, KBS <쾌걸춘향>의 변학도까지 방송 3사의 드라마 가운데 두 편에 공통적으로 재벌이 등장 중이다. 수목드라마에는 SBS <유리화>의 동주, MBC <슬픈연가>의 건우가 그 주인공. 주말드라마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SBS <봄날>에서는 은호, 은섭 형제가 병원장의 아들로 출연중이며, MBC <한강수타령>의 신률 역시 재벌이다.

네티즌들이 뽑은 황당한 드라마 내용 2위로는 “꼭 가난한 여자와 재벌남자가 사랑에 빠진다”가 차지했다. 우리가 흔히 캔디나 신데렐라라고 부르는 이 캐릭터는 늘 재벌가의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다. 3위는 “우연한 만남”이다. 재벌가의 남자와 가난한 여성이 우연하게 여러 번 마주치면서 사랑을 느끼게 되는 기본 구조는 바로 이의 반영이다. 그밖에 “출생의 비밀”과 “삼각관계” “기억상실증” 등이 네티즌들이 뽑은 황당한 드라마 내용에 올랐다.

아이러니한 것은, 네티즌들이 가장 황당해하는 내용이 가장 사랑받는 드라마의 기본 틀이라는 점이다. 얼마 전 외국전문가들이 “한국 드라마가 획일적”이라며 “식상하다”고 평가해 적잖은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최근에는 한류가 거센 일본에서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면서 또 한번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 네티즌이 작성한 한국 드라마의 법칙은 위에 언급된 것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상당수의 한국 드라마가 “비슷하다”는 것을 제작진도 시청자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인기가 보장된 스토리가 아닌, 색다른 스토리를 드라마화 하는 데는 위험 부담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조금 색다른 내용의 드라마들을 찾아보자. 중화권을 뜨겁게 달궜던 MBC <대장금>이나 다모폐인을 양성했던 MBC <다모>나 최근 방영중인 KBS <해신>의 경우는 어떤가? 이 드라마들은 색다른 내용을 다루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극이 아니라 하더라도 MBC <결혼하고 싶은 여자>나 <아일랜드> 등은 틀에 박히지 않은 내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와 같은 드라마들의 인기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안전한 소재, 인기가 보장된 내용이 아니더라도 시청자들의 이목을 충분히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시청자들이 늘 비슷한 내용의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공식 아래는 매번 경쟁하는 드라마들이 비슷하다는 오류가 있다. 시청자들은 이미 만들어진 드라마를 선택하는 입장이기에 참신한 드라마에 대한 요구는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시아 각국에서 한류의 도화선인 한국 드라마에 식상함을 느낀다면 한류는 붐에서 끝나버릴지 모를 일이다. 색다른 소재의 참신한 드라마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2005.1.18 (화) 리뷰스타 장연선 기자]




2005-01-19(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