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중인 드라마중 철없는 남자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뜨인다.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무조건 버럭 성을 내고, 떼를 쓴다. 부인의 도움이 없으면 아침 수업도 못들어가고, 생활자금을 도박으로 훌쩍 날리기도 한다.

먼저 `쾌걸 춘향`의 이몽룡(재희).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좌충우돌 가는 곳마다 사고다. 화난다, 미안하다, 재미없다, 짜증난다 등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짝사랑하는 채린이가 말을 걸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춘향과 결혼 위기에 몰리자 채린에게 자신을 받아달라며 조른다. 그리고, 안된다고 거절하자 단 번에 마음이 바뀐다. 정말 단순하다. 춘향이는 살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하지만, 그에게 공부는 심심풀이일 뿐이다. 결혼하고 난 뒤에도 책임감있는 가장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한강수 타령`의 이준호(김석훈)도 철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오랫동안 사귄 가영을 모르고 회사에 입사하자 마자 바람을 피운다. 그러다가 나중에 다시 나타나 울며불며 매달린다. 좋은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라 어린 티가 줄줄 흐른다.

`봄날`의 고은섭(조인성)도 어리광이 심한 유형이다. 마음에 든 여자인 고현정에게 매달리는 모습은 떼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의 요구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고함을 지른다. 자신의 감정을 추스를 줄 모르고, 조금만 칭찬하면 금새 기분이 좋아진다.

한 번 들은 주소를 어떻게 외웠냐며 칭찬해주자, 금새 자신의 아이큐를 자랑하며 큐빅까지 꺼내 솜씨자랑을 한다.

`세잎클로버`의 오빠 강창렬(이훈)은 백수다. 어떻게든 한탕 하려는 생각에 동생 진아에게 폐만 끼친다. 동생 통장을 훔쳐다 피라미드 조직에 갖다 바치고, 할머니 사고로 받은 합의금을 갖고 카지노하다 몽당 날린다. 한탕주의에 목숨을 거는 정말 철없는 오빠.

철없다는 것은 한 편으로는 순수하다는 표현일 수도 있다. 그래선지 고은섭과 이몽룡은 제멋대로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꽤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로맨티스트인 점도 공통점. 이몽룡은 춘향이 앞에서 멋진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기도 하고, 고은섭은 서정은(고현정)에게 냉장고 가득 그림 달걀을 선물하기도 한다.

최민수의 의젓함에 대비가 됐던 이준호는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 그러나 강창렬은 좀처럼 동정표를 받기 힘들 상황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대형사고만 치고 있기 때문이다.

철없는 남자들은 의젓한 상대 배역과 대비되는 효과를 낫는다. 이몽룡의 상대역인 변학도(엄태웅), 고은섭의 상대역인 고은호(지진희), 이준호의 상대역인 신율(최민수)은 모두 의젓한 성격이다.

철이 없다는 것은 나쁜 표현이지만 한편으로는 꾸미지 않은 순수라는 점에서 칭찬일 수도 있다. 때로는 철없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2005.1.26 (수) TV리포트 김대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