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안방이 아파 간다.

권총 자살(발리에서 생긴 일), 음독 자살(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극단적 결말로 시청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안방극장이 이번에는 난치병이라는 '자극소재'를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갈등 증폭 또는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난치병을 선택하고 있다.

MBC TV 주말드라마 <한강수 타령>은 여주인공 고두심에게 위암을 선고한다. 노주현과 중년 로맨스를 꾸려가고 있는 고두심에게 위암 투병은 스토리 전개의 전환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강수 타령>과 같은 시간대에 편성돼 시청률 경쟁을 펼치고 있는 KBS 2TV <부모님전상서>에서도 지난달 27일 방송분에서 '난치병'의 암시를 던졌다. 안 교감의 아내 김옥화 역을 연기하고 있는 김해숙이 건강검진을 앞두고 있는데 드라마의 흐름상 별일 없이 넘어갈 것 같지가 않다.

시청률 30％에 근접하며 한창 긴장 고조기에 있는 SBS 특별기획 <봄날>도 은호 은섭의 아버지로 나오는 장용이 심장병에 걸렸다. 몰래 약을 먹는 장면으로 암시만 주다가 지난 주말 방영분에서는 드디어 은호(지진희)가 사실을 알았다. 삼부자의 관계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게 틀림없다.

암으로 상징되는 난치병이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한 사례는 이미 여럿 있었다. 가장 최근 작으로 김희애가 불치병 환자로 열연했던 2003년 말의 <완전한 사랑>을 비롯해 위암 자궁암 유방암 등 난치병은 인기 드라마의 숱한 중년 여주인공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이들 난치병이 몰고 오는 흡입력은 상당하다. 특히 가족관계가 스토리 전개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드라마에서는 극적 장치로 공식처럼 쓰였다.

그러나 이런 유의 소재 선택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난치병이 주는 극적 효과에만 치중해 정작 그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위험이다. 한때 백혈병은 드라마 영화의 영향으로 사춘기 소녀가 한번쯤 앓아 봤으면 하는 홍역 정도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그 병이 얼마나 위험한 병이며 환자와 가족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가는지 진지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5.3.1 (화) 일간스포츠 강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