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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6개월만에 새 대작 사극 '이산' 촬영 시작한 이병훈 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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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울지마~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야지.", "송연아 (목)소리가 높으면 의지가 약해보이잖아~
다시"
10일 오후 9시반, MBC 여의도 본사 3층 드라마 대본 연습실. 연습실 안에서는 '대장금'의 이병훈 PD가 MBC 새
사극'이산 정조'의 아역들과 함께 세시간 째 대본연습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예순 셋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 PD의
열정적 대본 연습 지도 목소리는 닫혀있는 회의실 밖으로 울려 퍼졌다. 주인공 이산 정조의 아역 박지빈 군과 평생을 같이 하는 두 친구 송연,
대수 역의 아이들은 이어지는 맹연습에 졸린 눈을 비비고 하품을 하면서도 대사를 일일이 받아 쳐주면서 감정 톤까지 잡는 이 대단한 열정의
'할아버지'를 따라 목이 잠길정도로 대사를 읽었다.
이 PD는 저녁 식사도 거른채 탁자위에 놓인 김밥과 과자를 끼니로 때우며
때로는 웃으면서 때로는 엄한 할아버지 처럼 드라마의 한 연기자 처럼 변화무쌍한 연기지도를 하고 있었다.
'허준' '상도'
'대장금' '서동요'에 이어 이번에는 조선조 영조 정조대왕을 조망하는 '이산 정조'의 9월 17일 방영을 준비중인 인 한국 방송 사극의 거장
이병훈 PD의 모습이다. 전날인 9일에도 낮부터 밤까지 8시간동안 대본리딩을 했던 이 PD는 이날도 연이어 아역 연기자들과 최종 대본 연습을
하면서 촬영에 앞서 마지막 조율을 했다.
대본연습이 끝난 10시부터 자정을 넘겨 부인에게 전화를 받을 때까지 불멸의 국민 사극을
만들어 온 이 거장에게서 새 드라마를 준비하면서의 소회를 들어봤다.
일일이 대본을 다 읽어주시는 것을 보니 정말 체력이
대단하십니다
부인이 이번에도 촬영하다 다치면 이제 연출 정말 그만두라고 합니다. '대장금' 때는 어깨가 부러졌고 '서동요'
?는 머리를 꿰맸는데 이번에는 조심해야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조심조심 해도 안될 때가 있는데...(웃음) 평소에 홍삼을 장복하고 근 몇년간은
아침에 일어나 30분 동안 맨손체조를 하면서 체력을 유지해왔죠. 특별히 지금 부담되는 건 없어요. 아주 기분좋게 출발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서동요'가 끝난지 1년 반만에 친정인 MBC로 돌아오셨네요
'허준' 때부터 보니까 제가 가을에 시작하고
봄에 끝내는 일종의 규칙이 생겼어요. 이번에도 '서동요'를 지난해 봄에 끝내고 1년반 있다가 다시 가을에 새 작품을 하게 됐네요. '대장금'을
여기서 했으니 친정에서는 3년만이네요. 사극하면 MBC 월화 였는데 이번에도 우연인지 아닌지 그렇게 됐습니다.
'대장금'
방송이 끝난지 3년이 지났는데도 지금도 전세계에서 반응이 식을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한 20일 전인가요.
이란 국영 TV의 시사물 프로그램 제작진이 절 찾아왔어요. 글쎄 이란에서 '대장금'을 방영하고 있는데 시청률이 86%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현상을 보고 시사프로그램을 만들러 한국에 찾아왔답니다. 시청률 86%가 나온다는 말이 안믿어져서 '진짜냐'고 물었더니 거리에 택시가 하나도
없었다고 하네요, 허허.
이번에는 정조대왕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들었습니다. 정조대왕이 이병훈 PD를 사로잡은 이유가
뭔가요
어느 나라든지 사극에서 근세사는 주요 소재 메뉴입니다. 그만큼 근세사가 현대 오늘날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죠. 그동안은 사극의 세 계급 왕, 양반, 중인이나 천민 중에서 주로 조명받지 못했던 중인이나 천민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왔고 그래서
'허준'이나 '상도' '대장금' 같은 드라마를 만들어 왔는데 이번에는 고려 조선 왕조 도합 1000년 중에 가장 드라마틱하고 매력적인 왕인 왕
정조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어떤 점에서 정조가 가장 최고의 왕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서동요'를 끝내고
새 작품을 준비하면서 정조에 대한 책을 읽게 됐습니다. '영조와 정조의 나라'라는 책에서는 세종대왕이 아니라 이들 두왕을 최고의 왕으로 평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 20권을 정조에 대해 읽고 공부했습니다.
가령 제 판단에는 세종대왕은 그 많은 업적이 왕이 되기전 최상의 정치를 하기 위해 최적의 조건에서 시작했다고
한다면 정조는 왕이 되고 3일 후부터 암살을 늘 걱정해야 할 만큼 최악의 상황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전분야에 걸친 최고의 업적을
이룩했어요. 우리가 잘 아는 탕평책, 수원성이나 거중기, 시장 자유경제 관노비 철폐, 천주학 포용 등 수많은 분야의 평가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재미속에 의미를 담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정조의 업적은 영조로 인해 비롯됐음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영조와 정도는 '짝패'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드라마를 통해 제조명 할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이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왕의 이야기가 현실의
대선에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요. 영조는 사실 더 꼼꼼히 살펴보면 카리스마가 대단했던 강력한 리더십이 있던
왕이었습니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가 그렇게 비명에 죽고 큰 아픔속에서도 대단한 위업을 이뤄낸 인물입니다. 여기서는 CEO형 왕으로 평가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굳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면서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이야기의 흐름속에 녹여 내 함축된 의미가 울림이 있어야
겠지요.
'대장금'에 비하면 전작인 '서동요'는 조금은 아쉬우셨겠습니다
백제시대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면서도 그 시대상을 재미있게 그려보려 했어요. 나름대로는 노력과 공을 많이 들였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00개가 넘는 방영된 드라마에서
'서동요'는 전체 시청률 순위 8위를 했으니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50%가 넘는 제 작품 '허준' 이나
'대장금'을 경험했기 때문에 '서동요'가 실패한 드라마로 아는 분들도 많아요. 허허허. 웬만큼 잘하면 잘한거로 보시지도 않는 거죠. 그만큼 제게
거는 기대치가 무척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시청자들은 정말 알 수가 없는 존재입니다. 시청자들의 변덕스러운 기호는 그들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30년 넘게 연출한 저도 그들의 기호를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떤 때는 '아니 이게 왜이리 인기가 좋아'라고 놀랄 때도 있고
엄청 공을 들인 부분에서는 반응이 없어서 당혹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지금도 제가 하고 있는 이 작업이 과연 시청자 입장에서 맞게 가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무척 긴장될 때가 있어요.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남궁성우 기자 socio94@cbs.co.kr
200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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