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대장금’‘서동요’끝내놓고 많은
고민을 했어요. 화가 김홍도와 정조를 놓고 1년 넘게 누구를 사극의 주인공으로 선택할 것이냐에 고민에 빠졌지요. 여러 가지 이유로 김홍도를
포기하고 정조를 사극의 전면에 내세우기로 결정했어요”
이서진, 한지민 등 남녀 주연을 비롯한 출연진 캐스팅 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촬영에 돌입해 MBC에서 9월17일부터 방송할
‘이산-정조대왕’의 이병훈PD를 9일 만났다. 5시간에 걸친 장시간의 인터뷰였는데도 이병훈PD는 정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쉼 없이
정조와 시대적 배경, 통치철학 등을 설명해주는 작품에 대한 특유의 정열을 잃지 않았다. .
근래 들어 조선 왕조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를 하지 않다가 정조대왕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이유를 물었다. 이병훈PD는 정조를 택한
이유를 설명하기 전 단원 김홍도와 정조를 놓고 고민했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김홍도를 사극의 주인공으로 그리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어요. 하지만 그림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어려움과 함께 김홍도를 그리면‘허준’허준,
‘상도’의 임상옥, ‘대장금’의 장금처럼 이야기 구조가 풀려 나가고 결론이 유사할 것 같았어요.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일단 성공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허준’이나 ‘상도’‘대장금’처럼 이전의 사극과 결국 비슷한 이야기가 될 것 같고 시청자들도 식상함을 느낄 것
같아서요”라며 김홍도를 담은 사극을 유보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PD는 언젠가는 꼭 김홍도를 주인공으로 한 사극을 제작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이병훈PD가 본격적으로 정조를 내세운 ‘이산-정조대왕’을 만들게 이유를 설명하기 전 그동안 정조가 모습을 드러낸 드라마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동안 우리 사극에서 정조가 주인공으로 나오거나 모습을 비친 것은 1993년 방송된 KBS사극‘왕도’등 6편에 이른다. 그 6편중
이병훈PD가 ‘조선왕조 500년-한중록’에서 두달여 정조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병훈PD는 “6편의 사극에서 정조를 그렸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이번 ‘이산-정조대왕’을 통해 왕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정조를 다양한
시선에서 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병훈PD는 “정조는 암살위협에 늘 시달리면서 가장 개혁적인 정치를 편 삶 자체가 드라마틱할 뿐만 아니라 정조의 후궁인 의빈 성씨와의
사랑도 극적으로 그릴수가 있어 다양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병훈PD의 정조에 대한 설명은 전문가의 서적과 자료, 그리고 학계의 평가를 넘나들며 방대하게 전개됐다. 이병훈PD는 정조에 대해 “조선조
27대 임금 중에서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 암살위협 등에 시달린 가장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탕평책, 시파벽파, 적대세력을 포용하는 등
정치적으로 가장 뛰어난 포용 정치를 펼쳤으며 화폐유통과 시장경제 원리를 실현한 신해통공 등 경제적으로 가장 큰 개혁을 단행했고 신분철폐,
노비해제, 적서 서얼출신 등용 등 사회적으로는 가장 열린 생각을 가졌으며 규장각, 소설문학, 풍속화를 꽃피우게 한 문화적으로 예술적 감각을
지녔을뿐만 아니라, 수원성 건축, 거중기 등 과학기술면에서도 놀라운 업적을 남겼으며 천주교를 묵인하는 등 종교에 유연한 태도를 보인 대왕의
면모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병훈PD가 정조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이같은 정조의 뛰어난 측면과 함께
현재의 우리의 정치사회적 상황도 고려됐다고 한다. “사극은 박제된 어제와 인물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의미로 살아날 수 있게
그려야한다”며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신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이 증폭되고 빈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 상황에서 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우리의 지도자상을 정조 임금을 통해 제시하고 싶었다.”
‘대장금’‘허준’‘상도’ 등을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올려놓은 이병훈PD가 과연 ‘이산-정조대왕’역시 국민 드라마의 열기를 연출할지 자못
기대가 모아진다.
[이병훈PD는 '이산-정조대왕'을 통해 다양한 시선에서 정조를 조명하겠다고 했다(위쪽). '이산-정조대왕'의 남녀 주연을 맡은 이서진,
한지민(아래쪽).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knbae@mydaily.co.kr)
2007-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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