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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새벽, 충남 태안의 어느 촬영 현장에는 잠을 잊은 스태프들과 연기자들의 촬영 준비가 한창이었다. 오는 17일
첫 방송을 앞두고 밤낮으로 촬영에 몰두하고 있는 MBC 창사 46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이산」의 촬영팀들이다. 리얼리티를 추구하며 하나의 짧은
장면일지라도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기 위해「이산」은 첫 회 첫 장면 촬영에서도 600여 명의 보조출연자가 등장했는데 이 날에도 300여
명이 넘는 보조 출연자들이 주연 배우들과 함께 했다.
이병훈 감독, 쉰 목소리에도 현장에서 쉴 새 없이
‘하이 큐!’
이 날 촬영분은 ‘영조의 어가 행렬’이었다. 촬영 전날인 3일, 대본연습장에서 배우들 한 명 한
명에게 연기 지도를 하시던 이병훈 감독은 너무 열정을 쏟은 탓인지 목이 많이 상해있었다. 하지만 이병훈 감독은 ‘아직 목 쉰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하고 웃으며 쉰 목소리로도 계속해서 ‘하이 큐!’를 외치며 촬영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연일 계속된 비로 인해 촬영이 3일이나 미뤄져
방송일이 임박해 마음이 급할 터인데 누구에게나 너그러운 미소로 대하고 사진촬영에도 기꺼이 응해주는 모습을 보니 과연 사극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 송연, ‘대장금 언니보고 연습했어요.’
아역 배우들과의 촬영이 힘들어 촬영지에서 아이들을 혼내고 돌아와서는 항상 후회한다는 이병훈 감독은 어린 송연을 안아 올리기도 하며
아이들을 아끼고 귀여워하는 할아버지를 느끼게 했다. 어린 송연 역의 이한나는 사극 연기를 하는 소감에 대해 ‘재미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습은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대장금 언니를 보고 열심히 연습했다. 연습을 하면 쉽고 안 하면 어려워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촬영을 기다리는 아역 산(박지빈)과 아역 대수(권오민)는 사극 의상을 입은 채로 야구를 하며 ‘노느라 지겹지 않다’며 해맑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아역 분량의 촬영이 시작되자 아역 배우들은 아이들이라고 믿기 어려운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 날 촬영에서 뒤주에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죽어가고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억울함을 할아버지 영조에게 전하고자 어가행렬 도중 뛰어드는 장면에서 어린 산 역할의 박지빈은
반복되는 촬영에도 슛이 들어가면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모습을 보여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순재, ‘이병훈
감독은 진정한 연출자의 자세를 갖춘 사람’
이 장면에서 어린 산(박지빈)은 아버지 사도세자를 살리고자 할아버지
영조 앞에 무릎을 꿇고 ‘아버지가 전하라 하신 그림을 제발 한번만 봐 달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영조는 그럴 수 없다며 어린 산을 의금부로
압송하여 대역죄로 다스릴 것을 명령한다. 이러한 영조의 통치에 대해 이순재에게 물었다.
Q. ‘나는 누구의 아비가 아니다. 나는
이 나라의 임금이다.’ 라고 말하는 영조에 대해?
A. 대통령을 제대로 하려면 그래야 한다. 공직을 맡으면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포기할 자세와 각오를 갖춰야 한다. 특히, 한국 같이 불안정한 나라에는 그것이 절대적이다. 통치라는 것은 그런 의미이다. 부자관계를 따지는 것은
개인적인 일이다. 대사 중에도 있지만 영조는 자식이 죽고 사는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고 자식이라고 해서 그냥 공직에 올린다면 그것은 백성을 망치는
길이라고 한다.
Q. 실제로는 어떤 아버지이신지?
A. 일 때문에 집에는 관심이 없다. 일에 너무 열중해 나는
아버지로는 빵점이다.
Q. 사극에 오랜만에 출연하시는데 소감, 그리고 사극과 현대극을 비교한다면?
A. 「상도」
이후에 사극은 처음이다. 현대극에서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거침없이 하이킥」때의 여운은 남아있으나 하이킥 때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을 것이다.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며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연기자의 목적이고 그것을 통해 나는 쾌감을 느낀다.
Q. 오랜 연기생활로 이제 대본을 보면 드라마의 흥행을 점칠 수 있을 것 같은데?
A. 대본을 봤을 때, 스토리나
드라마틱한 요인, 배우, 감독, 작가 등을 보게 되는데「이산」은 이 모든 것을 갖춘 드라마이다. 특히 이병훈 감독과 작가에게 큰 믿음이 간다.
반드시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촬영에 임하고 있다.
Q. 이병훈 감독은 완벽한 장면을
위해 계속해서 ‘다시’를 외치셔서 연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그 점이 힘들진 않으신지?
A. 그것이 바로 진정한 연출자의 자세이다.
보통 연출자들이 그런 점을 배우에게 맡겨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사극은 그러면 안 된다. 사극이 전달하고자 하는 열쇠, 의도를 잘 전달하려면
연출자가 그렇게 해야 한다. 특히 젊은 연기자들에게는 이번이 제대로 된 연출자 밑에서 작품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이병훈 감독 밑에서
작품을 하면서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순재는 이병훈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와 함께「이산」이 또 하나의 대작이
될 것임을 믿고 있었다. 이 드라마에서 영조의 정치적 비전을 통해 오늘날 정치에 어떠한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현장에서의
모습을 보니 이순재는 어느새「거침없이 하이킥」에서 가부장적이고 폭군적이며 며느리에게 꼼짝 못하던 야동순재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근엄하고 진지한 모습의 영조가 되어 있었다.
「이산」의 또 다른 볼거리, 의상
의상 디자이너 이혜란,
‘차에 1000벌씩 싣고 다녀’
며칠 전「이산」주연배우들의 홍보사진이 공개되고 나서 의상에 대해 ‘색상이 너무
고급스럽다.’, ‘배우들에게 잘 어울린다.’ 등 예비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이산」의 의상디자인을 담당한 이혜란 씨는 현장에 나와 직접
옷을 챙겨주고 체크하고 있었다.
Q. 「이산」을 위한 의상이 몇 벌이나 되는지?
A. 1회 촬영 당 인원수에 따라
다른데 오늘은 약 300명 정도 등장해 300벌을 입혔다. 보통 현장에 9박 10일씩 촬영을 오는데 씬을 나눠서 찍기 때문에 차에 1000벌
정도를 싣고 다닌다. 인원이 많으면 꽤 고생스럽다. 며칠 전에는 300명에게 옷을 입혔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촬영을 하지 못해 다시 다 벗고
갔다.
Q. 색상을 고르기 위해 여러 번 칼라 테스트를 거쳤다고 하는데?
A. 칼라 테스트를 수차례 했고 카메라
테스트도 2, 3회 거쳤다. 가장 많은 작업을 한 의상은 극 중 송연(한지민)이 제일 자주 입게 되는 다모복이다. 이를 위해 앞치마 샘플도 다량
제작했었다.
Q. 현장에도 직접 와서 체크를 하시는데?
A. 초반에는 어쩔 수 없다. 현장에서 보면 색상의 차이도
있고 감독님의 리액션도 바로바로 들을 수 있어 좋다. 바쁜 날이 아니면 들러서 현장에서의 의상을 체크하는데 의상팀에서는 6명 정도가 현장에 나와
진행을 한다.
Q. 이번 「이산」의상에 중점을 둔 부분은?
A. 색상에 있어서는 원색을 피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내려고 했다. 또 어둡고 강한 색보다는 화사한 색을 사용했다. 화면에 의도하던 대로 색상이 나와 줘야 할 텐데 화면에서는 또 달라 그것이
걱정이다. 국장님이 화려한 것을 원치 않으신다. 아예 화려하면 차라리 쉬운데 그런 어려움도 있다. 가장 신경을 쓴 의상은 도화서 다모복과
정조(이서진)의 의상, 화완옹주(성현아)의 의상이다.
이 날 비 소식에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던 촬영을 감행하였지만
다행히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현장은 바쁜 상황 속에서도 완벽한 장면을 위해 계속 반복하며 촬영이 진행되었다. 새벽부터 진행되어 밤새 촬영을
하는데도 배우들과 제작진들의 열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최고의 팀이므로 드라마가 잘못 되면 내 탓’이라며 「이산」이 최고의 드라마가 될 것을
기대하는 이병훈 감독의 새로운 작품, MBC 창사 46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이산」은 9월 17일 9시 55분에 첫 방송된다.
200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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