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창사 46주년 특별 기획 드라마 <이산> 제작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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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의 이병훈 감독이 그리는 정조는 어떤 모습일까? 500년 조선 왕조사에서 가장 굴곡진 삶을 살았지만 가장 열린 생각을 가졌던 임금, 정조의 삶을 다루는 <이산>의 제작발표회가 7일 오후 3시 용인 MBC 문화동산에서 열렸다. 도화서(조선시대 그림 그리는 일을 관장한 관청) 화원으로 출연하는 지상렬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제작발표회에는 연출을 맡은 이병훈, 김근홍 감독과 김이영 작가, 배우 이서진, 한지민, 이종수, 이순재, 조경환, 견미리, 김여진, 성현아, 조연우, 한상진 외 아역들과 후궁, 군관, 도화서 다모, 화원 등으로 출연하는 배우 30여 명이 참석했다. 그리고 신종인 부사장을 필두로 한 MBC의 주요 인사들과 제작을 맡은 김종학 프로덕션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여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MBC 창사 46주년 특별 기획 드라마로 방송되는 <이산>은 <허준>, <대장금>의 이병훈 감독과 이 작품들의 조연출을 거쳐 <주몽>을 연출한 김근홍 감독이 공동 연출하고, <허준>의 보조 작가를 거쳐 <내 사랑 팥쥐>,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를 집필한 김이영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정조의 이름을 제목으로 택한 <이산>은 정조를 중심으로 조선 시대 정치, 문화, 사상적으로 가장 눈부신 성취를 이루었던 영, 정조 시대를 다루게 된다. <이산>은 사도세자가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은 사건에서 시작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어린 이산과 송연, 대수 세 아이가 성장하여 한 사람은 임금이 되고, 한 사람은 평생 임금을 사랑하는 여인이 되고, 또 한 사람은 평생 임금을 호위하는 무사가 되는 모습을 통해 임금으로서의 정조와 인간으로서의 이산의 삶을 그려나갈 예정이다.
9월 17일 월요일 밤 9시 55분 첫방송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뇌하며 좋은 정치가가 되려 했던 임금 정조 이산, 이서진
조선 왕조의 22대 임금. 사도세자의 아들로 영조의 뒤를 이어 조선 후기 찬란한 업적을 남긴 천재 군주이다. 24년의 짧은 재위 기간 동안 화려한 문화의 꽃을 피우고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정치, 경제, 문화 각 분야에 걸쳐 불후의 업적을 남긴다.
“이산은 훗날 임금 정조가 되는 인물이다. 정조라는 인물이 어떤 힘든 과정을 거쳐 임금이 되는지, 할아버지 영조의 수많은 시험을 어떻게 통과하여 성군으로 변하는지 보여줄 예정이다. 출연 제의를 받기 전에는 정조에 대해 잘 몰랐다. 제의를 받고나서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이병훈 감독님이 흥미를 가진 것일까 궁금해서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굉장한 성군이었고 한편으로 수많은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이었다. 정조가 훌륭한 임금이어서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감독님의 전작들을 보면 사극이라도 굉장히 재미있게 풀어나가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정적이기 보다 동적인 인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사극은 힘들고 어렵지만 경험하지 못한 인물을 내가 만들어내는 묘한 맛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정조는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뇌하는 인물이다. 영조의 교육을 받아 왕이 되어야 하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면 왕이 되기 싫기도 하고, 또 끊임없이 적들에 둘러싸여 있는 탓에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고뇌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정조만을 사랑했고 또한 사랑받은 여인 성송연, 한지민
성송연은 이산과 어린 시절 인연을 맺은 뒤 도화서 화원과 정조를 보호하는 비밀조직의 책임자를 거쳐 끝내는 정조의 후궁이 되어 왕자 문호세자를 낳는 의빈 성씨가 된다. 아름다운 용모와 착하고 따뜻한 심성을 지녔으나 당차고 엉뚱한 면도 있다. 일편단심 정조만을 사랑한 여인.
“송연은 어려서부터 이산과 박대수와 함께 친구 사이였다. 어린 시절 만난 이산을 평생 사랑하는 인물로 도화서에서 일하다가 정조의 후궁까지 된다. 그리고 그 당시 여자로서 하기 힘든 비밀조직 단체에서 정조를 지켜주기도 한다. 송연이 그림을 잘 그리는 인물이라 동양화 교수님께 그림도 배우고, 나중에 무술을 하는 장면도 나온다고 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도화서를 배경으로 한 책도 찾아보면서 공부하고 있다. 어떤 작품이든 부담감과 책임감이 따르지만 <이산>은 호흡이 긴 대작이다 보니 부담감이 평소보다 더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담감보다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할 시기인 것 같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송연과 함께 이산의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이자 호위 무사 박대수, 이종수
박대수는 정조의 호위 무사로 어린 시절 이산을 만나 평생을 곁에서 지켜 주리라 결심하고 이를 30년 동안 실행하는 인물. 행동이 과묵하나 한 번 뜻을 두면 무섭게 집착하는 성격이다. 무과에 합격한 후 궁에 들어와 정조의 명으로 조선 최초의 무예책인 <무도보통지>를 저술한다. 평생 송연을 짝사랑한다.
“박대수는 정조의 최측근으로 수많은 살해 위협으로부터 온몸으로 정조를 지키는 인물이다. 호위 무사 역할이라 무예 연습도 많이 했다. <이산>이 세 번째 경험하는 사극인데 연기가 직업이지만 사극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솔직히 힘든 것 같다. 박대수를 연기함에 있어 어려운 점은 실제와 허구가 섞인 인물이라 어느 쪽에 중점을 두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정조를 바라보는 세 명의 시선 중 하나라는 막중한 배역을 맡았는데 이번 작품에서 내 목표는 튀지 않는 것이다. 정조의 이야기가 중심인 만큼 정조의 호위 무사인 박대수는 늘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시 정조가 돋보여야 하는 이야기인 만큼 튀지 않게, 정말 극중에서 박대수가 정조를 보필하듯 그렇게 이서진을 보필할 생각이다. 그게 박대수라는 인물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손자 이산을 경계하면서 동시에 연민하는 완벽주의자 임금 영조, 이순재
사도세자의 아버지이며 정조의 할아버지. 명석한 두뇌와 다방면에 걸친 해박한 지식, 그리고 논리적인 분석력과 탁월한 통찰력을 갖춘 완벽주의자. 불같은 성격 때문에 아무리 한가해도 천천히 걷는 법이 없다. 손자 정조를 끔찍이 사랑하나 그럴수록 더욱 잔인하게 임금 자질을 테스트하며 제왕학을 가르친다.
“영조는 조선의 왕도를 확립하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많이 한 인물이다. 스스로가 불확실한 기반에서 임금이 되었고 조선 왕조 자체가 개혁적인 통치 철학을 가진 왕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도들을 했으나 좌절되기 쉬웠다. 그래서 더욱 완벽주의자가 되려했던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왕을 많이 연기해봤지만 영조는 가지고 있는 통치 역량 자체가 다르다. 이 왕이 상당히 똑똑하단다(웃음). <허준>에서 유의태가 허준이 의술인으로서 일가를 이루고 살아가는 데 있어 사명감과 취지를 전제해 준 인물이었던 것처럼, 정조의 통치 권력에의 이미지를 영조가 전제해 준다고 생각한다. 늘 세손 이산을 경계하고 조심하지만 아버지가 없는 세손에 대한 측은함도 가지고 있다. 냉혹할 때는 더없이 냉혹하지만 한편으로 연민도 가지고 있는 그런 복합적인 면들을 보여주고 싶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내가 연구해야할 숙제이다. <이산>의 대본을 읽고 이건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자기 확신이 들었다. 사랑과 정치 이야기가 있고. 서스펜스가 있는 정말 괜찮고 짜임새 있는 드라마이다.”
그 외의 주요 인물들
노론 벽파 소장그룹의 지도자 최석주, 조경환
비상한 두뇌와 뛰어난 지도력으로 젊은 나이에 노론 세력의 지도자가 된 인물. 정순왕후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정후겸의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산의 입장에서는 적대세력의 최고 지략가이자 우두머리.
정조의 적대인물 정후겸, 조연우
본시 어업에 종사하던 서인 출신이었으나 천재적인 두뇌와 비상한 처세술로 궁중의 실세 화완옹주를 사로잡아 그녀의 양자가 된다. 겉으로는 늘 미소를 지으나 속내는 얼음처럼 차가운 성격. 영조의 특별한 신임을 얻어 최측근으로 일하며 훗날 정조의 강력한 적대인물이 된다.
영조의 딸이자 이산의 고모인 화완옹주, 성현아
예쁜 외모의 전형적인 요부로 안하무인 성격에 거침없이 행동하지만 영조의 총애를 받아 온갖 권세를 누린다. 사도세자를 죽게 만든 장본인 중 한 명으로 성격이 간교하고 수다스럽다. 세손 이산이 임금이 될 것에 대비하여 정순왕후와 함께 세손을 폐위시키는 일에 앞장선다.
영조의 왕비 정순왕후, 김여진
15살 어린 나이에 66살 영조와 혼인하여 왕비가 된 인물로 나이에 맞지 않게 능수능란하고 야심이 크다. 사도세자를 죽게 한 인물 중 하나로 그 후환이 두려워 세손 이산이 왕위에 오르지 못하게 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한다. 이산이 임금이 된 이후에도 그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끊임없이 세운다. 정조 독살설의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다.
정조의 최측근이자 세도정치의 효시 홍국영, 한상진
정조 때 최고의 권력을 행사한 인물. 이산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구해준 것을 계기로 위기 때마다 온몸을 던져 이산을 구하며 절대적인 신임을 얻는다. 이산이 임금이 된 후 노론 세력을 숙청하고 숙위소를 설치하여 임금의 암살 시도를 막는데 앞장선다.
지금 세상은 가히 ‘정조 붐’이라 할 만하다. 드라마만 해도 <이산>뿐 아니라 얼마 전에 종영한 KBS2 <한성별곡>이 정조 시대를 다루었고, 10월 말 방송 예정인 채널CGV의 <8일>도 정조 암살 미스터리를 소재로 한다. 뿐만 아니라 각종 책과 뮤지컬에서까지 다루어지고 있는 정조는 지금 시대의 아이콘이 되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극의 대가 이병훈 감독이 정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산>으로 돌아왔다.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예고편에 따르면 <이산>은 이병훈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정통사극의 품위와 퓨전사극의 경쾌함을 동시에 지닌 작품이 될 듯하다. 역사적 인물을 그 사람의 고유한 가치와 정신을 보존하되 허구를 가미하여 당시 시대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큰 캐릭터로 묘사해 온 이병훈 감독의 장기가 잘 드러난다면 <이산>은 그의 이력에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병훈 감독의 전작 <서동요>가 기대만큼 좋은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점과 각본을 집필하는 김이영 작가의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산>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산>이 방송될 월, 화요일 밤에는 SBS <왕과 나>, KBS2 <아이 엠 샘>이 방송되고 있다. <아이 엠 샘>이 10% 이하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산>의 실질적인 경쟁자는 <왕과 나>가 될 것 같다. <왕과 나>가 불과 4회만에 25%를 웃도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점은 <이산>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판은 <이산>의 시작과 함께 벌어질 것이다. 대한민국 사극의 역사를 양분해 온 이병훈 감독과 김재형 감독의 진검 승부가 시작된다.
이병훈 감독, 김이영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왜 정조 이야기를 다루기로 마음먹은 것인가?
이병훈 : 80년대에 <조선 왕조 500년>을 하면서 그리고 이후, <허준>부터 <대장금>까지 조선 시대 이야기와 임금의 이야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임금 이야기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훌륭하고 극적이면서 동시에 로맨틱한 삶을 산 임금이 있으면 드라마로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정조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Q. ‘정조 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조를 다루는 작품들이 많은데 왜 지금, 정조가 각광받는다고 생각하나?
이병훈 : 정조가 10년만 먼저 통치했으면 우리나라 근대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라고 할 정도로 정조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임금이었다. 정조는 정치 뿐 아니라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고 천주교를 묵인하는 등 사상적으로도 상당히 진취적인 인물이었다. 바로 이 시대에 정조 같은 특별한 지도자가 필요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Q. <이산>을 어떤 드라마로 만들고 싶은가?
이병훈 : 정조라는 가장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지만 가장 혁신적이었고, 수많은 적을 모두 끌어안고 갈만큼 훌륭했던 한 임금을 어린 정조와 호위 무사 대수, 사랑하는 여인 송연, 이 세 사람의 시각에서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그것이 평면적으로 시간 순서, 사건 순서에 따라 인물을 다루는 것보다 훨씬 동화적이고 판타지다운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도화서라는 당시 상당히 진보적이었던 공간과 그 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 <이산>은 동화와 무협이 함께 있는 드라마로, 휴머니즘적인 시선으로 그리고 싶다.
Q. 원래는 김홍도를 중심으로 한 그림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었다고 들었는데 김홍도에서 정조로 선회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이영 : 그림이라는 소재가 긴 호흡으로 가져가기에 부담이 있었다. 반면 정조의 경우 이야기 자체, 인생 자체가 파란만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조 시대를 다룬 작품들은 많지만 정조를 중심으로 다루는 드라마는 없었다. 정조의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있고 의미 있게 쓸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
Q. <이산>을 통해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김이영 : <이산>이 정조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잘 묘사하고 싶은 캐릭터는 영조이다. 그는 실제로 놀라운 인내심과 의지로 자기 극복을 이뤄낸 임금이다. 그러나 태생에서 오는 콤플렉스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위로받지 못했다. 예를 들어, 성격적으로 투명하고 고지식한 사람이었던 사도세자 역시 그런 아버지를 위로하지 못했고 그것이 두 사람 사이의 비극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Q. <이산>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자료가 있다면?
김이영 : 정말 많은 책과 자료들을 봤지만 기본적으로 <이산>의 세계관은 박광용 교수가 쓴 <영조와 정조의 나라>라는 책의 관점을 따른다. 자료를 읽으면서 느낀 것이 조선 시대는 멸망한 왕조이기 때문에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을 뿐, 높은 문화와 철학 수준을 대부분의 지배층이 유지하고 있었던 왕조였다. 피지배층으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면 그렇게 오랫동안 정권을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조선은 실로 높은 정치 수준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최석주로 대표되는 노론의 경우도 단순한 갈등 관계가 아니라 노론 세력의 철학적 성취 같은 것도 나름대로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글) 김희주 jyoje@t-fac.com
(사진) 이원우 mcqueen@t-f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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