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원로연기자 이순재 "365일 내내 일속에… 그게 바로 건강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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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게 운동 따로 하지는 않아 주말에 가끔 골프 나가는 것밖에 우리 예술인들은 일에서 건강을 찾아 새 목표를 세우고 다시 매진하고 계속 반복 나이 들었다고 해서 은퇴는 없어 요즘 일찍 퇴직한 분들 일이 없으면 4~5년 만에 팍 늙어버려 노령인구에게 일자리를 찾아줘야”

“일이 보약이죠 뭐.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면 아플 새도 없습니다."

‘중랑구 중랑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세종대 연극영화과 석좌교수’, ‘MBC아카데미 연극음악원 원장’…. 현역 최고령으로 꼽히는 원로 연기자 이순재(72)씨의 직책이다. 그는 교수, 회장, 원장에서 연기자까지 1인4역을 맡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MBC아카데미 연금음악원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요즘 근황이 어떠시냐”는 인사 말에 한참을 답했다.

“일단 본업이 연기자니까 드라마 이산 촬영에 가장 우선 순위를 두고 혼신을 다하고 있어요. 매일 저녁에는 세종대에 강의를 나가요. 98년부터 10년 동안 계속 하던 일인데 작년에 석좌교수로 임명됐답니다. 그리고 제 예전 지역구인 중랑구에도 가끔 찾아뵙죠. 중랑사회복지협의회라고 틈새 계층의 복지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지원하자는 취지로 구와 협력하는 시민모임인데 거기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요즘 이씨처럼 아이들부터 장년층까지 두터운 팬을 갖고 있는 연기자는 드물다. “현역에서는 내가 제일 선배”라고 말하는 그는 현재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며 유례없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1956년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가’로 데뷔한 그의 연기 인생은 지난해 만 50년이 넘었다. 그는 또 다른 원로배우 신구와 최불암 모두 자신의 후배라고 했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야동순재’라는 애칭을 얻으며 전 국민에게 큰 웃음을 준 그는 최근 드라마 이산에서 180도 선회하는 완벽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강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영조 연기는 드라마 첫회부터 눈길을 끌었다. ‘야동순재’ 이미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들어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저희 원로 배우한테는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젊은 배우들이나 이미지 변신에 실패하면서 배우는 거죠. 저희는 희극이면 희극, 정극이면 정극 모두 가능합니다. 제가 왕만 몇 번을 했는데요. 영조는 처음인데, 대원군도 두 번을 하고 광해군도 해봤습니다.”

그의 집무실 책상에는 ‘이산 정조대왕’이라는 책이 놓여 있었다. 연기 막바지인데도 캐릭터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직업 연기자로서 ‘당연한 것’이라지만 그 열정은 여느 젊은 연기자에 뒤지지 않는다. 올해 초 영조 연기를 제안받았는데, ‘거침없이 하이킥’을 찍으면서도 틈틈이 캐릭터 연구를 했다고 한다. 영조라는 어떤 정치적 이슈 속에서 집권을 했는지, 인간관계는 어땠는지, 어떤 시책을 펼쳤는지 등을 세밀히 검토했다.

이씨의 하루는 너무 짧다. 맡은 일이 많다 보니 자연히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야 한다. 배려라고는 전혀 없는 드라마 촬영 일정은 불시에 찾아오기 일쑤다. 경우에 따라 제작이 몰리게 되면 밤을 지새우거나 마라톤 촬영도 감수해야 한다. 이번 주도 2회 분량을 촬영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하루 일정이 어떤지 궁금했다.

“불규칙하죠. 대체로 아침 9시에 일과를 시작하는데, 새벽 5∼6시에 나가는 경우도 있고요. 연락 오는 대로 시간을 맞춰 줘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식사를 제때 챙겨 먹을 수 없죠. 이동하면서 급하게 먹거나 촬영 때 짬 내서 요기를 하죠. 일단 휴일은 없어요. 365일 계속 일하는 겁니다. 제가 뭐 나이가 많다고 해서 촬영장에서 배려한다거나 그런 건 없어요. 드라마 안에서 저 역시 일개 배우일 뿐이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똑같은 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죠.”

‘연기’란 그의 삶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무엇인 듯했다. 10년 전부터는 현업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매일 저녁 세종대에 나가서 연기전공 3학년 학생들과 워크숍 준비를 한다. 학기말 있을 작품 발표회를 위해 연기지도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를 위해 집무실을 찾았을 때도 그는 짬을 내 이날 연습 분량인 영어 대본을 한글로 직접 번역하고 있었다.

◇현재 MBC 드라마 ‘이산’에서 영조 역을 맡고 있는 이순재씨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펼치며 기존의 코믹한 ‘야동순재’ 이미지를 벗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산’은 지난 23일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일 중심으로 살아온 직장인들이 일과 삶의 균형(WLB : 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돌아서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이씨는 그러나 이런 변화와 거리가 멀어보였다. 일이 삶이고 삶이 일이다. 그렇게 50년을 살아왔다. 그럼 건강에도 이상신호가 오지 않을까. 50년 이상 활동을 하면서도 아직 젊은이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그만의 비결이 궁금했다.

“비결 그런 거 없어요. 운동을 따로 하지는 않아요. 주말에 가끔 골프 나가는 것 외에는 특별한 건 없어요. 우리 예술인들은 일에서 건강을 찾는 것 같아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다시 매진하고 계속 반복하는 거죠. 나이 들었다고 해서 은퇴는 없어요. 기력이 있을 때까지 하는 것이고, 일하면서 기력을 찾죠. 요즘 일찍 퇴직한 분들 할 일이 없으면 4∼5년 만에 팍 늙지 않습니까.”

인터뷰 가운데 그는 ‘노령인구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찾아주자’는 주장을 했다.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줘야 아픈 사람도 줄고, 우리나라 전체 생산성도 월등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출신답게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도 각별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정년이 빨리 찾아와 직업적으로 단명하는 분들이 많아 큰일입니다. 노인들이 대우나 좋은 조건을 바라는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그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돼요. 노령인구를 효과적으로 할수록 국가 경제력도 향상될 수 있고요. 물론 노인들도 그런 상황에 맞춰서 적응하고 일을 계속하려고 해야 합니다.”

건강관리에 대해 ”아무 비결 없다”고 답한 것이 좀 머쓱했던지 그는 모계 쪽이 원래 선천적으로 원래 상당히 건강하다고 했다. 지금 노환으로 누워 계시지만, 아직 아흔넷의 노모가 생존해 계시다는 것이다. 그는 담배와 술도 끊은 지 오래다. 술은 원래 선천적으로 맞지 않아서 입에 대지 않았고, 담배는 82년 목소리 연기를 좀 더 잘해 보려고 끊었다.

그에게 “그래도 동년배들은 모두 노후를 즐길 텐데 쉬고 싶을 때가 없냐”고 ‘유도질문’을 던져봤지만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년에도 일을 너무 많이 벌려 놓았다. 드라마 ‘이산’도 마치기 전에 벌써 내년 방영인 새 드라마 캐스팅 얘기가 오가고 있으며 후배 연기자 조재현과 지금 연극을 하나 기획하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오랜만에 영화 출연 섭외도 와서 스크린 나들이도 꾀하고 있다.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매진하는 국내 최고령 연기자 이순재씨. 내년 73세를 바라보는 지금 빡빡한 스케줄 상으로만 보면 그의 건강은 이미 예약된 셈이나 다름없다.

우한울 기자 erasmo@segye.com

* 제17대 대선 특별 사이트 http://17daesun.segye.com




200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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