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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진씨 연기를 보노라면 이병훈 PD의 탁월한 연출력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TV리포트]MBC 월화사극 ‘이산’의 악역 김여진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가 뜨겁다. 이산(이서진)을 제거하려는
배후세력 우두머리로 뛰어난 지략과 넘치는 카리스마를 선보여 보는 이들을 섬뜩하게 만들고 있다는 반응.
극중 정순왕후은
영조(이순재)의 보필은 물론, 남편 사도세자를 잃은 슬픔에 빠진 혜빈 홍씨(견미리), 끊임없는 위기에 내몰리는 이산의 안위를 걱정하는
효의왕후(박은혜)를 알뜰하게 챙기는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 백성들의 존경을 받는 국모이자, 궁궐 내 어진 중전마마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
지난 9일 방송분에서 천하를 호령하는 권력을 발휘,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어둠의 세력 수장으로 드러나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기
시작했다.
30일 14회 방송분에 등장한 정순왕후의 행동은 이를 더욱 잘 보여준다. 화완옹주(성현아)의 실책으로 조직 내부기밀이
밝혀질 위기에 몰리자 “용서를 구할 수 없다면 죽음을 택하라”고 명한 것.
여기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모든 사실을 밝히려는
병조판서를 찾아 “가문은 복원될 것이고, 장자의 목숨 또한 보장한다. 내가 허언을 하지 않는 것은 잘 알 것이니, 이에 맞는 결심을 보여
달라”고 말해 병조판서를 자결하게끔 했다.
표정의 미동 하나 없이 죽을 것을 명하는 모습은 냉혈한 정순왕후 캐릭터를 잘 보여준
대목. 시청자들로 하여금 “소름 돋을 정도로 차갑다” “이중적인 성격을 내 보일 때면 무서울 정도다” 등 김여진이 악역 연기를 제대로 선보이고
있다는 호응을 불러냈다.
이처럼 정순왕후 캐릭터가 호평을 자아내는 이유는 김여진의 연기가 그간 사극에서 다뤄져온 여성 악역
캐릭터와 비교되는 부분을 지녔기 때문이다. 극중 화완옹주를 연기하는 성현아의 표독스런 일면이 사극에서 그려지는 일반적인 여성 악역이라면,
정순왕후는 사극에서 권력 암투의 정점에 선 남자 중신들의 모습을 녹아낸 것 같은 모습인 것.
당대 최고 권력자 영조와 정조를
상대하는 장면은 여느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 캐릭터와 맞먹을 정도의 포스를 드러내고 있다. 뛰어난 지략가 정후겸(조연우)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모습에선 우두머리로써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게 할 정도.
이처럼 정순왕후 캐릭터는 사극에서 애정관계의 이해 속에만
머물렀던 여성 악역을 남성 캐릭터들의 전유물인 권력다툼으로 끌어올려 보는 이들을 흥미롭게 하고 있다.
이는 분명 이병훈 PD의
탁월한 연출력이 빚어낸 결과이다.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 장금이가 사극 속 여성 주인공의 정체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면 이번
‘이산’에서의 정순왕후는 여성 악역 캐릭터를 진일보시켰다. 시청자들이 김여진의 연기에 가슴 졸이고, 때로는 섬뜩해 하고, 미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진=방송장면)[김진도 기자 / rainfilm@naver.com]
200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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