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정조 그린 사극 `이산` 주인공 이서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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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될 것인가를 고뇌하던 이산(정조ㆍ1752~1800)이 '운명'을 받아들이자 '운'이 따르기 시작했다.

MBC 월화 사극 '이산'이 무섭게 시청률을 끌어올리더니 지난주부터 SBS '왕과 나'를 넘어섰다. 파죽지세의 인기 비결로는 이산 역할을 맡은 탤런트 이서진 씨(34)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정적들에게 당하고만 있던 그가 강한 반전을 주도하면서 이야기 전개에 탄력이 붙고 흡인력이 생겼다.

드라마 상승세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씨를 늦은 저녁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만났다.

역전된 시청률 덕분인지 여유로워 보이는 그에게 드라마가 뜨는 이유를 묻자 "왕의 길을 번민하는 인간적인 정조가 매력"이라고 답했다.

"예전 사극은 왕의 핏줄이라는 이유로 그냥 왕이 됐어요. 어떤 훈련과 교육을 받고 임금이 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는 드라마는 거의 없었어요. 정조는 수많은 정적을 물리치고 험난하게 왕이 된 인물입니다. 할아버지 영조에 대한 충정과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했죠."

왕으로서 업적보다는 정조의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해 드라마 제목도 '이산'으로 결정됐다. 노론과의 치열한 대결 속에서도 정조의 따뜻한 면모를 그려나갈 예정이다. 이씨는 "정조는 정에 약해 수하들과 백성을 몹시 아꼈다"며 "천한 신분의 송연(한지민 역할)과의 사랑도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조 열풍이 불면서 관련 도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정조를 연구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책은 무엇일가. 뜻밖에도 이병훈 PD가 준 동화책 두 권이었다.

"처음에는 정조 정치관이나 국가관을 깊이 파고든 책을 집어들었어요. 그런데 너무 어려워 조금 읽다 말았어요. 마침 감독님이 쉬운 동화책을 권해주시더군요. 좀 더 친근한 느낌으로 이산을 소화하길 바란 것 같습니다."

'이산'이 초점을 맞춘 정조의 리더십도 외유내강형. 문무에 뛰어나지만 온화하게 주변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사람을 다스릴 줄 알고, 어울릴 줄 아는 진정한 카리스마형 리더라는 게 이씨 설명이다.

그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이 시대가 원하는 정치인이 바로 정조'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오직 백성을 위해 개혁 정치를 펼쳤고, 신뢰감을 준 성군이기 때문이다.

"서얼 철폐나 화폐 개혁 등의 결실을 보지 못하고 죽어 '실패한 개혁가'라는 평가도 있어요. 하지만 그는 백성들에게 인정받는 지도자였어요. 적어도 개혁을 한답시고 백성을 고통스럽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백성을 괴롭히는 개혁은 의미가 없어요."

그렇다면 이씨에게는 정조의 풍모가 있을까. 그렇다는 게 주변인들 얘기다. 그는 촬영장에서 동료와 스태프들 식사비를 도맡아 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고기를 사는 것도 아닌데 큰돈이 들지는 않아요. 드라마 초반에는 바빠서 함께 식사할 자리가 별로 없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숨을 돌렸으니 서로 친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뉴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자신을 경영할 줄 아는 배우다. 1999년 데뷔 후 드라마 '불새' '다모' '연인' 등에서 구축한 연기파 이미지를 깔끔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 비결에 대해 "작품을 선택할 때는 까다롭고, 일을 안 할 때는 사생활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적인 질문을 삼가겠다는 사전 약속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언제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지금 성현아 씨(화완옹주 역) 결혼 때문에 정신이 없는데 나까지 가세할 수는 없다"며 드라마 종영 후 결혼할 뜻을 내비쳤다. 예전처럼 김정은 씨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느냐고 묻자 "요즘은 내가 바빠 정은 씨가 먹을 것을 바친다"며 "거의 매일 큰 가방에 음식을 가득 채워준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행복이 번졌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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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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