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캐스팅] 사극 속 개그맨, 캐릭터 논란 "감초 or 독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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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닷컴 | 탁진현기자] 개그맨들의 사극 출연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다. 개그맨 이미지가 사극에 주는 영향력 때문이다. 코믹한 이미지는 극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오버 액션으로 극의 흐름을 깬다. 그래서 사극에 출연하는 개그맨에 대한 평가는 '감초'와 '독초'를 오간다.

최근에는 개그맨 김미려와 지상렬이 그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시청자들이 둘의 연기에 대해 극과 극의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재미있다"라고 출연을 반긴다. 하지만 또 다른 시청자들은 "극에 방해된다"라고 비난한다. 개그맨의 사극 출연. 그들은 과연 사극의 '감초'인가 '독초'인가.

◆ 코믹 이미지, 감초 역할 톡톡!

거듭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극에 개그맨들을 캐스팅하는 이유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째는 시청률이고, 두번째는 무거운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실제 '이산' 연출자 이병훈 PD는 "지상렬이 드라마의 밝은 부분을 부각시킬 수 있는 인물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준다면 시청률 경쟁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사극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일단 웃기고 본다. 이는 확실히 진지한 모습의 다른 연기자들과는 차별화된 캐릭터다. 그들은 특유의 코믹한 이미지로 사극의 긴장감을 완화한다. 현재 방송중인 SBS-TV 월화사극 '왕과 나'에 출연하는 김미려와 MBC-TV 월화사극 '이산'에 출연하는 지상렬 둘다 마찬가지다.

김미려는 '왕과 나'에서 내자원 훈육 선생 최참봉의 상대역 탄실로 나온다. 그는 능청스런 과부 연기로 진지한 분위기의 '왕과 나' 중간 중간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도화서 화원 이천으로 나오는 지상렬 역시 장난끼 많고 우스갯소리를 자주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산'의 시청자들은 지상렬의 연기에 "엉뚱한 모습이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 과장 연기, 감초에서 독초로!

하지만 때론 감초가 독초로 변할 수도 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은 개그맨들의 사극 출연에도 적용된다. 과장된 코믹 연기는 오히려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다. 김미려와 지상렬도 이런 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들의 출연을 재밌다고 호평하는 시청자들도 있었지만, 극에 방해된다고 비난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개그맨들의 오버 액션 이유로는 적은 연기 경험이 한 몫 한다. 김미려와 지상렬 모두 사극 출연 경험이 많지 않다. 김미려는 뮤지컬과 시트콤에 출연한 적 있었어도 사극 연기는 처음이고, 지상렬은 '대장금'에 이어 두번째다. 지상렬이 '대장금' 때에 비해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들의 연기는 무리한 캐스팅과 합쳐져 더욱 문제가 되기도 한다. 김미려의 경우다. 시청자들은 "김미려가 출연하는 장면은 '왕과 나'의 스토리와 동떨어져 있어 그 부분만 안 보고 넘어가도 된다"며 "그런 상황에서 김미려는 사극에 어울리지 않게 오버, 극의 몰입을 방해해 채널을 돌리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 "개성보다 기본기 우선"

그런 면에서 임현식, 강남길 등의 배우들과 코메디언의 임하룡의 감초 연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이들은 코믹한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면서도 극의 흐름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며 "개그맨들은 그들보다 코믹하다는 이미지에서 장점을 가진다. 임하룡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쌓고, 코믹 연기와 과장 연기 사이에서 적절하게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지상렬도 최근 시청자들의 과장 연기 지적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칭찬과 비난 의견 모두를 받아들인다"면서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시청자의 생각이 맞을 수도 있다. 내가 조율을 잘 해야하는 부분이다"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더 열심히 연기하겠다. 그리고 좀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개그맨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순간 '개그맨'이 아닌 '배우'다. 드라마에 웃기기 위해서, 혹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 투입된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명심해야 한다. 그들이 진짜 배우로 인정받아 극에 자연스레 스며들고 싶다면…. 지금 필요한 건 '개성'이 아니라 '기본기'다. 드라마는 호흡이 길기 때문이다.

<사진=MBC, SBS 홈페이지>

200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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