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PD식 연출 철학, '이산' 빛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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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홍주 기자] MBC 창사 46주년 특별기획 '이산'(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 김근홍)의 독주가 예사롭지 않다.

시청률 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MBC '이산'은 19일 19회 방송분에서 전국기준 23.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비록 지난 18회 기록보다 0.4% 포인트 하락한 수치이긴 하지만 19.4%를 기록한 SBS '왕과나'와의 격차를 3.7% 포인트까지 벌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산'의 인기 비결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이병훈 PD식 휴머니즘이다. '대장금', '허준', '상도' 등 전작들을 통해 따스한 색채로 시청자들을 흡인하기로 유명한 이병훈 PD의 연출 미학이 '이산'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이산'의 정조 즉위를 둘러싼 배후 세력간의 암투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지는 과정에서 산(이서진 분)이 군주로의 면모를 발휘해나가는 모습과 산과 송연(한지민 분), 대수(이종수 분)의 끈끈한 우정과 사랑은 극적 묘미에 감동까지 배가하는 시너지로 다가온다. 이와 함께 선과 악으로 대변되는 대결 구도도 볼거리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병훈 PD식 연출 철학은 단순히 휴머니즘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가 연기자들에게 빼놓지 않고 주문하는 요소가 바로 대사.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대사가 조금이라도 어색할 경우 연출 의도 자체가 180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최근 경기 용인 '이산' 촬영 현장에서 만난 영조 역의 이순재는 "이병훈 PD는 연기자들의 발음과 관련해서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빠듯한 일정과 제작 여건상 쉽사리 넘어갈 수 있는 부분까지도 꼼꼼하게 체크를 하는 것은 물론 완벽하고도 정확한 대사 연기가 진행된 뒤에야 비로소 다음 장면으로 촬영이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철저한 발음과 대사 연기야말로 이병훈 PD식 원칙이자 사극의 품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연기자들도 초반에는 적잖이 애를 먹었다는 후문. 이서진과 한지민, 한상진은 사극 연기에 가장 어려운 점으로 주저 없이 대사 연기를 꼽은 뒤 "현대극과는 어감 자체에도 많은 차이가 있는데다 평상시 쓰지 않는 어려운 대사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지금은 대사를 외우기보다 이해하려고 하면서 연기에 몰입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쉬운 사극을 추구하기로 유명한 이병훈 PD는 "딱딱한 흐름으로 치달을 수 있는 역사적 사실에 극적 재미까지 첨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고민거리를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최근 전개에서는 의빈성씨(한지민 분), 효의왕후(박은혜 분), 정순왕후(김여진 분), 화완옹주(성현아 분), 혜경궁 홍씨(견미리 분) 등 여자들의 시선으로 정조의 정치 사상을 풀어내고 있다는 게 이 PD의 설명이다.

이병훈 PD는 "이번이 20년 만에 다루는 왕의 이야기이지만 '조선왕조 500년'에서 다뤘던 편년체 스타일의 정치적 상황 추적이나 권력을 가진 왕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이번에는 그리고 싶지 않았다"며 "왕조시대의 가치관을 떠나 보다 현대적이고 보다 인간적이며 보다 전문적인 식견과 지식을 가진 오늘의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그런 군주를 찾아 휴먼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며 본인만의 뚜렷한 연출 철학을 밝혔다.

[자신만의 뚜렷한 연출 철학으로 드라마 '이산'(위)을 빛내고 있는 이병훈 PD(아래). 사진제공 = MBC]

(고홍주 기자 cool@mydaily.co.kr)

200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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