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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홍주 기자] 1970년대 '암행어사',
1983년 '조선왕조 오백년' 그리고 '허준', '대장금', '상도', '서동요' 그리고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인 MBC 창사 46주년 특별기획
'이산'까지, 사극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고, 또 그만큼 거장으로 꼽히고 있는 이병훈 PD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은 있다. 역사적 사실의
딱딱함과 극적 묘미를 어떻게 배합하느냐의 문제는 그에게 있어 오랜 과제와도 같았다.
최근 경기 용인에 있는 '이산' 촬영 현장에서
만난 이병훈 PD는 가장 먼저 극적 전개에 관한 고민거리를 털어놨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에 둔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자칫 딱딱한 전개로
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한 시청자가 내용 전개에 불만을 품고 기자임을 사칭한 채 이병훈
PD에게 직접 불만을 토로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항의 내용인 즉, 산(이서진 분)과 송연(한지민 분) 그리고 대수(이종수 분)를
주축으로 조선조 22대 정조의 군주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휴머니즘으로 엮어내겠다는 초반 의도와 달리 산의 즉위를 막기 위한 배후 세력간 암투에
초점을 맞추면서 다소 딱딱한 흐름이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공교롭게도 이병훈 PD가 가장 고심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딱딱한 흐름으로 치달을 수 있는 역사적 사실에 극적 재미까지 첨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는 사극이라는
장르에 최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역사적 사실만을 강조했다가는 평면적인 느낌의 다큐멘터리가 될 수도, 그렇다고 극적 재미에 비중을
두었다가는 자칫 역사 왜곡의 우려를 낳을 수도 있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병훈 PD는 이를 보완하고자 최대한 쉽고,
부드럽고, 재미있는 드라마로 만들고자 고심중에 있으며, 다양한 방향으로의 제작을 검토중이라고 했다.
이 PD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드라마가 자칫 딱딱해질 수 있다는 약점을 갖고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빈성씨(한지민 분), 효의왕후(박은혜 분), 정순왕후(김여진 분),
화완옹주(성현아 분), 혜경궁 홍씨(견미리 분) 등 여자들의 시선으로 정조의 정치 사상을 풀어내려고 한다"며 "정치가들이 언급하는 정치 사상은
지루함을 가져다줄 수 있는데 그렇다고 이를 배제하고 드라마를 이끌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생각한 방향이 여인들을 통해 정조의 정치 사상을
투영시키는 것이고, 이미 가닥을 잡아 몇 회전부터 그러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 얼마 전부터 여자들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조의 즉위를 반대하는 배후 세력간의 암투가 흥미를 더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펼쳐질 '이산'의 관전 포인트가
궁금하다.
이병훈 PD는 "정조의 대리 청정 과정에서 펼쳐지는 시행착오와
개혁에 관한 이야기가 즉위한 이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보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이다"며 "아이들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며, 여기에 휴머니즘까지 가미된 사극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딜레마를 안고
있는 '이산'(위)과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이병훈 PD. 사진제공 = MBC]
(고홍주 기자
cool@mydaily.co.kr)
200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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