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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왜 스스로 눈을 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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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정경화 기자] 사극 열풍이 2007년 안방극장을 휩쓸면서 왕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왕과 나', MBC 월화드라마 '이산', 케이블채널 CGV '정조 암살미스터리 8일', KBS 2TV '한성별곡 正'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조선시대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정조와 피바람을 몰고 온 연산군의 아버지 성종이 그 주인공이다.

드라마속 두 왕은 신하들과 줄다리기를 하며 왕권을 지켜나가려 한다. 정조는 왕권을 지키고 개혁을 이루기 위해 노론 세력과 마찰을 일으키다 결국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다. 성종 역시 자신의 할아버지인 세조를 왕위에 올린 공신 집단과의 세력 줄다리기를 펼치다 중전을 폐비 시키는 비극적인 결말을 낳는다.

조선시대의 권력은 왕과 신하로 양분된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신하들은 왕의 권력을 제한하고 왕을 올바른 길로 이끌려고 직언을 한다. 그러나 신하들이 임금의 눈을 가리고 자기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시작하면 이러한 권력의 균형은 깨어지고 비리로 얼룩진다. 특히 정조가 즉위해있을 당시에는 숙종때부터 이어진 노론과 소론, 남인들의 대립이 왕위를 위협할 정도로 대두된다.

성종 때는 한명회를 비롯한 공신 세력이 위세를 떨치며 조정을 장악한다. 성종은 자신을 바쳐줄 수 있는 신흥 세력을 조정에 들여 공신세력을 견제하려고 한다.

'왕과 나'의 내시부 개혁이 왕권 강화와 조정 개혁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왕을 측근에서 모시는 내시부는 조정 권력과 긴밀히 엮여있고 공신세력과 결탁한 내시부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신흥 세력을 조정에 들이기 어려워진다. 성종이 내시부의 개혁 바람을 묵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왕은 스스로 나설 수 없다. 왕이 스스로 신하들과의 대결에 나서게 되면 이른바 사화가 발생해 신하들이 죽임을 당하고 자칫 반정으로 이어져 왕권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서 왕들은 스스로 나서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우고 자신은 뒤로 숨는다.

사극이 재미있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왕은 마치 스스로 눈을 가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대립하는 양 세력의 의견을 경청하고 고민한다. 그러나 실상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의견을 대립하는 세력에게 명분을 쥐어줄까 고민한다. 임금의 이러한 고민을 중점적으로 다룬 드라마가 케이블 채널 CGV '정조 암살미스터리 8일'과 KBS 2TV '한성별곡 正'이다. 반면 신하들 사이의 대립과 궁중의 암투를 그린 드라마가 SBS '왕과 나'와 MBC '이산'이다.

스스로 눈을 가리고 물러난 왕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시청자도 알고 궁궐의 모든 이들이 아는 일도 임금은 모른다. 그것은 신하들 간의 대립을 강조하기 위한 방법이다.

'정조 암살미스터리 8일'이나 '한성별곡 正'과 같이 임금이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신하들의 비리를 꽤 뚫고 있는 모습을 그려주는 것은 임금의 고민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왕을 중심으로 한 두 가지 타입의 사극은 서로 다른 재미를 준다.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사극의 이야기 흐림 속에서 왕의 숨은 고민을 생각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주는 감상 방법이지 않을까?

[임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SBS 월화드라마 '왕과나'와 MBC 월화드라마 '이산'과 KBS 2TV '한성별곡 正'과 케이블 채널 '정조암살 미스터리 8일'(왼쪽부터). 사진 = SBS, MBC, KBS, CGV]

(정경화 기자 chm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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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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