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 이현] 온화했던 미소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서슬퍼런
미소로 바뀐다. 15살 때 영조에게 시집와 살아남기 위해 온갖 음모를 자행했던 여자.
영조에게는 간·쓸개라도 빼줄 듯 애교스러움이
가득하지만 그 이면에는 칼날 같은 카리스마가 있다. MBC TV 월화극 ‘이산’ 속 정순왕후다.
솔직히 배우 김여진(35)이 악역을
맡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비롯해 드라마 ‘대장금’ 등에서 늘상 정의파의 입장을 대변해왔기 때문. 하지만 착한
사람의 변신이 더 무서운 걸까.
우수에 젖은 촉촉한 그녀의 눈매가 냉정해지는 순간 소름 돋는 전율을 느끼게 됐으니 말이다.
“지독한 악역이라서 선택했다.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악역이 될 것”이라는 그의 악역 변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정순왕후는
조선시대 최고의 연기자였다”
“솔직히 정순왕후는 조선 최고의 연기자였다고 생각해요. 천재였던 영조를 마지막까지 속일 수 있었던
인물이었으니까요. 어찌보면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저보다 훨씬 뛰어난 배우였던 것 같아요.”
역사는 정조 사망 이후 수렴청정이라는
절대 권력을 잡았던 정순왕후를. 사도세자를 모함하고 정조 폐위를 위해 음모를 꾸민 인물로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역사가 중에는 사도세자와
정조의 죽음에 관련됐다는 주장을 펴는 이도 있다. 아무튼 시청자들은 연일 칭찬과 원망을 함께 보내고 있다.
“이런 강렬한 반응을
전혀 예상치 못했어요. 정순왕후에 대한 평가가 남다를 수 있지만 기왕 악역이니 어디까지 욕을 먹을 수 있는지 가보고
싶어요.”
이미지 때문인지 아직도 촬영 현장에서 혜경궁 홍씨 역을 맡은 견미리와 의상을 바꿔 받는 해프닝도 있지만 기대감도 크다.
“정순왕후가 정조를 독살하는 것으로 끝나면 파장이 얼마나 클지 두려워요. 그때는 방탄차가 필요하지 않을까요?(웃음)”
● “배우
김여진 버리고 정순왕후 얻었죠”
1995년 연극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갗로 데뷔한 후 12년차. 대중들로부터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호칭 또한 얻었지만 스스로 연기에 대한 한계를 느꼈다. 미국 뉴욕으로 훌쩍 떠났고 지난해 8~12월. 올해 6~7월에 출연하는 틈틈이 연기
수업을 받았다.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겸손’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는다는 김여진. 그는 “내가 못하는 것을 내려놓으면
가벼워질 수 있다. 나를 버리고 남을 믿으면 행복해진다”고 최근 얻은 깨달음을 전했다.
“전작들의 연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의 마음가짐은 부끄러워요. 스타성을 쫓으면 욕망 덩어리가 될 수 있잖아요. 어떤 역할이라도 감사하게 할 수 있는 사람. 잘 쓰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요즘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