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안타까운 코믹 멜로 달호-막선 커플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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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극 ‘이산’에서 달호-막선의 코믹 멜로가 적은 분량임에도 큰 재미를 낳고 있다. 멜로치고는 특이한 멜로다.

궁의 내시부에서 내관으로 일하다 쫓겨나 궁밖에서 장사를 하던 달호(이희도 분)는 시장에서 국밥을 파는 주막집 막선 아줌마(경인선 분)를 알게된다. 막선의 능글능글하게 들이대는 ‘작업’에 달호도 사랑을 느낀다. 달호는 막선에게 멋있게 보이기 위해 가짜 말총수염까지 달아 위엄을 갖추기도 하지만 자신이 고자라는 사실 때문에 더 이상의 표현을 할 수 없다.

드라마는 이 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깊어질 수 없는 둘의 에피소드는 매번 이렇게 끝난다.

달호가 막선의 손을 잡거나, 한번 안아주면 달호가 고자임을 알지못하는 막선은 그저 좋아하다가 이내 “애걔, 겨우 요것뿐이야!”하고 실망한다. 이런 에피소드의 반복은 막선을 안달나게 하지만 자신의 처지가 쉽게 마음을 줄 수 없음을 잘 아는 시청자들은 웃을 수밖에 없다.

막선은 달호를 볼때마다 “자기 방을 따뜻하게 지펴놓았다”고 분위기를 유도하지만 달호는 이에 쉽게 응할 수 없다.

매번 손만 잡아준다고 타박하는 막선에게 자신의 정체를 털어놓았다가 크게 실망할 것이 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달호. 더 이상 속일 수 만은 없어 힘들게 ‘고 고...’ 하고 고백했지만 막선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달호의 정체가 밝혀지면 이들 커플의 코믹한 긴장 관계는 풀려져버린다. 그래서 달호의 정체밝히기 시점은 최대한 늦춰진다.

달호는 코믹한 캐릭터임에도 ‘이산’에서 사건 전개에는 중요한 배역이다. 지금은 난전 상인으로 불법 영업을 하고 있지만 한양 육의전 대행수가 될 몸으로 끝까지 송연을 아끼고 이산을 도와주는 역할이다. 그런 공적인 코드와 러브라인이라는 사적인 코드 양쪽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달호와 막선 두 사람의 연기 내공이 만만치 않아 특이한 커플 관계를 잘 표현하고 있다. 애처로운 달호와 능글능글한 막선의 연기가 어우러져 작은 코믹 멜로 한편이 만들어졌다.

달호가 고자라는 사실이 결국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이미 시작된 이들의 사랑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막선으로부터 툇자를 맞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선이 달호와의 사랑을 운명으로 받아들여 이들이 맺어질까? 아마 시청자들은 후자를 원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2007-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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