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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프로듀서(63)의 사극은 ‘정통 사극’과는 다른 결을 갖고 있다. 기존의
사극이 정사 중심의 딱딱한 드라마에 머물렀다면, ‘이병훈표’ 사극에는 휴머니즘과 이야기가 있다. 현재 방송 중인 MBC 드라마 ‘이산’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정조를 비롯한 여러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 송연과의 사랑 이야기 등이 다양하게 얽혀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는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작품으로 MBC 프로듀서로 재직하던 당시 연출했던 1981년작 드라마 ‘암행어사’를
꼽았다.
“‘암행어사’는 내가 처음으로 연출한 사극이었어요. 매주 한 회씩 1년 반을 꼬박 만들었죠. 부족한 점이 많긴 했지만
사극에 무술이 등장한 최초의 드라마로, 역사에 사랑과 활극이 함께 가미된 작품이었어요.”
‘암행어사’는 매회 하나의 완결된
에피소드로 이뤄진 장기 시리즈물이었다. 새로운 시도였다. 현재 그의 드라마가 매회 시련을 겪고 극복하는 성긴 완결 형태를 띠는 것에도
‘암행어사’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암행어사’는 대중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당시 액션, 러브 스토리, 미스터리 세가지를 모토로
매회 다양한 내용을 담으려 했다”며 “지금도 이 세가지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이고, 내가 드라마를 만들 때 빼놓지 않는 요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그는 ‘113 수사본부’ ‘제3교실’ 등 주로 현대극을 연출했다. 70년대 초반 입사 초기에는 지금은 공연
연출가로 일하고 있는 표재순 프로듀서의 조연출로 ‘임꺽정’ 등 사극 작품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때부터 “알게 모르게” 관심이
생겼다.
그러나 사극의 재미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것은 자신이 직접 연출은 맡은 ‘암행어사’ 때부터였다. 이후 그는 과거의
사회제도, 풍습, 언어, 조직 등과 관련된 역사 서적들을 찾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 때의 관심을 토대로 83년 유명작 ‘조선왕조 500년’을
시작하게 된다. 무려 7년 동안 이어진 작업이었다. 이후에는 99년 ‘허준’부터 ‘상도’(2001), ‘대장금’(2003),
‘서동요’(2005)를 거쳐 현재 방송되는 ‘이산’에 이르기까지 ‘이병훈표’ 사극의 일가를 이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니 힘든
점도 많았다.
“컬러 TV 방송이 시작되는 초기라, 70년대 스튜디오 위주의 촬영에서 벗어나 야외 로케이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때였어요. 암행어사도 대부분 외부에서 촬영을 했고, 특히 무술신이 많아 촬영이 힘들었죠. 더구나 암행어사는 주로 밤에 활동하잖아요. 늘 찍다보면
날이 샜어요. 그래서 ‘야행어사’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웃음).”
스스로 생각하는 최고의 작품을 묻자 “글쎄요, 허허” 했다.
굳이 말해야 한다면 ‘허준’을 꼽겠다고 했다. “사회의 올바른 가치관과 드라마의 재미를 같이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구체화시켜줬죠. 유익하고도
재미있는 드라마가 가능하단 것을 경험했다고 할까요.”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이병훈은
1944년 출생. 70년 MBC TV 드라마 PD로 입사해 드라마를
시작했고, 74년 ‘113 수사본부’로 데뷔했다. 이후 ‘암행어사’ ‘조선왕조 500년’을 비롯, ‘허준’ ‘상도’ ‘대장금’ ‘서동요’
‘이산’ 등을 연출해 사극의 대가로 자리잡았다. 현재는 김종학 프로덕션의 드라마 제작팀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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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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