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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드라마 악역, 어설프거나 살벌하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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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홍주 기자] 드라마를 빛내는 숨은
주인공은 모름지기 '악역'이라고 할 수 있다. 악역이 제 역할을 해줘야 드라마도 긴박함을 더하기 마련. 2007년 방영된 드라마 속 악역은 어떤
캐릭터가 대세였을까.
◇ 우용길 교수부터 정순왕후, 대장로까지‥살벌 그 자체
2007년 드라마 속
대부분의 악역은 살벌함 그 자체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선한 인상에 소시민적 이미지로 인기를 끌어온 가수 겸 연기자 김창완은 올 초
방영된 MBC 메디컬드라마 '하얀거탑'을 통해 악역의 진수를 '제대로' 선보였다.
그가 맡은 역할은 이해득실에 따라 사람들을
동지로 때론 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대학병원 최고의 실세인 우용길 교수. 김창완의 첫 악역 연기가 단연 돋보였던 이유는 악역과는 거리가 먼 그의
평소 선한 이미지에 있었다. 김창완은 이 작품을 통해 야누스적인 면모를 발산하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하얀거탑'의 중독성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했다.
얼마 전 화제속에 종영한 MBC 판타지사극 '태왕사신기'의 최민수 역시 올 한 해 가장 살벌했던 악역이었다. 쥬신의 후예인
담덕(배용준 분)으로부터 하늘의 힘을 빼앗고자 악의 기운을 내뿜는 그의 연기는 보는 이마저 소름 끼치게 할 정도로 실감났다는 평가다.
특히 최민수는 캐릭터에 악의 기운을 더욱 불어넣고자 금식까지 마다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의 철저한 프로근성이 회자되기도 했다.
MBC 창사 46주년 특별기획 '이산'은 악역이 유독 많기로 유명한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악역은 탤런트 김여진이
연기하는 정순왕후 역. 영조(이순재 분)의 왕비 정순왕후는 정조의 생부 사도세자를 죽게 만든 장본인으로 나이에 맞지 않게 노회한 성격에
능수능란하고 야심이 큰 캐릭터다.
특히 궁중에서는 본연의 얼굴을 숨기고 선한 이미지를 구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세손(이서진
분)의 음해를 주도하는 배후 인물로 본색을 드러내는 김여진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이 드라마 최고의 압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소
선한 이미지를 자랑하던 김여진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재발견'이라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이 외에 성공을 위해서라면
지고지순한 사랑까지 마다 않고 저버리는 SBS '황금신부'의 최여진, 얼마 전 SBS '왕과나'에서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 노내시 역의 신구와
야욕을 지닌 정한수 역의 안재모, SBS '로비스트'에서 끝내 마리아(장진영 분)를 배신하고 마는 제임스 역의 허준호도 악역 변신으로 올 한 해
시청자들로부터 미움 아닌 미움을 받았던 연기자들이다.
◇ 악한 거 같기도~? 인간적인 거 같기도!
악하기는 한데 무언가 어설프다. 악하지만 허점투성이인 악역의 이 같은 면모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인간적인 연민까지 느끼게
한다.
MBC '이산'에서 성현아가 연기하는 화완옹주는 간교함이 도드라지는 악역이지만 일을 저지르고도 노심초사하는 면모를 보이는
인물이다. 극중 산의 즉위를 막기 위한 배후세력으로 주축을 형성했지만 은근히 철이 없는 구석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SBS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악랄한 사채업자로 등장한 '마쓰장' 이원종 역시 올 한 해 브라운관을 빛낸 최고의 악역으로 꼽을
수 있다. 그의 역할은 악덕사채업자로 주인공 금나라(박신양 분)의 아버지를 자살로 몰아넣은 분명 악역 중의 악역이지만 그러한 살벌함 속에서도
시청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웃음을 발견하게 된다.
가령 돈을 위해서라면 야비하고 양심 없는 짓을 서슴지 않지만 탁월하지 못한
머리회전은 상황적으로 웃음을 자아내곤 한다. 물론 마동포의 '절대 악'에 코믹까지 가미한 이원종의 혼신을 다한 연기가 없었다면 드라마의 인기
또한 불가능했을 일이다.
MBC '겨울새'의 박원숙은 얼토당토 않은 내용으로 며느리(박선영 분)를 구박하는 시어머니로 등장하지만 이
드라마의 마니아를 형성하는 데 주축을 이루고 있다. 속물적 근성이 듬뿍 묻어나오는 행동에 "아드님~하셨습니까?"라는 그만의 간드러진 말투는
시트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코믹하기 그지 없다.
그런가 하면 KBS 1TV 대하사극 '대조영'에서 거란족 출신 당나라 장수 설인귀
역을 맡은 이덕화도 악역 연기에 있어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조영의 반대 축에 서는 극의 연장선상으로 올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
'대조영' 최수종과 경합을 벌일 정도로 빛났던 이덕화의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연기는 극중 죽음의 위기에 처하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얼굴에 피를
묻힌 채 죽은 척을 하고 마는 굴욕적인 상황과 맞물려 연민의 정까지 느끼게 했다.
[2007년 드라마를 빛낸 악역들,
사진=마이데일리DB, 방송캡처]
(고홍주 기자 coo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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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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