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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세종, 성종, 선조, 정조…. MBC 장편 사극 ‘조선왕조 500년’의 작가로 유명한 신봉승씨가
2002년 낸 책 ‘성공한 왕, 실패한 왕’(동방미디어)에서 조선 시대의 탁월한 임금으로 꼽은 5명의 국왕이다. 임진왜란 당시 군주였던 선조가
포함된 점이 좀 의외일 뿐 나머지는 대체로 수긍이 간다. 태종, 세종, 성종, 정조가 조선의 대표적 명군(明君)임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대통령 당선자가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할 내년 초 이 4인의 군주가 안방극장에 한데 모인다. 이미 방영 중인 MBC
‘이산’과 SBS ‘왕과나’에 이어 KBS가 새 주말 사극 ‘대왕 세종’을 내보내기 때문이다. ‘이산’이 정조(이서진 분), ‘왕과나’가
성종(고주원 분)의 일대기를 각각 다루는 것처럼 ‘대왕 세종’은 세종(김상경 분), 그리고 그의 아버지 태종(김영철 분)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 태종
태종은 치밀한 국가경영술을 갖춘 탁월한 정보분석가로 평가된다. 아직
모든 게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조선 초기 ‘문민독재’를 통해 강력한 왕권을 확립했다.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뒤 4년간 상왕(上王)으로 군림하며
어린 아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창업의 걸림돌’ 정몽주와 옛 동지 정도전은 물론 자신의 형제, 처남, 사돈까지 제거한 냉혹한 행동
때문에 숱한 비난을 받기도. 신봉승씨는 “씻지 못할 악명을 스스로 짊어지기를 자청하고 후계자 양성에 성공함으로써 조선의 황금기인 세종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성공한 임금의 반열에 든다”고 설명한다.
■ 세종
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한 유교정치의 구현, 찬란한 문화 부흥과 과학기술 발전, 위대한 편찬사업, 그리고 훈민정음의 창제…. 세종의 업적은 너무나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곧 10만원·5만원 짜리 지폐가 나오지만, 현재 국내에서 통용되는 화폐 가운데 가장 고액권인 1만원권에 세종 얼굴이
들어가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세종은 온갖 질병에 시달리고 맏며느리를 두번이나 쫓아내는 등 개인적으론 커다란 불운을
겪었다. 그의 치세가 한층 빛나 보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신봉승씨는 세종에 대해 “통치자의 수직적 권위에 수평적인 CEO의 마인드를 절묘하게
결합시켰다”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 성종
요즘 드라마 ‘왕과나’에서 성종은 여자
때문에 번민하는 바람기 많고 우유부단한 국왕으로 그려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는 법제의 완비, 엄정한 관료 등용, 세제 정비 등의 치적으로
세종 시대에 버금가는 태평성대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성종이 이런 수완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인수대비(전인화 분)의
후광 덕분이란 견해가 많다. 남편의 죽음 이후 궁궐을 떠나야 했던 개인적 아픔을 겪으면서도 인수대비는 아들 성종을 ‘준비된 임금’으로 길러냈다.
신봉승씨는 “성종 시대의 문치주의는 공명정대한 사림들에 의해 주도됐다”면서 “이 사림들의 문치주의가 고도의 문화를 창달해 태평성대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 정조
정조는 조선의 문예부흥을 이끈 군주다. 그의 성공을 가져온 자질은
다름아닌 솔선수범의 리더십. 요즘 드라마 ‘이산’에서 잘 그려지고 있듯 그는 끊임없는 집념과 노력으로 홍국영(한상진 분) 같은 유능한 스태프들을
잘 이끌었다.
태종이 세종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한 것처럼 정조 뒤에는 영조(이순재 분)라는 강한 조력자가 있었다. 영조는 비록
정조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아들인 사도세자를 죽게 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했지만, 손자만큼은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시켰다. 영조 역 이순재는 “정조가
10년만 더 살았으면 조선 후기 우리나라 역사가 크게 바뀌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200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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