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시장 독과점은 왜 경제에 해로운가?- 번암 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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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주의 조선을 구한 13인의 경제학자들]

요즘 정조 시대를 다룬 드라마 '이산'이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서 채제공은 정조를 보좌하는 최측근 중 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채제공은 실제 그가 이룩한 역사적 업적(業績)에 비해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정조 시대의 굵직한 국책 사업은 모두 그의 지휘 하에 이루어졌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는 정조 개혁 정책의 총사령관이었다.

특히 그가 주도한 1791년(정조 15년)의 '통공 정책'은 조선의 시장경제와 상공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채제공이 단행한 이 경제 정책은 보통 신해년에 이루어졌다고 해서 '신해통공'이라고 불린다. 그것은 조선 최초의 시장 및 상업 자유화 조치였다.

이 조치로 시전 상인들이 시장 독과점의 수단으로 악용한 금난전권(禁難廛權)이 폐지되었기 때문에, 조선의 백성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상공업 활동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시장 경제와 상공업 발전의 큰 물꼬가 트이게 된 것이다.

채제공이 당시 경제 개혁의 핵심을 '통공'에서 찾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시장 독과점'을 민생(民生)과 경제 발전의 가장 해로운 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채제공은 특정 세력이 시장을 독과점하게 되면, 이들이 힘없는 생산자와 소상인들에게는 물건을 싼값에 사들여서 오히려 백성들에게는 비싼 독점 가격을 매겨서 큰 이익을 취하는 폐단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이 때문에 물가는 치솟고 백성의 삶은 곤궁해진다.

시장 독과점의 해로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나라 경제 전체를 침체의 늪으로 빠뜨릴 수 있다.

채제공은 그 해로움을 이렇게 보았다.

첫째 매점매석 등 이익만을 좇는 풍속이 유행해 민심이 흉흉해지고, 둘째 생산자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생산 활동이 위축되며, 셋째 독점 상인을 제외한 일반 소상인은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유통과 소비가 발달할 수 없고, 넷째 상공업 활동에 나서는 백성이 줄어든 만큼 나라 경제는 번성할 수 없게 된다. 그가 왜 그토록 '통공'에 온 힘을 쏟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 독과점의 해로움은 오늘날에도 대기업들의 가격 담합에 의한 소비자 피해나, 불공정 거래 및 계약으로 인한 중소상인이나 중소기업의 피해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거대 자본의 횡포가 마치 예전에 금난전권을 휘두르며 시장을 독차지한 시전 상인들의 모습과 닮았다고 한다면 지나친 억측인가? 소수의 거대 자본만 살찌고 다수의 소비자와 중소상인 혹은 중소기업이 곤궁함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을 두고 진정한 경제 성장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 드라마 '이산'에 채제공의 통공 정책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보면서, 시장 독과점의 문제와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싶다.

제공 ㅣ 다산북스

※글쓴이 한정주는 1966년 남도 끝자락에 자리한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동국대 사학과에 입학했지만 당시 대학을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분위기 탓에 역사 공부보다는 사회과학 공부에 심취했다. 현재는 '마음을 함께 하는 벗(同心友)'들과 역사와 고전을 공부하고 연구하며 집필하는 '뇌룡재(雷龍齋)'라는 모임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최근 '조선을 구한 13인의 경제학자들' 이란 책을 출간했다.

데일리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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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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