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의 멜로는 각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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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MBC 월화사극 ‘이산’의 멜로는 은근하지만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다. 이산(이서진)과 송연(한지민)은 눈빛만으로, 기껏해야 손만 잡아도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현대극에서 키스신과 배드신을 보여준 이상의 효력을 발휘한다.

‘이산’ 멜로의 고리는 팽팽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이중 삼각관계다. 세손 이산-송연-대수(이종수)와 이산-송연-효의왕후(박은혜)다. 대수도 엄연히 송연을 일편단심 사랑한다. 사랑이라기보다 사모의 감정이다. 남사초(맹산훈)가 대소에게 “너도 저애(송연) 하나뿐이잖냐”고 말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하지만 세손 저하가 정인으로 여기는 여자라 감히 표현을 못할 뿐이다. 그래서 동무처럼 오누이처럼 지낼 수밖에 없다.

효의왕후도 남편인 저하가 송연을 사사로이 마음에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모른 채 한다. 현대물이라면 ‘부부클리닉’에나 나올만한 단순불륜사건이지만 사극이라는 장치를 빌어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결국 이산과 송연의 사랑은 합당한 지위를 획득해 품위 있는 멜로가 된다. 이산은 차대도 미뤄가며 청국에서 내쫓기듯 떠나 구사일생한 송연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는다. 이들의 은근함과 애틋함은 격렬함과 쿨함을 누르는 듯하다.

물론 이들의 멜로를 드라마틱하게 구성하기 위해 이산의 모친인 혜빈 홍씨(견미리)가 송연을 동지사절단에 넣어 청국의 예부사에 보내버리는 설정은 무리가 있었다. 한달 이상이 걸리는 한양과 연경(베이징) 코스를 송연이 걸어서 갔다오고, 송연의 안위를 알아보기 위해 익위사 무관인 대수까지 그 곳을 갔다왔는데도 계절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이산과 송연의 멜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도 한다. 이들의 사랑에는 왕(족)에 대한 이미지 변화가 수반돼 있다. 이산은 궁궐내에 갇혀 빈궁과 후궁들 사이를 오가는 왕족이 아니다. 송연은 대수와 함께 이산이 어린 시절 인연을 맺었던 궁 밖의 아이다.

로열패밀리인 이산과 신분이 낮은 도화원 다모인 송연의 사랑은 궁의 권위를 해체하고 왕(족)을 친근한 대상으로 바꿔준다. 왕(족)이 내의원을 이끌고 사가(私家)를 방문해 사랑하는 여자를 치료한다는 건 이전 사극에서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정덕현은 송연과 대수는 백성의 대표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산’의 멜로는 세손과 백성의 연애기가 된다. 의미가 각별하지 않을 수 없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p@heraldm.com)

200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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